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아이돌을 위한 아이돌 버라이어티...

까칠부 2010. 1. 9. 16:06

어제 패떴2에 옥택연과 윤아가 출연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했다.

 

"아, G7 멤버들은 참 운이 좋구나..."

 

생각해 보라. 지상렬, 신봉선, 김원희, 윤상현, 죄다 이 둘보다 나이가 많다. 그나마 남자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그러나 여자아이돌의 경우는...

 

원래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아이돌 - 특히 여자아이돌이 살아남기 힘든 이유가 바로 관계설정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규리의 경우 여신컨셉으로 절친노트에서 이경규에게,

 

"칫!"

"방송에서 뭐 있나요?"

 

이 두 마지 했다가 욕 무지하게 얻어먹었었다. 그나마 1회성 방송이라 망정이지 만일 이것이 고정출연이었고 그같은 모습이 누적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버라이어티라는 게 결국은 웃기자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런데 웃기자면 먼저 상대를 공격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망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돌이 과연 그럴 수 있는가...

 

일단 여자아이돌들은 대개 나이가 어리다. 또한 연예계에서도 한참 후배다. 박규리야 컨셉이 그렇다는 걸 오래전부터 각인시켰고, 프로그램 자체도 일회성이지만, 아니 그럼에도 저리 욕을 먹었는데 과연 여자아이돌들이 선배에게 마구 들이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스스로 망가지려 해도 이미지관리라는 게 있다. 당장 선배 연예인들이 있고, 그들이 더 망가지는 데 익숙하고 적극적이기도 적극적이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아이돌인데 그들만큼 또 적극적으로 망가질 수 있을까? 무대에도 멋진 모습으로 서야 하는데? 그래서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몸사리네?"

"할 생각은 있는 거야?"

"의욕이 없네."

"왜 나온 거야?"

 

남자의 자격에서도 초창기 그래서 이경규, 김태원, 김성민을 제외한 나머지가 욕을 먹었었다. 특히 이정진이 욕을 많이 먹었는데 그 이유도 바로 몸 사린다는 것이었다. 의욕이 없다고. 나도 욕했었다. 과연 아이돌이라고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봐줄까?

 

그래서 우결이 인기가 있는 것이다. 사실상 여자아이돌이 출연할 수 있는 최고의 리얼버라이어티가 우결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결혼이라는 전제가 있으니까. 결혼이라는 전제로 부부라는 - 가상이지만 - 관계가 주어지니까. 그 안에서 아이돌은 자기 매력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여성으로서의 귀여움과 본연의 친근함을. 그러면서 부부라는 전제로 크게 부담 없게 격의없게.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다른 리얼버라이어티는 그게 무리다. 한참 선배고, 나이도 많고, 더 예능에 익숙하다. 훨씬 경험도 많은데다 망가지는데도 그리 거리낌이 없다. 말도 독하고 행동도 독하다. 거기에 맞춰간다는 게 보통 일일까?

 

아마 모르기는 몰라도 윤아와 옥택연을 패떴2에 동시에 캐스팅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기껏 아이돌을 출연시키는데 쩌리로 내버려둘수는 없으니 둘이서 뭐라도 만들어보라고.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니 격의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보라고. 아마 러브라인이기 쉽지만.

 

아무튼 그에 비한다면 청춘불패는 그야말로 여자아이돌의 낙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훨씬 어른도 계신다. 그러나 노주현은 다른 멤버들과 나이차이가 너무 많아서 뭐 들이대고 어쩌고 할 여지도 없다. 뭘 어떻게 해도 할아버지에게 재롱떠는 손녀의 느낌이랄까? 더구나 노주현이 그런 걸 잘 받아준다. 조금 밉상이기도 하고 진상이기도 하지만 적당히 손녀의 재롱을 받아주듯 여자아이돌들의 놀이를 흐뭇하게 잘 지켜보고 있다.

 

기존의 남희석도 그런 역할이었다. 하는 일 없다지만 남희석이 나서면 아직 어린 아이돌들은 어렵기만 할 뿐이다. 나이차이가 얼마인데. 남희석이 나선다고 거기에 거스를까? 남희석이 뭐라 한다고 거기 맞받아칠까? 뭐라 하는 순간 멤버들의 역할이나 행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남희석이 오히려 나서지 않고 적당히 분위기만 만들어 준 것은 최선이었다 할 수 있었다. 내가 남희석 이외의 다른 MC를 꺼려했던 이유다.

 

남는 것은 김신영과 김태우인데, 이들은 오히려 김신영은 나르샤보다도 어리고 김태우는 나르샤와 동갑이다. 이를테면 친한 언니, 오빠의 느낌? 김신영은 라디오 DJ이고, 김태우는 아이돌 출신으로 현역가수이다 보니 프로그램 밖에서도 부딪힐 일이 많아 친근하다.

 

더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그 밖의 일곱 멤버가 - 나르샤를 빼더라도 여섯이 비슷한 또래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최연장자인 써니가 23살, 가장 어린 현아가 19살로 나이차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막내 바로 위의 구하라와 효민, 써니, 유리, 선화가 같은 또래로 보일 정도로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다. 주책없이 망가지는 것은 나르샤가, 막내로서 징징거리며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현아가, 그리고 나머지는 서로 또래이 여자들이 모이면 그러듯 수다도 떨고 오두망정도 떨면서 그렇게 신나게 놀고.

 

생각해 보면 과연 모두가 한참 선배인 개그맨이고 배우이고 가수일 때, 나르샤가 지금처럼 나대며 주착을 보렸으면 그래도 재미있었을까? 현아가 한참 선배들이 있는데 막내랍시고 징징거리며 투정을 보려도 귀엽게만 보였을까? 구하라의 오두방정은? 유리의 새침함은? 효민의 무존재감은? 선화의 멍청함은? 아, 선화는 괜찮을지 모르겠다. 아예 신인이니까. 과거 한승연도 완전히 신인으로써 그같은 굴욕을 몇몇 프로그램에서 자처하고 있었다. 설사 선배연예인들이 잘 받아준다고 그것이 과연 재미있기만 했을까?

 

말 그대로다. 지금의 청춘불패에서의 각 멤버의 캐릭터란 청춘불패이기에 가능한 캐릭터들이라 할 수 있다. 격의없이, 스스럼없이, 또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고 같은 걸그룹이라는 것들 때문에 용인되는 캐릭터들이고 관계다. 아마 1박 2일이나 무한도전에서 고정출연하면서 같은 캐릭터 연기했다가는 바로 온갖 악플러의 표적이 되고 말리라.

 

이 얼마나 좋은가? 뿐만 아니라 걸그룹이고 아이돌이라는 점 때문에 보는 시청자들도 예능 초짜임을 익스큐즈하며 보고 있다. 뭔 말이냐면 굳이 대단한 예능감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더 웃기고 얼마나 더 망가지고... 오히려 그 웃기고 망가짐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와는 달리 한때 통편집녀로 통하던 효민과 선화가 바로 그 통편집 때문에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때문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였으면 통편집을 몇 번 당하는 순간 병풍이네 쩌리네 하면서 하차요구가 나왔으리라. 그러나 청춘불패에서는 오히려 통편집을 당하면 그것 때문에라도 걱정을 하고 관심을 가졌었다. 백지라는 캐릭터가 갖춰지기 전에도 그래서 한선화는 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서툴러도 좋다는 것, 하긴 청춘불패에서 대단한 예능감을 보이고 있는 게 누가 있던가? 그럼에도 워낙에 굳이 신경써야 할 어른도 없고, 주위가 온통 또래에 언니오빠들 뿐이니 자연스럽게 놀면서 그냥 자신의 매력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능에도 익숙해지고, 예능감이라는 것도 능숙해지고, 구하라도 덕분인지 요즘 어디 방송에 나와 말을하는 게 많이 입이 트였더라.

 

또 하나 여기서 지적할 것은 노촌장의 역할이다. 앞서 한참 나이차이가 나는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이 사실 마을사람들과의 관계다. 청춘불패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마을사람들과의 관계인데, 그러나 마을사람들이란 대부분 나이많은 어른들이더라는 것이다. 함부로 깨방정을 떨지도 못하고, 연예인이기에 스스럼없이 다가가기도 부담스러운. 아마 노촌장이 아니었다면 미꾸라지를 잡으면서 노촌장과 이장, 로드리가 잡아 놓은 미꾸라지를 구하라가 대놓고 집어오는 장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노촌장이 포함된 마을사람들과 노촌장이 없는 마을사람이란 그렇게 차이가 크니까. 남희석이 그래서 또 중요했었는데 아쉬운 순간이다. 노촌장의 부담이 더 커졌으니.

 

한 마디로 청춘불패란 노촌장이라는 까다롭지만 마음씨좋은 할아버지라는 울타리에 의해 보호되는, 김신영과 김태우, 더해서 나르샤까지 개구진 언니 오빠들에 의해 감싸지는, 나이어린 걸그룹들의 자기들만의 안전하면서도 즐거운 예능놀이판이라 할 수 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예능사관학교? 더 노골적으로는 아이돌의 예능보육원? 굳이 큰 부담 없이 본연의 모습을 보이며 예능이란 무엇인가를 알아가고 키워가는. 그리고 대중들에 자신의 존재와 매력도 알리고.

 

실제 그렇게 징징현아는 안좋은 소문들을 극복하고 남녀를 불문하고 귀여운 매력으로 많은 호감을 사고 있는 중이다. 나르샤 역시 주책맞지만 마음씨 좋은 언니로써 이제까지 이상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고, 완전 신인이던 선화는 속한 그룹인 시크릿의 인지도와 인기까지 견인하는 중이다. 구하라도 부쩍 대중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졌고, 얼마전 구하라가 성형사실을 고백했음에도 오히려 호감이 더 높아진 것은 청춘불패에서 쌓은 좋은 이미지가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써니와 유리야 뭐...

 

아마 모르긴몰라도 청춘불패에 소속 아이돌을 출연시키지 않거나 못한 기획사는 꽤나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처럼 아이돌이나 데려다 노닥거리며 노는 그저그런 버라이어티를 생각했을수도 있지만 의외로 아이돌의 매력을 최대한 보여주며 오히려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 그러면서도 시청율도 금요일 심야대로서는 10%가까이 나오는 버라이어티가 되고 있으니. 더구나 시청율에 비해서도 화제성도 높아서 어디나 청춘불패가 방송되고 나면 그 이야기가 나오고, 그 이미지나 편집된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과연 걸그룹들에 있어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물론 장기적으로는 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청춘불패가 과연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 청춘불패에 출연중인 각 걸그룹 멤버들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계속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출연 전과 비교해봐도 한 눈에 분간이 갈 정도로. 더구나 청춘불패를 통해서 자신만의 예능감도 하나씩 개발하며 갈고닦을 수 있었다. 그만큼 경험도 늘었고 자신감도 늘고. 과연 그런 것들이 그녀들의 앞으로의 연예계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윤아와 옥택연의 패떴2 출연을 보면서 부쩍 청춘불패가 생각나는 이유다. 조건이야 동시간대 시청율 1위를 자랑하던 패떴의 후속작으로, 예능의 황금시간대라는 일요일 저녁시간대에 방송되는 패떴2가 훨씬 유리할 테지만 예능 자체로만 본다면야. 그리고 아이돌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과연... 청춘불패에 이미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멤버들이 참으로 운이 좋다고 여기고 마는 이유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괜한 욕심으로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흩뜨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더 웃길 필요도 없고 더 재미있을 필요도 없다. 유재석 강호동급의 MC도 필요없고, 대단한 예능인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다. 걸그룹멤버도 이만하면 이미 캐릭터와 관계도 다 잡혀 있고. 지금까지의 아련함까지 느끼게 하는 순수함과 친근함, 그리고 유쾌한 발랄함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김신영도 MC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으니.

 

아무튼 윤아와 옥택연의 패떴출연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다. 제대로 자리잡아서 자신들의 인지도와 인기를 높일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아이돌처럼 병풍으로 전락해 기존의 이미지를 까먹을 수도 있고. 역시 하기 나름일 테지만. 조금은 힘들겠지만 그만한 보람이 있을 터이니. 잘들 하기를. 잘들 되기를.

 

그리고 청춘불패의 멤버들도 지금의 좋은 기회를 바탕으로 장차의 꿈을 이루어가는 밑천으로 삼기를. 꿈은 이룰 수 있어 더 아름다운 법이니까. 모두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