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결과였다. 사실 떨어졌어도 한참 전에 떨어졌어야 했다. 그렇게 예상했다. 첫회 그녀의 첫무대를 보면서 일찌감치 탈락해 사라져버리겠구나. 그러나 노력이 기적을 만들었다. 그녀가 세계챔피언인 이유를 <댄싱 위드 더 스타2>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무대는 아름다웠다.
정말 처참했었다. 오죽하면 동질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아마 출연자 가운데 김가영보다 더 뻣뻣한 몸을 가지고 있던 것은 바로 다음주 가장 먼저 탈락자로 이름을 올렸던 데니스 강 정도일 것이다. 그는 그나마 격투기로 다져진 근육이라도 있었다. 당구라고 하는 종목 자체가 육체적인 단련을 요구하는 종류의 스포츠는 아니었을 것이다. 필자의 거의 비슷한 상태로 보였다. 뻣뻣하고, 몸과 마음이 따로 나가고, 더구나 첫무대라 긴장으로 굳어 있기까지 했다. 얼마 안 있어 떨어지겠구나.
하지만 살아남았다. 다른 많은 출연자들이 차례로 탈락하는 가운데서도, 심지어 유력한 우승후보로 여겨졌던 신수지가 탈락하는 이변을 보인 그 순간에도, 그리고 이번주에도 역시 그녀는 심사위원들로부터 22점이라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물론 다른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출연자들에 비해서는 한참 낮은 점수이고 많이 부족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주 마침내 마지막 무대에 서기까지 지난 몇 주 동안 그녀가 보여왔던 놀라운 변화와 발전의 드라마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감동일 터였다. 부럽고 부끄럽고 존경스러웠다. 그녀가 세계챔피언인 이유였다.
하기는 어쩌면 바로 그런 김가영의 변화되고 발전된 모습이야 말로 <댄싱 위드 더 스타2>가 목표하고 추구하는 궁극의 지점일 것이다. 다른 오디션프로그램에서와 같이 프로댄스스포츠선수로서 데뷔할 재능과 실력을 갖춘 신인을 발굴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닌, 단지 생소한 댄스스포츠라고 하는 종목과 처음으로 마주하고 점차 변화되고 발전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스포츠라는 것이다. 예술로서의 춤이 아닌 스포츠로서 함께 즐기는 댄스스포츠인 것이다.
처음 댄스스포츠의 종목을 고안해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떤 특별한 대단히 예술적인 재능과 실력을 갖춘 이들을 위해 댄스스포츠의 종목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함께 즐기고 싶었다. 함께 음악에 맞춰 어울리고 싶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댄스스포츠는 만들어졌고,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즐기는 가운데 발전해 왔으며, 지금의 댄스스포츠의 종목이 되었다. 물론 어려운 동작도,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동작도 있기는 하지만, 굳이 그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즐기고자 한다면 무리없이 즐길 수 있다. 시저스킥을 하지 못한다고 축구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듯 말이다. 커브를 던지지 못한다고 야구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남들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 가운데 남들보다 더 특별하게 잘하는 프로가 있을 뿐이다.
그에 맞춰 안무를 짰다. 그에 맞춰 무대를 구상했다. 김강산의 리드가 대단하다. 시즌1에서도 김규리를 스타로 만들었다. 김규리 자신도 대단했지만 파트너로서 김강산의 역할도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번에는 도저히 춤이 불가능할 것 같은 김가영이 파트너였다. 엄격한 지도 가운데 부모조차 포기한 김가영의 운동신경이 점차 댄서로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최소한 자신의 무대에서 그녀는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는 주인공이었다. 결과야 탈락으로 나타났지만 전혀 아쉽거나 서운하지 않은 이유다. 이미 최선을 다했는데 억울하고 안타까울 일이 어디 있겠는가.
외모까지 한결 아름다워졌다. 과학의 힘을 빈다고 해도 이렇게 몇 주 사이에 사람이 몰라보도록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감일 것이다. 그보다는 호감이다. 길들여진 것이다. 그녀의 당당함에. 그녀의 열정에. 그녀가 만들어가는 기적과 감동의 드라마에. 당구에 대해서는 역시나 전혀 문외한이라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그녀로 인해 당구에 대한 관심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비단 외모가 아름다워서는 아닌 것이다. 사람이 아름다우면 외모도 아름다워진다.
처절한 부상투혼이었다. 골반근육이 찢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혀 티가 나지 않게 그녀는 이번에도 훌륭히 아름다운 무대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과연 최여진이었다.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1의 주인공이 김규리였다면 시즌2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최여진인 듯 싶다. 드라마까지 담아냈다. 선이 곱다. 몸짓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선을 그려낸다. 선이 뻣어나가는 동안보다 선이 멈추는 순간이 아름답다. 그래서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쳐 보인다. 강인해 보인다.
예지원의 춤에서는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목소리로 춤을 추고, 몸으로 노래를 한다. 음악까지 예지원이 직접 불러 녹음했다. 심연이 들려온다. 심연이 보여진다. 고뇌하고 갈등하며 그러면서도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렇게 사람은 나아간다. 주저하며 망설이면서도 사람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연기의 꿈을 키우던 시절이 그랬던 모양이다. 연기자로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는 그녀의 의지가 그랬던 모양이다. 아름다웠다. 다른 출연자와는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그녀는 몸을 움직이고 멈추는 그 사이가 아름다운 듯하다. 미묘한 경계다. 안타까운 감동이 스민다.
효연의 춤을 보면서는 인간의 몸이라는 원초적 기적을 경험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도 움직이는구나. 인간의 몸이란 원래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온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뼈와 관절이, 내장과 세포 하나하나가, 필자 자신의 세포마저 덩달아 뛰고 있었다. 온몸으로 환희를 표현하고 있었다. 춤을 추는 기쁨과 행복을 춤사위 동작 하나하나에 담아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타고난 춤꾼이다. 그녀의 우승을 납득한다. 가장 행복해지는 춤이었다. 덩달아 동갑내기 파트너 김형석과의 흐뭇한 우정이 마음을 따뜻해지게 한다.
벌써 10년이었다. 아직도 바로 엊그제만 같은데 그새 이렇게나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당시 4강의 주역이던 파릇파릇하던 송종국마저 어느새 은퇴를 하고 TV에서 댄스스포츠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의 감동이 쉽게 잊힐 리는 없지 않겠는가. 아마 수십년의 시간이 더 흐르고서도 당시의 감동을 비록 TV를 통해서기는 하지만 직접 보았다는 사실을 평생의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축구공은 필자도 가지고 싶었다. 배경의 서사가 춤을 뛰어넘었다. 조금은 안타깝다. 하지만 당시의 감동을 대신할 감동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그 순간을 기억한다. 선수 송종국을 기억한다.
토니안도 벌써 30대다. 남자라는 말이다. 소년이 아니다. 천진스럽던 소년은 좌절과 체념 속에 점차 어른에 어울리는 그늘을 쌓아간다. 고난이 소년을 어른으로 남자로 만드는 이유다. 고독과 상처가 훈장처럼 어울릴 때 그는 남자가 되는 것이다. 하기는 굳이 그런 말 하지 않아도 토니안은 이미 남자던가? 검은색 무대복이 너무나 어울렸다. 슬프고 어둡고 아픈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 너무나 잘 어울리고 있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HOT라는 이름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JTL을 기억한다.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무대의 무게가 달라진다. 조금씩 경연이 본격화된다. 물론 아마추어다. 프로에 비하면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필 오프닝을 프로 댄스스포츠 선수들이 장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능이다. 본격적으로 댄스스포츠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도 중계방송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벼려진 송곳처럼 남다른 재능과 실력을 갖춘 이들이 드러난다. 어차피 경연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이제는 그 가운데 최고들만이 남는다. 송종국이 포함된 것은 의외이지만 그러나 만족스럽다.
드라마의 감동에서 경연의 감동으로 넘어간다. 배경스토리는 'My Story' 미션으로 마무리된다. 진검승부만이 남았다. 최여진인가? 예지원인가? 효연인가? 아니면 여성상위시대에 반역을 꿈꾸는 토니안과 송종국인가? 긴장보다는 기대가 더욱 고조된다. 어떤 놀라운 무대가 보여질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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