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 너무 멋진 당신, 방귀남이 차윤희의 남편인 이유...

까칠부 2012. 4. 8. 09:17

참으로 멋지다. 멋진 남자다. 남자인 필자 자신조차 어느새 인정하게 된다. 방귀남(유준상 분)은 남자로서 완벽하다. 의사로서도 훌륭하다. 인간적으로도 매우 따뜻하고 성실하다. 그러면서도 단호해야 할 때는 단호할 줄 안다. 특히 30년만에 찾은 작은 아버지가 아내에 대해 안좋은 말을 하려 할 때,


"제 앞에서 아내의 험담은 안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른인 것을 모를까? 30년만에 찾은 가족이다. 작은아버지 방정배(김상호 분) 또한 아버지의 형제로 마침내 찾은 그의 소중한 가족이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 차윤희(김남주 분) 또한 마침내 만난 그의 가장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남편으로서 그는 자신의 소중한 아내를 지켜야 한다.


방귀남 역시 30년만에 만난 가족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30년만에 겨우 찾은 아버지와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누이들, 더구나 손아랫누이인 이숙(조윤희 분)과 말숙(오연서 분)은 그를 잃어버리고 나서 태어났기에 다시 가족과 만나고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된 사이다.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 가족으로서 이제라도 잃었던 시간들을 함께 채워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귀남에게는 역시나 소중한 아내가 있다.


방귀남에게 자신의 삶이 있다면 아내에게도 아내의 삶이 있다. 방귀남에게 가족이 소중하듯 아내에게도 아내의 삶이 소중하다. 아내의 간절한 꿈이다. 아내의 미래와도 관계가 있다. 가족이 소중한 만큼 아내도 소중하기에 아내의 뜻을 따른다. 그러면서도 가족과 헤어져 있을 시간을 위한 준비도 소홀하지 않는다. 아내를 지키며 또한 다시 찾은 가족을 지킨다.


방귀남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유일 것이다. 사실 방귀남이 직접 사건을 일으키거나 해결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그다지 없었다. 그는 어쩌면 한 발 물러선 방관자였다. 아내인 차윤희에 있어서도, 어머니 엄청애(윤여정 분)에게 있어서도. 사건은 차윤희가 만든다. 엄청애가 만든다. 그의 누이들인 일숙(양정아 분)과 이숙과 말숙이 만든다. 그러나 아버지 방장수(장용 분)가 그러했듯 그는 그런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준다. 차윤희와 엄청애가 며느리와 시어머니로서 서로 갈등하게 될 때 그것을 중심을 잡아주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것은 다름아닌 방귀남이 될 것이다.


아니 차윤희와 엄청애가 서로 며느리와 시어머니로서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게 되는 계기 또한 방귀남이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아내에게 성실한 남편으로서, 어머니에게 충실한 아들로서, 그러면서도 시시비비가 분명한다. 누구보다 아내를 아끼며 가족을 사랑한다. 항상 배려하며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긴 무심한 아내에게는 화낼 줄도 안다. 그 어느때보다 무섭게 화를 내는 모습에서 아내에 대한 단도하면서도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 사랑은 필경 다른 가족들에게도 향할 것이다. 결코 누구에게도 부당하게 휘둘리지 않는다.


해피엔드를 예감하는 이유다. 물론 해피엔드를 예정하고 쓰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중심이 있다.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열쇠가 있다. 갑작스러운 고부간의 만남으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몰린다 할지라도 그것을 풀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어머니에 아무래도 치우칠 수밖에 없는 아버지 방장수에 비해서도 그는 아내 또한 배려할 줄 안다. 


하기는 많은 여성들이 지적하는 부분들일 것이다. 고부갈등에 있어 가장 중대한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다름아닌 남편이다. 남편이 중심을 바로 잡아주지 못할 때 고부간의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잃고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은 서로 타인이었을 며느리와 시어머니를 이어주는 것은 서로에게 남편이 되고 아들이 되는 남성 자신이었을 것이다. 메시지였을까? 극적인 설정을 통해 극단적으로 과장해 보여주는 고부간의 갈등 가운데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가장 정답에 가까운 답을 제시한다. 더 이상 고부간의 갈등은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차윤희의 친정 또한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들에게 집착하는 친정어머니 한만희(김영란 분)이 며느리 민지영(진경 분)에게 매번 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들 차세중(김용희 분)의 아내 민지영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세중이 어머니 한만희를 소외시키는 것도 아니다. 아내의 편을 들면서도 어머니와도 어울려준다. 아마 어머니에게서 취업준비금이라고 받은 1백만원으로 선물한 진주목걸이 역시 민지영의 남편과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다독이는데 적잖이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던 두 사람의 결혼이 점차 이해가 되어간다. 아들에 대한 분노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려다가 어머니의 앞이라 자제하려는 모습에서 반듯하게 자란 민지영의 모순적 현실을 보여준다. 속에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도 그러나 절대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


이숙과 천재용(이희준 분) 사이의 오해가 점입가경을 이룬다. 아예 천재용과 올케 차윤희 사이에 대한 적나라한 망상까지 펼쳐지고 있다. 거의 기정사실이 되어 버린다. 사소한 사실들과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말미암아 또 한 번의 어이없는 헤프닝이 준비된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코미디다. 과거의 아이돌 윤빈(김원준 분)의 비참한 현실과 결혼의 실패로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부여잡으려는 일숙과의 엇갈리는 관계 또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 오빠를 쫓아다니던 소녀팬이 이제 아이엄마가 되어 아이돌과 같은 집에 살며 부딪히고 있다.


과연 둘째 작은어머니 장양실(나영희 분)이 간직한 비밀이란 무엇일까? 확실히 남편은 남편이다.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그는 누구보다 장양실에 대해 잘 안다.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다. 조카를 찾은 것이 반갑고 그동안 어머니와 형의 가족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들이 안쓰럽고 안타깝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겨우 찾은 조카에게 탓을 돌리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밖에는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아는 당신은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야. 죄를 지으면 졌지."


확실히 주인공이 매력적이면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더하다. 이기적인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남편의 사랑에 감동해 결정적인 양보를 하고 마는 차윤희의 밉지 않은 진심이 지금까지의 얌체스러울 정도로 영악하던 모습과 대비를 이룬다. 그런 차윤희마저 방귀남은 녹이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차윤희에게는 행운이기만 할까?


좋은 남편을 만나 함께하고 있으니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남편으로 인해 자기 욕심껏 하고 싶어도 그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우니 과연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감동을 받은 것은 좋은데 그로 인해 가장 싫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럼에도 믿을 수 있는 남편이 있어 마음은 놓인다.


차윤희의 수난기를 기대한다. 물론 마냥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당차다. 영리하다. 그래서 어처구니없이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 얄궂은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편을 사랑한다. 남편도 그녀를 사랑한다. 시댁과도 결국 화해하고 서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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