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YB와 불편함...

까칠부 2009. 8. 3. 05:56

얼마전 무한도전 듀엣가요제도 있고 해서 간만에 윤밴의 음악을 들어보았다. 사실 나는 윤밴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기보다는 무관심...? 사실 그게 더 무서운 거지만, 아무튼 도무지 들을 의욕이 생기지 않는 거다. 그나마 스트리밍으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시대니까 앨범도 들어보고 하는 거지 내 돈 주고 사서 들으라면 절대 사양인 밴드가 윤밴이다.

 

그래서 그 이유가 무언가 생각해 봤다. 과연 나는 왜 윤밴을 그리 싫어하는가? 무한도전 듀엣가요제 출전곡인 안편한 사람들의 "난 멋있어"를 들어보고, 다시 윤밴의 8집을 들어보고 내가 윤밴을 싫어하는 - 정확히는 관심이 없는 이유를 알았다. 불편해서였다.

 

항상 느꼈었다. 뭔가 부대낀다... 즉 음악이 밴드와 겉돌고 있었다. 분명 연주도 나쁘지 않고, 곡도 그럭저럭하고 윤도현의 보컬 역시 훌륭하지만, 그러나 도무지 그것이 윤밴의 음악이라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마치 백두산이 부활의 발라드를 연주하고 부르는 듯한 느낌? 블랙홀이 크라잉넛의 펑크를 한달까?

 

물론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는 밴드니까 나름대로 맛을 살리며 연주해 들려주겠지. 바로 그게 문제다. 어느 밴드나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추구하는 음악이 있다. 그래서 남의 음악을 갖다 연주해도 그 밴드만의 색깔이 묻어난다. 그 밴드가 추구하는 색깔이다. 그런데 윤밴은?

 

모르겠다. 처음부터 선입견이 그렇게 박혀서인지 아무리 들어도 그런 게 귀에 잡히지 않는다. 그냥 락을 한다는 느낌? 락을 한다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 느낌이다. 락밴드니까 락을 한다, 락을 좋아하니까 락을 한다, 락을 하니까 락을 한다, 그런데 윤밴의 음악은...? 이것저것 많이 하는데, 락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은 많은데 거기에 윤밴의 음악은...?

 

난 멋있어를 들으면서는 정말 신났다. 이게 바로 윤밴이구나, 윤밴도 무척 신나 보였다. 연주하는 윤밴도, 듣는 나도, 마치 하나로 녹아난 듯 신명이 넘쳤다. 장르 때문일까? 글쎄... 그러나 락을 가지고 장르를 따지며 들을 정도로 내 공력이 그리 깊지 못하거든. 그냥 들어서 좋으면 좋구나 하는 정도인데, 그런데 난 멋있어를 부르던 윤밴에 비해 8집의 앨범은 전혀 신나지 않았다. 분명 락스런 강렬한 사운드에 가사도 훌륭했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거다.

 

나는 윤밴의 실력이 무척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한국락 다시부르기를 듣다 보면 느낀다. 확실히 실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한국락 다시 부르기에서도 같은 것을 느꼈다. 실력이 있는 것과 자기 음악을 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그 음악이 매력적이라는 것과도 또 별개고.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척 좋아하지만 나로서는 그 부분이 너무 불편해서 지금껏 아예 싫어하지도 않고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실제 보면 음악을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밴드나 뮤지션의 실력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내가 요즘 집중해 듣고 있는 몇몇 인디밴드도 분명 실력이나 경력에서 윤밴에 한참 못미치고 있지만, 그러나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듣는 순간 느꼈다.

 

"아, 이건 저들의 음악이다!"

 

그리고,

 

"아, 이건 내 음악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참으로 불편한 음악이었달까? 특히 이번 8집은...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옷이 힘까지 잔뜩 들어가 부대끼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음악 듣다가 이렇게 불편해져보기는 처음이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삘이 이어지지 않아서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안 맞는다는 것이고.

 

물론 말하지만 이것은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나는 음악평론가도 아니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락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넓고 깊은 것도 아니다. 그냥 들어서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단편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그런 흔한 대중에 불과하다. 무려 한국에서도 5천만 분의 1에 불과한. 그러나 단지 그 하나가 그런 생각을 가질 뿐이라고. 그게 마음에 안 들고.

 

아무튼 예능에 나와 이벤트로 부른 노래가 하필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래가 되었다니, 이정현도 이번 앨범보다 이번 이벤트 음악이 더 듣기 좋던데. 어쩌면 음악이란 많이 고민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솔직함에서 그 진정한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이 고민하고 많이 생각해서 좋은 음악인 것이 아니라 단순한 만큼 더욱 솔직한 감수성이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이 아닐까?

 

이른 새벽에 그것도 "난 멋있어" 같은 정신사나운 음악이나 들으며 하는 생각이다. 윤밴의 8집을 앨범듣기로 몇 번 반복해 들었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드는 한 가지 생각 뿐,

 

"난 멋있어를 듣고 싶어!"

 

아마 다른 사람들은 그런 쉽게 만든 허술한 음악따위라 하며, 윤밴이 공들여 만든 8집을 더 높이 평가할 테지만 나로서는 그랬다. 8집 전체보다 "난 멋있어." 어쩔 수 없는 취향이다. 어쩌면 내 바닥일지도 모르고. 무식한 놈의 헛소리라 여겨도 되겠다. 내가 느끼기를 그러하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