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농촌의 겨울은 즐겁다...

까칠부 2010. 1. 9. 01:01

어려서 시골에 내려가면 - 특히 겨울에는 하는 게 노는 것 밖에 없었다. 그때는 비닐하우스농사도 그리 짓지 않아서, 온통 하는 것이라고는 썰매타고, 팽이 돌리고, 연 날리고, 장치기 하고, 장치기라는 걸 거기서 처음 해봤다. 얼음판 위에서 나무작대기 들고 하는 하키같은 것인데 그냥 스케이트 신지 않고 즐기는 아이스하키라 보면 되었다. 그것 말고도 도대체 뭐 그리 놀 것들이 많은지...

 

요즘에야 비닐하우스다 뭐다 겨울에도 농한기 없이 바쁘지만, 그때는 그래도 겨울이라고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쉬눈 여유가 있었다. 덕분에 그 한가한 틈을 노리고 못된 인간들이 몰려들어 농촌을 풍비박산내고 하기도 했지만 그런 거야 어린 내가 알 사정은 아니었고. 그래서 농촌의 겨울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노는 것, 산에 나무하러 가서 그것으로 군불도 때고, 쇠죽도 쑤고. 역시 겨울에는 쇠죽인데.

 

오늘의 청춘불패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러나 농촌에서 놀 때는 직접 만들어가며 노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박스보다야 직접 썰매를 만들면 어땠을까? 외발썰매는 그리 어렵지도 않거든. 판자에다 각목 하나 아래 박고, 날을 대신해 굵은 철사를 썰매 방향으로 두르고 그러면 끝. 처음에는 꽤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두발썰매와는 다른 맛이 있다. 빠르고 변화무쌍하다. 그걸 타고 경주를 했다면... 팽이까지는 조금 무리더라도.

 

아무튼 재미있었다. 역시 겨울의 시골에서는 노는 거다. 비닐하우스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정히 비닐하우스 농사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그건 나중에 해봐도 좋다. 신년인데... 떡도 했겠다 떡 구워 놓고 꿀이며 참기름에 찍어먹어가며 떡 걸고서 놀기도 하는 거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눈과 얼음. 눈은 다음주에 할 터이니 오늘은 얼음에서.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이 반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며 얼음축구를 하던 장면들. 놀이는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겠지만 놀이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서로 반칙을 저지르고 그 반칙에 당황하고 놀라면서도 웃을 수 있는 것, 노는데 뭐가 반칙이네 살벌할 것은 없지 않은가? 아예 골대 앞에 누운 김태우와 그것을 본따 골대 앞에 누웠다가 구하라와 김태우에게 들려버린 효민과, 그리고 여전히 징징현아... 두 번 이기고 한 번 졌는데 그걸로 승부가 결정나더라는 게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게 또 놀이 아니던가?

 

마을 어른들하고의 씨름도 그렇고. 역시 한 데 어우러지는데는 함께 일하는 것 말고도 함께 노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살을 맞대고 또 적당히 내기도 하고 승부도 걸고. 제기차기에 씨름에... 역시나 로드리옹은 노촌장보다 강했고, 곰태우와 김신영은 힘이었고, 써니와 구하라는 체육돌이고, 나르샤와 유리는 요령이 좋고 운도 따랐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시골 아줌마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패한 효민, 선화, 현아... 그렇게 또 아이돌촌에는 백구가 한 마리 더해질까? 다음주 백구의 주인을 가르게 될 텐데 과연 누가...?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누구 하나 편중되는 법 없이 고루 화면에 나왔다는 것. 이제는 김신영도 전처럼 특정멤버와만 어울리지 않고 고루 멤버들에게 관심을 두고 말을 던진다. 통편녀로 아예 찍힌 효민에 대해서도 그것을 가지고 계속해서 뭐라도 시키는 것처럼. 존재감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그래서 은근히 많이 나오고 신경이 쓰이는 게 효민이다.

 

캐릭터도 제대로 잡혔고, 관계는... 이번회차에서는 그런 게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는데, 그러나 말미에 미방영분을 보여주며 하던 토크에서 또 멤버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여전한 곰태우와 유리, 선화의 러브라인도 그렇고, 라인에 끼겠냐는 선화의 제안에 곰태우따위라던 쿨한 하라구도 그렇고, 여전한 징징현아와 얼음축구에서 가장 반칙을 많이하고 가장 즐겁게 놀았던 나르샤, 노촌장도 스스럼없이 아이들과 어울리는 어른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안그런 것 같으면서도 은연중 캐릭터를 드러내며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얼음놀이. 그리고 각 멤버의 개성이 드러났던 씨름.

 

마지막 미방영분은 그동안의 시청자들에 대한 제작진의 서비스이며 각 멤버들의 캐릭터와 관계를 위한 고도의 장치일 것이다. 특히 선화의 몰래카메라에서 선화를 가리키는 백지가 멍청해서 백지가 아니라 순수해서 백지라, 자기가 늦은 것으로 모두가 화난 것을 봤을 때 연기라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당황해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몰래카메라인 것을 알고 울고 있는 선화를 가장 먼저 달려가 달래주는 하라구의 모습에서 참 아직 순수한 아이들이구나 느꼈었다. 그리고 이어진 토크를 통해서도 어쩐지 영악해 보이던 써니나, 약간은 어벙해 보이던 유리나, 그냥 징징 - 현아는 여전히 징징, 그리고 효민의 또다른 당당한 모습도. 새로운 모습들과 새로운 매력과 그리고 그를 통해 더욱 돈독해지는 관계.

 

그리고 마을 어른들과의 씨름을 통해 또한 더욱 돈독해지는 마을사람들과 G7과의 관계도. 아마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텐데. 청춘불패가 단순한 아이돌의 화려한 놀음에서 진정성 있는 순수버라이어티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그네들의 순수를 확인해주는 마을어른들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갑고 다정하고 애교많고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마음들이.

 

그래서 좋았다. 아마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재미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음주는 더 재미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회차였다. 늘 이렇게만 되었으면. 특히 김신영이 MC로서의 역할에 대해 눈을 떠간다는 게 고마웠다. 하라구가 유치개그를 하지 않은 것도. 그런 건 가끔만 하면 되는 거다. 너무 하면 질린다.

 

 

아무튼 그리고 또 팬심에서 한 가지 발견한 게 있다면 역시 구하라는 그리 근력이 좋은 편이 아니구나. 써니와의 팔씨름도 그렇고, 카라베이커리에서의 팔씨름도 그렇고, 실제 그동안의 모습도 해머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던 선화에 비해 구하라는 휘청이고 있었거든. 삽질에서도 근력부족이 드러나고 있었고. 그럼에도 씨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 역시 집중력과 효율의 차이? 유연성과 민첩성이 대단해 보였으니.

 

근력훈련을 권해주고 싶은 이유다. 지난 연말무대를 보니 전보다 근육이 붙은 것 같기도 했는데, 구하라의 무대에서의 가장 큰 약점이던 힘의 부족을 이번 기회에 만회할 수 있었으면. 유연한 것도 좋고 선이 예쁜 것도 좋은데 힘이 너무 안 느껴진다. 발성을 위해서도 그렇고.

 

일밤에서도 이번에 잘렸다고 하고, 청춘불패는 이제 완전히 제자리를 잡았고, 청춘불패를 통해 신곡을 들고 컴백할 때까지 열심히 자신의 가치를 알릴 일만 남았다. 성실하고 야무지면서도 어딘가 빈 구석이 있는 깨방정에 살갑고 유쾌한. 이미 구하라의 가치는 그 외모가 아닌 그런 성격일 테니까. 그래서 또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런 활달함에 어울리는 밝고 따뜻한 그런 분위기가. 유쾌함이.

 

오늘의 베스트는 김신영. MC로서 드디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누구 하나 편중되는 법 없이, 굳이 자기가 드러내려 하지 않고, 나르샤를 제외하고는 가장 언니로써 멤버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웃기기도 웃겼고 그러면서 다른 이를 웃기게도 했고. MC부적합이라는 평가를 철회해도 좋을 듯하다. 최고는 아닐지언정 청춘불패에서는 김신영 말고는 없으리라. 아주 만족스러웠다.

 

 

 

덧, 그나저나 화랑부대가 몇 사단이지? 유치리 인근의 부대가...? 완전 로또 맞았구나. 어차피 눈이야 치우는 것, G7과 - 특히 구하라와 - 함께 눈을 치우는 행운을 누리다니. 젠장. 군생활 마무리까지 이야기할 거리가 생겼다. 김태우도 염장인 판에 이제는 현역 군인들까지 염장을! 그러나... 눈은 G7 없이도 내린다. 과연... 두고보자. 겨울은 길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