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음악을 듣지 않고 있다. 거의 문밖을 나서야 모바일기기로 음악을 듣는데 이제 그것이 시들하다. 어째서일까? 역시 세상이 들려주는 음악의 맛을 느껴버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몇 년 동안 거의 집밖에서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벗지 않고 살았었다. 무언가를 항상 보았고 무언가를 항상 들었다. 하지만 문득 헤드폰을 벗고 나니 햇살은 너무나 맑고 세상사는 소리들은 시끄러웠다.
계기는 집근처 개천이다. 요즘 복원이 잘되어 개천에 물고기가 산다. 청계천과 비교하면 안된다. 복원한 개천이지만 섬 가운데 섬도 있고 늪지도 있다. 해오라기며 왜가리며 새들도 많이 날아온다. 고양이도 산다. 무심코 산책을 하다가 물속에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게 된다. 그 물고기를 먹는 새를 본다.
얼마전에는 오리가 새끼를 낳았다. 삐약거리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고 있었다. 음악따위 들릴 리 있나? e북으로 보던 것도 잠시 멈추었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고 나는 헤드폰 속에 갇혀 살았다.
사람들 살아가는 소리가 있다. 친구들끼리 정답게 속삭이는 소리 - 연인들 염장지르는 소리밖에 없다. 친구들끼리 있어도 서로 대화를 나누기보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새 모바일로 인해 사람의 삶이란 갈수록 메말라가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 단절되어간다.
문제는 덕분에 음악을 듣는 빈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책을 본다. 나가서는 세상을 본다.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다. 음악을 들을 때는 날잡고 각잡고 들어야 한다. 음악이란 이런 정도였는가.
음악에 대한 글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다. 헤드폰을 벗어버렸기 때문이다. 모바일을 놓았다. 빈손으로 귀를 내놓고 터벅거리며 걷는다. 바람이 귀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면 나의 경우 연예블로거로서는 상당히 이단에 가깝다. TV를 즐겨보지 않는다. TV는 보는 것만 본다. TV만 보기에는 세상이 너무 넓다. 연예계에만 관심을 갖기에도 세상은 너무 분주하다.
바람이 좋다. 낮에는 뜨거운 바람이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분다. 개천가에는 비린 물내음이 불어온다. 풀내음이 성가시다. 때로는 의미없이 한가로워도 좋지 않을까. 마음은 급한데. 천성이 너무 느긋하다.
이제는 길가면서 음악을 듣지 못하겠다. 답답하다. 헤드폰속 세상이 너무 단조롭다. 지루하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헤드폰밖 세상이다. 음악을 들어야 하는데. 가는대로 맡긴다. 재미있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레이드 앤 소울을 하며 - 내가 게임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 (0) | 2012.08.02 |
---|---|
나도 얼른 섹시해져야 할 텐데... (0) | 2012.06.15 |
6년이 지나고 남인 고양이 걱정... (0) | 2012.06.02 |
소료 후유미 - 체사레... (0) | 2012.05.21 |
5월 18일이다... (0) | 2012.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