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떤 분야이든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그 안에서 우열을 나눈다는 자체가 부질없어진다. 처음에는 못하는 사람을 떨구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못하는 순서대로 차례로 떨어뜨리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는 잘하는 사람만 남게 된다. 그때는 어떤 기준으로 떨어뜨리고 남기고를 결정하는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그랬다. 결국 준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은 독일에 패하고 말았다. 3,4위결정전에서도 터키에 패하면서 4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당시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거둔 성적에 대해 고작 4위라 말하지 않는다. 4강이라 말한다. 세계에서 축구로써 가장 강한 네 팀 가운데 하나였다. 아쉬운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명예인 것이다.
이미 한 차례 우승도 경험했다. 출연자 가운데 최고라고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로부터도 인정받은 바 있었다. 클래스라고 한다. 고작 한 번이다. 평생에 단 한 번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한 번의 경험조차 평생토록 가져보지 못하고 스러지고 만다. 당장 <댄싱 위드 더 스타2>에서조차 시즌2에서 가장 잘 춘다는 마지막 네 팀 가운데서도 아직 한 팀이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조차 누르고 최고의 자리에 한 번은 올랐던 팀이 바로 송종국, 이지은 팀인 것이다. 그런 그들을 못해서 떨어졌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래서 담담한 것이다. 그래서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흔한 눈물조차 보이지 않는다. 물론 아쉬움은 있을 것이다. 없을 수 없다. 최선을 다했다.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도전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한 번은 더 기회를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면 한 번은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처음 도전하는 댄스스포츠에서 다른 출연자들과 겨루어 이루어낸 결과가 바로 12명 가운데 5번번째라는 성적이다. 오히려 최선을 다했기에 그동안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성적이 만족스럽고 자랑스럽다. 그만한 자격이 있다.
굳이 탈락이라고 말하지 않으려 한다. 탈락이라 말하기에는 그동안 송종국, 이지은 팀이 보여준 무대와 거둔 성적들이 너무 아깝다. 단지 일찌감치 순위가 결정되어 다른 남은 팀들이 나머지 순위를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는 위치로 물러나 있을 뿐이다. 더 이상 잘하고 못하고의 구분이 아니다. 잘하는 가운데 더 잘하고, 잘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하기는 신수지가 못해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가영 역시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고 있었다. 탈락을 말하기에는 그들이 보여온 무대와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미안하다. 항상 최선을 다해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던 이들이었다.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다. 나는 그들에게 감동받았다.
역시나 필자 자신이 느끼기에도 송종국의 무대에서는 왈츠에서 차차차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무언가 맥이 끊기는 느낌이었다. 실수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쩐지 두 개의 다른 춤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기에는 춤이 아직은 송종국의 몸에 붙지 않은 인상이었다. 왈츠가 차차차가 되고, 차차차가 왈츠가 된다. 동작들이 전반적으로 붕 뜬 느낌으로 파트너를 리드한다는 남성댄서의 역할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과연 송종국의 무대가 어떠했는가는 심사위원의 점수가 말해주고 있을 것이다. 점수를 매기며 봐야 한다는 것은 꽤나 불행한 일이다.
최여진은 뭐랄까... 몸이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선을 찾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몸매도 훌륭하지만 몸동작의 아름다움은 그 이상이다. 아니 몸동작이 아름답기에 몸매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상당히 선정적일 수 있는 노출이 심한 의상이지만 야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예술작품의 누드를 보면서 성적으로 흥분하는 경우란 그다지 없듯이, 그저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 감탄할 뿐이다. 시원시원하고 통쾌하다. 그러면서도 정교하고 야무지다. 섬세하다는 말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다. 파트너 박지우는 최고의 춤꾼이며 탤런트였다. 개인으로서도 최고지만 팀으로서도 최고다.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다.
예지원, 배지호 팀은 조금 의외였다. 최여진이 아름다운 선을 찾아간다면, 예지원은 주위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다. 자기만의 분위기로 그 공간을 가득 채운다. 배우라는 것일 게다. 연기하듯 춤을 춘다. 그녀의 표정과 몸짓을 따라 무대 위에 하나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느낌만 놓고 본다면 단연 최고이건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정도로 정교하게 기술적인 문제를 살필 정도의 수준은 되지 못한다. 그저 아름다울 뿐. 그녀의 춤은 최여진과는 다른 의미에서 무척 아름답다. 탈락후보였다니. 한 번은 우승을 하고 끝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효연의 경우는 액션은 좋지만 멈추는 동작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껴야 했었다. 역시 배우와는 다르다. 춤에서도 아직은 아마추어일 뿐이다. 아이돌로서는 프로지만 댄스스포츠에 있어서는 아직 배우는 입장의 아마추어다. 왈츠에서의 아쉬움을 자이브의 경쾌함으로 만회한다. 무대에서의 그녀는 매우 사랑스럽다. 역동적인 에너지가 그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녀는 아직 20대 초반이다. 동갑내기 파트너 김형석과의 격의없는 모습이 무척 유쾌하다. 보는 이마저 즐겁게 만든다.
토니안은 갈수록 남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멋있어진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어딘가 헐렁하고 어수룩해보였다. 하지만 무대에서 파트너 배소영을 리드하는 모습은 무척 당당해 보였다. 노력하는 모습도 좋다. 빼곡한 노트처럼 노력을 쌓아가는 그의 시간들이 좋다. 변화된 모습에서 그 시간들을 계량해 본다. 남자란 짧은 시간에도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다. <댄싱 위드 더 스타2> 초반만 해도 역시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워낙 남은 여성출연자들이 하나같이 쟁쟁해서 우승후보까지는 무리겠지만, 시즌1에서의 문희준고 같이 마지막 뒷심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겨우 발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은 여성출연자 셋이 3강을 이루고 토니안이 다크호스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예지원은 그동안 보여준 무대에 비해 결과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한 번은 드라마를 만들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최여진과 효연이 과연 그같은 틈을 보이려 할까 의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항상 금요일 밤이 즐겁다. 춤이 즐겁다. 춤을 추는 사람이 즐겁다. 몸매가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몸이 아름다워진다. 사람이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워지는 것이 춤이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것이 사람이다. 송종국은 탈락한 것이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보다 먼저 물러나 있을 뿐이다. 좋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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