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걸그룹이 쉬지 못하는 이유...

까칠부 2010. 1. 15. 14:40

남자 팬덤과 여자 팬덤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여자팬덤은 기본적으로 충성도와 결집도가 높다. 어지간히 활동을 않는다고 이탈하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당장 5년째 2집을 내지 못하고 있는 SS501의 팬덤을 보라. HOT와 신화, GOD의 팬들도 아직 남아 있다. 그에 비해 SES, 핑클, 베이비복스는?

 

원더걸스의 예은인가가 방송에 나와서 그랬었지?

 

"철새 팬들!"

 

원래 그게 남자의 속성이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능하다. 반대로 남자들은 즉물적으로 반응하는데 능하다. 원시사회에서 여성이 맡는 역할이 주로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채집이고 남자의 역할이 당장의 사냥감을 추적하여 잡는 것인 것과도 관계가 있다. 여자는 기다려서 채집할 줄 알고, 남자는 바로 앞에 나타난 것에 반응하여 잡는 것을 잘한다.

 

2PM팬들이 박재범 돌아오라 난리쳤을 때 많은 남자들이 그 심리를 이해 못한 것도 그래서다. 아마 그것이 어느 걸그룹이고 남자팬들이었다면 처음에는 놀라고 당황하다가 이내 바로 새로 들어온 더 예쁘고 어린 멤버에게 바로 시선을 빼앗겨버릴 걸? 실제 그러고 있기도 하고.

 

즉 남자들이란 바로 눈앞에 있는 대상에 반응한다. 보이지도 않는 것을 굳이 추상적으로 대상화하며 기다리는 취미는 없다. 당장만도 음악활동 몇 달 안 했더니만 팬덤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예능에 아무리 얼굴을 비쳐도 아이돌이란 무대에 섰을 때 빛나는 존재니까.

 

초창기 걸그룹이라면 SES와 핑클, 베이비복스 정도였다. 그나마 SES 일본으로 가고 나서는 국내에서는 거의 잊혀지다시피 했다. 처음 치고 나간 것은 SES였지만 - 음반성적도 SES가 더 좋았다. - 그러나 일본으로 건너간 순간 국내 걸그룹판도를 장악한 것은 핑클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니까. 그럼에도 걸그룹이라고 해봐야 SES와 핑클, 여기에 곁다리로 베이비복스가 하나 더해지니 활동에 여유가 있었던 게지. 당장 잠시 쉰다고 어떻게 되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일단 걸그룹부터가 포화상태다. 미국으로 가버린 원더걸스를 제외하더라도 소녀시대, 카라, 애프터스쿨, 포미닛, 2NE1, 티아라, 시크릿, JQT, HAM, F(x) 등등등... 브아걸은 솔직히 걸그룹에 넣기에는 반칙이기는 하지만 브아걸도 그런 걸그룹의 하나로 간주하니 그것까지 포함해서도.

 

물론 이 가운데서도 애프터스쿨이나 2NE1은 성격자체가 다른 걸그룹이다. 브아걸도 마찬가지. 포미닛은... 조금 애매하기는 하다. 반면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는 어느 정도 - 아니 상당부분 팬층이 겹친다. 티아라의 경우는 데뷔곡 자체는 컨셉을 달리 했는데 보핍보핍을 들고 나오면서 특히 카라와 많은 부분 겹치게 되었다. 한 마디로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제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 하나 빈틈을 보이면 그리로 팬덤이 옮겨가는.

 

전쟁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심하기 이를데 없는 남자팬들이다. 언제 어디로 잠시만 틈이 보이면 날아가 버릴 지 모르는 철새와도 같은 남자팬이다. 그런데 더구나 경쟁자도 많다. 그것도 성격이 비슷하여 팬층을 공유하는 경쟁자들이다. 상대적으로 지금 현재 휴식을 취하거나 미디어를 통한 노출을 자의든 타의든 적게 하고 있는 팀이 누구인가를 보면 되겠다. 2NE1이 굳이 예능출연을 않고도 버틸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2NE1의 주된 팬덤은 여성이고, 또한 2NE1과 다른 걸그룹과는 겹치는 것이 거의 없으니.

 

그래서다. 한 마디로 쉴래야 쉴 수 없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전쟁터라 그렇다. 한 순간이라도 마음을 놓고 자리를 비우는 순간 누군가 그 자리를 빼앗아 갈 지 모른다. 한 순간이라도 마음을 놓고 쉬어 보겠다 하는 순간 완전히 잊혀져 버릴지 모른다. 원더걸스가 그랬던 것처럼, 천상지희나 SES가 그랬던 것처럼 빈 자리는 어느샌가 다른 누군가가 채워버리고 자신은 잊혀질 지 모른다.

 

그것을 기획사부터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잊혀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순간 잊혀지리라는 것을. 한 번 잊혀지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다른 걸그룹이 틈을 보이지 않는 한. 특히나 음악적인 성과보다는 걸그룹 자신의 매력으로 더 어필하는 아이돌이기에 더욱.

 

쉬지 않는 게 아니라 쉴 수 없는 거다. 쉴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냥 버티는 거다.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한 걸그룹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그것이 설사 자신의 생명을 깎아먹는 행위일지라도.

 

세상에 쉬운 일이 뭐 있겠냐만 그래서 연예인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다른 일은 잊혀졌다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쉬었다가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연예인은 잊혀지면 끝이다. 오랜 휴식은 곧 잊혀짐이고 사라짐이다. 어지간한 대단한 연예인들도 그렇게 사라져갔다.

 

"재충전을 하겠습니다."

 

그것이 영영 재충전만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리라고는...

 

그래서 나는 걸그룹의 예능출연을 단순히 이미지소모로만 보지 않는다. 이미지소모를 걱정하기에는 그만큼 그녀들의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치열하면서도 절실하니. 더 많이 나와서 더 많이 접촉하고 더 많이 알리고, 기존의 팬은 여전히 끌어안고 아직은 팬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어필하고.

 

앉아서 이미지관리하기에는 현실이 그리 진흙탕이더라는 것이다. 나중을 생각하기에는 당장이 너무 급하고. 과연 어찌해야 할까? 고상하게 뒤로 물러나 앉아 대중이 기다려주기만을 바랄까? 아니면 진흙탕 속으로 몸을 던져 이미지를 소모하든 어쨌든 대중을 끌어당겨야 할까? 그래서.

 

물론 그럼에도 아직 어린 나이인 경우가 많기에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구하라의 경우는 걸그룹사상 최초의 예능 3개 동시 고정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덕분인지 얼굴이 많이 상했던 것이... 박규리도 얼굴에 피로가 보이고. 건강상에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이미지관리도 하고, 휴식도 취하고, 그러나 그 사이에도 여전히 다른 걸그룹들은 활동중이더라는 것이다. 그들의 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팬덤도 이동하고. 과연 쉴 수 있겠느냐? 그게 문제라는 거다.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녀들의 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