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JK가 예전 미국에서 흑인 친구들과 함께 귀국해 제대로 힙합을 해보려 했을 때 관계자들이 많이 비웃었단다.
"한국에서는 이런 게 힙합이야!"
그런 말도 안되는 음악을 가지고...
물론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되는 건 당연하다. 일본의 스시도 미국으로 가면 캘리포니아 롤이 되는 거다. 중국의 짜쟝미엔과 우리나라의 짜장면도 또 전혀 다르고. 같은 만두라도 중국에서 먹는 만두와 우리나라에서 먹는 만두와 일본에서 먹는 만두가 다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각자의 고유한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우리가 짜장면을 먹는다고 짜쟝미엔을 모조리 자장면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회덮밥이 사실 회가 들어간 야채초고추장비빔밥이라고 그것이 일본식 회덮밥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이탈리아 요리를 먹자면 이탈리아 방식을 존중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방식이라는 게 있어!"
"그동안 이렇게 해 왔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내 돈주고 내가 먹겠다는데 웬 말이 많아?"
사실 파스타에 나오는 이탈리아 식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이렇게 획일적이 되어 버리는 이유,
"나는 이런 걸 듣고 싶거든?"
문화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제작자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과연 어떤 생각으로 그런 것을 만들었는가? 과연 어떤 의도로 그렇게 만들었는가? 과연 제작자가 추구하는 바는 무언가?
그러나 그런 것 없다.
"이런 걸 보고 싶다고!"
"이런 걸 들려달란 말야!"
하긴 그것이 또 대중문화의 속성이기는 하다. 그래서 대중문화란 항상 클리셰덩어리다. 클리셰란 마치 음식에 쓰이는 조미료와 같다. 어떻게 해도 딱 기대한 만큼의 맛이 나오도록 하는 것. 인스턴트 식품이나 가공식품들이 어지간해서는 비슷한 맛으로 실망을 시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대중의 습관에 기대는 그런 것,
물론 그것도 좋기는 하다. 중요하다. 그러나 거기서 한 발도 나가려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비근한 예로 새로운 리얼버라이어티가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 쏟아지는 요구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거든?"
"이 프로그램에는 이런 것들이 있거든?"
"여기서는 이런 게 재미있다구!"
"이 사람을 넣어!"
"저 사람을 넣으라구!"
즉 새로운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려 하기보다는 과거의 프로그램을 재현하려 드는 것이다. 제작자의 의도보나는 자신의 체험을 반복하고 싶은 것이고.
"이제까지 이런 것으로 좋았는데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실제 영화든 드라마든 뻔한 것은 싫다고 하면서도 항상 소비되는 것은 그런 뻔한 것들이다. 조폭영화가 유행할 때는 입으로야 욕을 해도 가장 많은 관객이 드는 것이 조폭영화였고, 맨날 사랑타령이네 뭐네 해도 그런 드라마들이 잘 나갔다. 오히려 아니면 비난을 들었지. 뭔 헛짓이냐고.
물론 그런 이면에는 보다 나은,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심리가 있는 것도 분명하기는 하다. 아니었다면 대중문화는 그대로 정체되어 썩어버렸겠지. 그것을 가능케 한 것도 항상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던 어떤 대단한 개인이나 작품이었고.
"아, 이건 굉장하구나!"
그러나 그 확률은 매우 낮다. 새로운 것을 내놓아 그것이 대중에게 선택을 받을 확률이란 매우 낮기에 제작자들도 고민하게 된다.
"이게 될까?"
그러면서 점차 이전의 성공사례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비슷해지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창작자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이되 제작자는 보수적이다. 기존의 관습에서 잘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헐리우드 영화라 하면 떠올리고 마는 어떤 공식처럼. 일본 만화나 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그런 정형화된 공식들처럼. 말했듯 그런 클리셰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것은,
"내가 내 돈 내고 먹자는데 왜 남의 눈치를 봐야 돼?"
그런 오만함. 새로운 것을 조금은 겸허하게 창작자의 의도를 생각해가며 접근해가려 하기 보다는 지레 자신의 일방적인 기호에 맞춰 판단하고 선을 그어 버리는 것. 딱 이것 아니면 아니다.
이를테면,
"뭐뭐라면 뭐뭐라야지!"
그것을 마치 뭐라도 대단한 사실이라도 되는 양 반복해 떠들어대고. 가끔은 과연 그것이 속에서 우러나서 하는 말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과연 그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하고,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문제가 될만한 것들인가. 글쎄...
물론 그럼에도 파스타 역시 클리셰덩어리다. 어디서 본 듯한 뻔한 코드들로,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연주되고 있다. 겉모습은 세련된 재즈지만 한 꺼풀 들어가면 뽕코드와 뽕멜로디로 범벅된 뽕가요라고나 할까? 락인 양 들어도 그러나 실상은 그냥 뽕.
사실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식당과 요리사라는 흔치않은 배경과 소재로, 그러나 성격은 나쁘지만 외곬수에 올곧은 쉐프와 그와 대립하면서도 따르는 신참과 정체를 감춘 오너, 오너를 대신한 야심많은 지배인, 그와 협력하여 쉐프와 대결하는 부주방장, 쉐프와 어쩐지 사연을 간직한 듯한 나쁜 여자라고 하는 뻔하지만 쉽게 납극할 수 있는 코드들이 있기에 흔치 않은 배경과 소재도 어느새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해하기도 쉽고, 예측하기도 쉽고, 그래서 기대도 되고. 이렇게 될 것이라...
이번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흔히 나오는 이야기 아니던가? 그 올곧음과 고지식함이 기존의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무언가를 바꾸는 그런 이야기란. 흔하지만 가장 잘 먹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대중에게 한 걸음 다가간 훌륭한 TV드라마라 하겠다. 그게 또 재미있었고. 영상도 좋고, 연기들도 좋았고.
아무튼 많은 것을 생각케하는 4화였다. 당연하게 피클이 나온다고 그것에 너무 당연하다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닌가. 소스로 범벅이 되어 있는 파스타를 너무 당연하다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쉐프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로로지 푸와그라를 먹고 싶다는 자신만의 요구에 충실한 것은 아닌가.
문화란 다양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인데. 다양성이란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날 때 더 드러나는 것일 텐데. 그러나 그 창작자의 개성을 이해할 의지가 있는가. 그럴만한 인내심이 있는가.
그렇다고 비판을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보듯 그것은 때로 보다 엄격한 기본과 기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리고 원칙이다. 비판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오히려 문제라면,
"재미있으면 그만 아닌가?"
"재미있으니 됐네!"
재미만이 전부인 양 더 이상의 이야기를 막아버리는 태도일 것이다. 한국식이라 아무리 입맛에 맞아도, 입맛에는 맞지 않아도 일본인들이 즐기는 본래의 맛을 즐겨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터인데도. 아니면 그와는 다른 또다른 취향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오버해가면서 그렇게.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고, 아예 멀리 나가 엉뚱한 이야기를 헤집어 보기도 하고. 그런 것이 또 한 재미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을 오로지,
"맛있으면 그만 아냐?"
그래서 그 맛있는 하나로, 한국인의 입맛이라는 하나로 죄다 뒤섞여 국적불명이 된 채 하나로 획일화되어가는 것이다. 원래 그것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거기에 뭔 다양성이?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이번의 파스타란. 아주 간만에 - 그러니까 에...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본 드라마였다. 좋았다. 아주. 기다리며 볼 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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