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6년이 지나고 남인 고양이 걱정...

까칠부 2012. 6. 2. 16:50

그러니까 처음부터 남에게 주려 한 것이 문제였다. 녀석을 박스에 담아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과정에서 아마 상처가 되었던 모양이다. 6년이 지났는데도 녀석은 여전히 내게 남이다. 쓰다듬으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도망을 간다. 작년에야 겨우 몇 번 쓰다듬는 걸 허락해주었다.


그런데 녀석이 아프다. 치은염인 것 같다. 이가 두 개나 빠졌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사이 상황이 많이 심각해졌다. 작년 가출했을 때 혹시 이가 빠진 것은 아닌가 했는데 최근 하나가 더 빠졌다. 저항하는 것을 누르고 입을 벌려보니 빨갛게 충혈되어 있다. 알아보니 치은염이다.


문제는 내가 녀석을 병원에 데려갈 여력이 안된다는 것. 당시 이사할 때도 녀석으로 인해 심야에 응급실을 찾아야 했었다. 아무리 내가 상처입는다고 녀석을 상처입힐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저항을 하는데 아무래도 몸에 상처가 남는다. 최근 6년 사이 내 몸에 생긴 상처의 절반 이상이 녀석으로 인한 것이다.


일단은 약을 타왔는데. 양치질도 가끔 시켜줘야겠다.위에서 누르는 건 어떻게 가능하니까. 괜히 병원 데려간다 했다가 실패하면 대책없다.토라지기도 잘 토라진다. 6년이 지나도 녀석은 단지 집에 사는 야생고양이일 뿐이다. 나는 인간이다. 때로 서운하기는 하지만 뭐... 


걱정이다. 지금 막 약을 섞어 파우치를 주었다. 제대로 먹고는 있는지. 확실히 고양이는 내 고양이라서가 아니다. 아니 관계란 자체가 그렇다. 내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런 담보따위는 없다. 그저 있으니 좋은 것이다. 있으니 걱정되는 것이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어쨌거나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무모하게 빽빽거리며 먹을 것 달라 요구하는 녀석이 좋다. 추워서 언저리에 누운 주제에 손을 내밀면 하악거리는 그 반항심이 좋고. 언제나 집에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듯 아웃사이더인 것도 좋다. 건강해지면 더 좋다. 그럴 것이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