예능

위대한 탄생2 - 구자명 우승, 가장 멋진 드라마가 완결되다.

까칠부 2012. 3. 31. 07:45

어쩌면 오디션이라는 자체가 모순된 것이다. 물론 어떤 노래나 가수를 좋아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얼마나 그 노래와 가수에 대해 공감하고 매료되었는가? 한 가지면 족하다. 문득 가슴을 후비는, 혹은 뇌리에 각인되는 오직 단 한 가지다.


사실 가수로서의 기술이나 역량만 놓고 본다면 배수정이 구자명보다 한참 앞서 있었다. 이미 예선에서부터 프로에 준하는 실력을 선보이며 심사위원을 감탄시킨 바 있던 배수정이었다. 생방송에서도 심지어 초대가수라는 농담아닌 농담마저 들을 정도로 가장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다. 음정이며, 박자며, 리듬감, 표현력, 가수로서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그야말로 준비된 참가자였다. 필자 역시 그래서 배수정의 우승을 가장 유력하게 점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사람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그같은 지엽적인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멘토 박정현의 말처럼 얼마나 음정이 불안했는가 하는 것보다 얼마나 그 노래가 가슴을 울리고 있었는가? 그의 노래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노래란 원래 이야기였다. 말로써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음악에 실어 꾹꾹 눌러 더욱 진하게 전한다. 어떻게 듣는가? 얼마나 집중하여 듣고 공감하여 느끼는가? 여전히 힘이 넘치지만 그 넘치는 힘이 올곧게 듣는 이의 가슴으로 내리꽂힌다.


배수정이 부른 '칠갑산'도 나쁘지 않았다. 대금 대신 리코더였다. 원곡은 한국의 전통음악에 닿아 있었다. 전통의 양식에 고유의 정서를 담아냈다. 그에 비해 배수정이 부른 '칠갑산'은 마치 유럽의 고전성악을 듣고 있는 듯했다. 현대적인 대중음악의 창법을 빌어 '칠갑산'의 원곡이 출발한 원점에서 배수정은 자신이 머물던 유럽의 스타일과 정서를 담아 부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풍경화와도 같았다. 헬리콥터를 타고 롱테이크로 찍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었다. 아름답지만 그것 뿐이었다. 귀와 머리는 즐거웠지만 와닿지는 않았다. 아마 심사위원들도 하나같이 지적하는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원래는 그 화면 속의 어느 아낙이 되어 있었어야 했을 터였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것이 승부를 갈랐다. 누가 더 못했는가 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참가자가 더 남아 있는 때였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과연 어떤 참가자를 떨구어야 하는 선택의 문제였다면 답은 결과는 또 달랐을 것이다. 누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고, 누구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남은 오디션을 생각한다. 앞으로 치러나갈 과정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한 사람만 남았기에. 한 사람을 떨군다는 것은 한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에만 충실한다. 누가 더 가슴을 울렸는가? 누구의 노래가 더 마음에 와닿았는가? 아직 미숙하더라도 구자명이 그런 점에서 배수정을 앞섰다. 그의 목소리에는 성량과는 다른 진심에서 느껴지는 어떤 박력이 있다.


처음부터 많이 기대하고 지켜보던 참가자였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있었다. 참가자 가운데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가지고 있었다. 축구선수로 원래 청소년국가대표까지 지낸 유망주였다. 북한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던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때아닌 오디션프로그램에서 보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그는 어려서부터 줄곧 꾸어 오던 축구에 대한 꿈을 억지로 접어야 했고 적지 않은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다. 그러다가 치킨집 배달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그가 마침내 위로 대신 가지게 된 꿈이 바로 가수의 꿈이었다. 다른 가수의 노래로부터 위안을 얻던 그가 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스스로 가수가 되기 위애 오디션의 문을 두드렸다.


불안요인이 있다면 어느 정도 음악적인 지식과 훈련이 갖추어져 있던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노래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것도 그다지 오래지 않은 그야말로 생초보로서의 미숙함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은 엿보이고 있었지만 아직은 그저 가능성에 불과했었다. 과연 오디션이 치러지는동안 다른 참가자들과 경쟁하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겠는가? 경쟁자들도 쟁쟁했다. 그랜드파이널에서 맞붙은 배수정을 비롯, 어둠의 마성이라 불리우던 독특한 음색과 외모로 사랑받던 전은진, 독특한 캐릭터에 탄탄한 기본기가 강점이던 50kg,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엄친아 에릭남과 눈빛이 매혹적이던 푸니타, 독특한 미성의 샘 카터, 저음의 마성 정서경, 택배소년 최정훈, 김태극, 장성재, 홍동균 등등... 누구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대단한 참가자들이었다. 드라마는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이었지만 그러나 과연 그들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납득할만한 실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그같은 우려를 구자명은 백지상태에서 오히려 더 큰 열정과 노력으로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성장한 모습으로 일거에 불식시키고 있었다. 생방송 첫무대에서부터 '그것만이 내세상'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며 고고성을 터뜨리더니 생방송 내내 배수정과 더불어 가장 안정적인 실력을 뽐내면서 자신의 매력을 시청자와 심사위원들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이만한 가수다. 아직 미숙한 부분은 있지만 진심을 담아 부르는 그의 노래에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는 이 멋진 드라마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부상으로 축구의 꿈을 접어야 했던 소년이 마침내 가수의 꿈을 오디션에서의 우승으로 이루어내고야 마는 드라마를. 기대 이상의 완결이다.


아쉽다면 그 드라마가 너무 길었다는 것일 게다. 어지간히 대하드라마가 아니면 드라마 한 편이 6개월을 넘겨 방송하는 경우란 매우 드물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드라마는 오래전에 끝나 있었다. 감동을 받기에도 벌써부터 지쳐 있었다. 설레었건만. 그토록 기대하며 눈여겨보고 있었건만. 그조차도 유효기간이 다했다. 제작진의 잘못이다. 너무 끌었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겨우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은 단지 오디션에 불과하다. 기회다. 정작 프로로서의 진짜 싸움은 오디션이 끝나고 난 다음부터다. <위대한 탄생>이 아닌 구자명이라고 하는 개인으로서,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노래로써. 배수정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참가자들도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섰을 것이다. 그 가운데 구자명이 가장 앞서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방심은 허락되지 않는다.


확실히 1년의 시간이 짧지만은 않다. 그렇게 어색하던 시즌1의 백청강과 이태권, 셰인이었건만 새삼 그들의 무대가 무척 여유롭다. 프로의 무대다. 그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오디션이 아닌 실제의 대중 앞에서 직접 부딪혀가며 가수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그들이 미래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구자명이기에 가능한 드라마였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불안마저 스스로의 노력과 열정으로 이겨내고 말았다. 열혈이다. 아쉽다면 구자명이 이선희로부터 받은 신곡일 것이다. 임팩트 없이 단조롭게 반복되는 것이 지루하다. 사랑스런 배수정도 좋았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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