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 - 리듬속에 그 춤을
현대 음율속에서 순간속에 우리는
너의 새로운 춤에 마음을 뺏긴다오
아름다운 불빛에 신비한 너의 눈은
잃지않는 매력에 마음을 뺏긴다오
리듬을 춰줘요 리듬을 춰줘요
멋이 넘쳐 흘러요 멈추지 말아줘요
리듬속의 그 춤을
지금에 섹시아이콘이라 하면 이효리를 첫손에 꼽지만, 역시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지나온 사람들로서는 올타임 넘버원은 단연 이 사람이다. 김완선. 한국의 마돈나.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노래란 얌전히 서서 부르는 것이었다. 동작이 들어가더라도 그것은 율동이었다. 몇몇 댄스가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이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런 때 그녀가 등장했다.
당시 나이가 아마 10대였을 텐데... 이승진 박혜성 등과 더불어 틴에이저 스타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뿌리깊은 댄스가수에 대한 편견, 더구나 섹시한 이미지라는 것까지 더해져서 사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노래를 못한다는 게 가장 컸다.
"노래도 못하는 게 가수냐?"
그러나 그녀는 대신 춤으로 음악을 대신했다. 도저히 춤이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슬로우템포에서도 그녀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개인적으로 웨브로는 역대 최고가 아니었을까. 넘치는 법 없이, 그러나 모자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꽉 차지도 않았다. 미묘한 느낌... 더구나 특유의 삼백안이. 아아... 허리에서 엉덩이로, 다시 허벅지로 이어지는 라인은 단연 최고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이면서도 절제된 춤사위란.
더구나 그녀는 자신에 대한 가창력논란을 손무현과 손잡고 내놓은 5집으로 일거에 불식시켰다. 물론 여전히 탑클래스의 가수들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았지만 그녀의 매혹적인 음색은 그것을 커버하기에 충분했다. 아마 국내 여가수 앨범판매량 기록을 김완선이 가지고 있을 텐데... 최초로 100만장을 돌파했을 것이다. 여가수로서. 그것도 댄스가수로서. 비로소 춤과 외모만이 아닌 음악으로도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나 할까?
하긴 그녀는 음악인으로서 음악에 대한 욕심도 많았다. 8집에서는 자작곡까지 넣었다는데, 아마 오룡비무방인가 보이밴드를 하나 프로듀스하고 했을 것이다. 한밤중에 사과 싣고 서울 오다가 그것을 라디오로 듣고 하마트면 사고를 낼 뻔 했었다. 도대체 그런 녀석들을 무슨 배짱으로 데뷔시키려 했던 것일까.
데뷔곡인 "오늘밤"도 산울림의 큰 동생 김창훈이 쓴 곡이었다. 김완선의 1집과 2집은 김창훈의 작품이었다. 3집과 4집은 이장희가, 5집과 6집은 손무현이, 모두 당대에 이름을 날리던 락뮤지션들이었다. 심지어 전인권마저 김완선과 앨범을 같이 하려 했었다니. 의외로 그래서 김완선의 앨범을 보면 이름있는 락뮤지션들의 이름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곡의 퀄리티도 높다. 정말 의외로. 당시 나의 선입견에 비추어 보면.
더구나 이 노래 "리듬 속에 그 춤을"은 거의 전설적이다. 곡을 쓴 이가 락의 대부 - 아니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목 신중현 선생님이고 기타세션이 바로 신대철이다. 노래 가운데 나오는 기타 사운드가 바로 신대철의 기타소리다. 하긴 4집이었던가? 무대 동영상을 보면 김완선이 "이젠 잊기로 해요"를 부르고 있는데 뒤에 당시 베이스를 치던 윤상과 기타리스트 손무현의 모습이 보인다. 그게 89년이니까 이승철과 하던 걸프렌드가 해체된 뒤이던가? 그리고 5집에서는 아예 손무현과...
아무튼 아버지 신중현과 아들 신대철이 함께 작업한 흔하지 않은 음반이다. 원래 정규 2집은 아니었고 이미 2집이 나온 상태에서 신중현에게서 곡을 받아 이 노래만 추가한 리팩키지 앨범이었다. 흥겨운 락사운드가 이렇게 춤과 어울리리라고는... 이라기에는 원래 락이란 그렇게 시작한 음악이니까. 마이클 잭슨의 댄스음악 가운데 상당수도 바로 락이다. 말하자면 김완선도 원래는 락커?
6집 이후 느닷없이 은퇴를 선언하고 대만으로 가버렸을 때는 얼마나 서운했던가. 97년이던가? 다시 돌아와 잠깐 활동할 때는 그리 반가웠었다. 그리고 잊혀짐. 한참의 시간이 지난뒤 내가 들은 그녀에 대한 뉴스란 바로 누드화보. 영락일까? 누드가 굳이 영락을 뜻한 것을 뜻하지는 않을 텐데도 참 서러웠다. 한 시대가 저무는 그런 느낌? 이제는 기억하는 이조차 얼마 없지만. 8집의 자작곡을 나중에 들어보았는데, 음...
개인적으로 포스트 이효리만이 아닌 포스트 김완선이 한 번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걸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춤과 본연의 매력과 음악이 하나가 되는 신명? 그야말로 신명처럼 춤을 추고 했었다. 이 노래처럼. 원래는 신중현 선생님이 직접 부르려 했다는데 정말 이 노래처럼이었다. 김완선이란. 김완선이 곧 춤이고 춤이 곧 김완선이었다. 오로지 김완선 뿐이었다. 다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이. 과연...
어떤 음악은 새로움으로 듣고 어떤 음악은 익숙함으로 듣는다. 그리고 어떤 음악들은 추억으로 듣는다. 추억으로 듣는 음악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늙어간다는 증거일까. 오늘도 추억의 한 자락을 듣는다. 그 시절 그 폭발적인 춤과 노래와 매력의... 디바... 마돈나... 마돈나... 그녀를. 그녀를.
밤은 그래서 더없이 매혹적이다. 음악이 있고 추억이 있어. 그리고 음악을 타고 들려오는 추억의 자락들이 있어. 설레이며 텔레비전 앞에 앉던 그 순진함으로. 시간은 때로 거꾸로 흐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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