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과 전쟁2 - 아내가 그처럼 악착같이 만일을 준비하려 하는 이유...

까칠부 2012. 7. 14. 10:19

얼핏 아내가 참 지독해 보인다. 어떻게 부부사이에 남편도 모르게 그 많은 돈을 숨겨둘 수 있는가? 하지만 정작 남편이 하는 것을 보니 아내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아내에게 돈이 있다고 그것으로 바로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이 부진하자 아내에게 기댈 생각을 하는가? 그러다가 아내돈까지 모두 사업에 쏟아붓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살려고?


결국은 전적으로 남성에게 가정경제를 의존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관행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남편이 죽거나 다치면, 아니 하다못해 직장만 잃어도 가정경제는 사실상 붕괴되어 버린다. 여성이 이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성에 의지하지 않고 여성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지간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다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남성에게만 의지할 수 있는가? 그럴만한 확실한 믿음을 주었다면 그래도 나았으련만 샐러리맨이란 언제부터인가 파리목숨의 다른 말이 되어 버렸다. 드라마에서도 명예퇴직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만일을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남편이 안다면 그것은 만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드라마에서도 아내에게 돈이 있다는 것을 알자 남편은 자신의 가족에, 그리고 사업에 그 돈을 모두 쓰려 한다. 자기에게 돈을 주지 않는 남편을 원망한다. 그 뜻을 모두 따라주다가는 돈은 모으지 못한다. 그만한 믿음을 남편이 주지 못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주부로서의 과도한 책임감이 남편에게까지 비밀로 돈을 모으는 일에 집착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남편이 모든 사실을 알고 아내를 압박하기 전까지, 더구나 남편이 직접 이혼을 말하기 전까지도 아내는 정작 이혼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았었다. 남편과 계속 산다. 다만 딴주머니만 찬다. 결국 남편과 자신, 그리고 자신들의 아이를 위해 쓰일 돈이다.


어차피 아이는 자란다. 그리고 자신들도 늙어간다. 아이가 자라면 자라는대로 돈이 들어간다. 대학까지 가르치고 다시 결혼까지 시키려면 어지간한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더구나 늙는 것처럼 서러운 것도 없다. 회사에서도 정년이라고 나와야 하는데 그렇다고 재취업이 쉬운 것도 아니다. 수입도 훨씬 낮아진다. 아직도 살 날이 남았는데 경제적으로 거의 무력한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에 기대는 것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때 어디에서 돈이 나오겠는가? 아무리 아끼고 그때까지 모으려 한다고 해도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다.


만일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가계를 책임지는 입장에 있었다면. 남편이 버는 만큼 아내도 번다. 남편이 벌지 못하면 아내가 벌어 가족을 부양한다. 서로가 버는 만큼 몫을 나누고 집안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공동으로 협력한다. 바로 자문위원들이 말한 존중이다. 남편이 밖에서 돈을 버는 역할을 인정하고, 아내가 집안에서 돈을 모으는 역할을 인정한다. 최소한 사업을 하려 한다면 아내의 동의를 구한다. 집안의 돈이 남편 개인의 돈은 아니다. 남편의 수입이 가계수입의 전부가 되다 보니 아내의 수입은 가욋돈이다. 아내 개인의 돈이 되어 버린다. 


한국사회의 슬픈 단면이랄까? 경제적으로 항상 불안에 쫓겨야 하는 여성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만에 하나 이혼을 하더라도. 혹시라도 남편에게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미리 준비하며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여성이 혼자서 가계를 부양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성이 받아들이기에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내가 아닌 남편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를 너무나 흔히 보게 된다. 혼자 사는 것도 힘든데 더구나 가족까지. 강박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내를 일방적으로 탓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나 자주 본다. 남편만 믿고 살다가 어느 순간 가혹한 현실로 내던져지는 여성들을. 그리고 그 아이들을. 대책이 없다. 취직을 하기도 힘들고 취직을 하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급여를 받기도 힘들다. 한 순간에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빈곤층에서 극빈층으로 떨어지고 만다. 절망에 치여 더 이상 가족이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어디 한둘일까? 그런 점에서 보면 현명한 것이다. 친정어머니의 경험과 교훈도 있었다. 다만 남편의 입장에서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비밀로 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도 아내만을 탓할 것인가?


하지만 정작 그같은 여성의 우리사회에서의 경제적 지위를 이야기하기에는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부사이의 문제일 것이므로. 부부사이에 사회적인 담론까지 고려하고 책임져야 할 이유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조언도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현실이다. 그것은 이미 전제해야 할 현실일 터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 어떻게 현명하게 조율하며 살아갈 것인가? 답은 그럼에도 존중일 터지만.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존중이다.


남편은 번다. 그리고 쓴다. 아내는 모은다. 전통적인 역할이다. 그것이 조금 지나쳤다. 남편도 지나쳤다. 번다는 것을 과신하고, 쓰는 것에도 무모했다. 아내가 더욱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지는 이유다. 친정어머니를 통해 이미 경험한 사실들이 있다. 차라리 남편이 한심스러운 것은 필자가 바로 남자인 때문일 것이다. 남자가 그래서는 안된다. 현실이 쓰다. 드라마가 쓴 까닭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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