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아버지란 바깥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집에 있어서는 곤란했다. 나가서 일을 해야 했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따라 그 가족들의 위상이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아버지를 집에서 보아서는 그래서 절대 안되었다.
그래서일 것이다. 많은 자식들에게 있어서 아버지의 뒷모습이란 그다지 정겹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무력하고 초라하며 무위한 모습으로 비쳐지기 일쑤다. 밖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와도 집안에서는 아무 하는 일 없이 피곤에 지쳐 늘어진 모습만 보게 되다 보니 아버지란 그렇게 대단할 것 없는 존재로나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대단한 일을 위해. 무언가 가족을 위해 크게 일을 이루고자. 하지만 결국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이란 그 빈 자리 만큼이나 원망스럽고 한심스런 모습에 불과한 것이다. 바로 이서영(이보영 분)의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처럼.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은 가족에게 있지 않다. 항상 밖을 보며 보다 크고 대단한 것을 쫓으려 한다. 그러나 가족으로 떠나 있는 그 빈자리는 항상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어머니가 홀로 그 자리를 채우며 남은 자식들을 보듬는다. 그 어머니마저 떠나버렸다.
어쩌면 많은 자식들의 근저에 깔린 어떤 무의식일 것이다.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그를 원망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도 그를 한스러워한다. 거부하고 미워하며, 그러나 외면할 수 없다. 아니 그래서 더 원망하고 미워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아예 외면하고 보지 않을 수 있다면 무심할 수라도 있다.
남주인공 강우재(이상윤 분)의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강기범(최정우 분)과 강기범의 친구이면서 그의 부하로 굴종적인 삶을 살아가는 최호정(최윤영 분)의 아버지 최민석(홍요섭 분)의 모습이란 그같은 여러 군상의 아버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억지로 자식을 찍어누르려 하고, 가족을 위해 밖에서 굽히며 지내건만 그것이 도리어 가족까지 위축되게 만든다. 그래도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바로 아내와 자식을 위해서. 그러나 과연 그같은 아버지에게서 아내와 자식들은 행복한가? 아버지의 부재를 본다. 놀랄 정도로 전형적이다.
우연과 필연이라는 로맨스의 공식은 드라마에서도 재현된다. 이서영과 강우재의 만남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오해였고 엇갈림이었다. 마주치고 있었다. 우연히 스치고 지났고, 필연적으로 이서영이 강우재의 오토바이를 훔쳤고, 운명처럼 두 사람은 강우재의 동생 강성재(이정신 분)의 과외선생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만나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 자신의 오토바이를 훔친 범인이 이서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까지도 현대과학기술은 카메라의 최소화소단위 이하의 해상도를 재구성해내는 능력이 없다.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거짓말이다. 그런 식으로 선명하게 해상도를 높여 분석할 것이면 못잡아낼 교통법규위반자가 없다.
하여튼 역시나 일요일 저녁시간대라는 것일 게다. 가족시간대다. 익숙하게 드라마를 즐기는 편안한 시간대다. 새로운 시도란 불필요하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범한 것으로도 좋다. 놀라움은 없지만 안심하고 공감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연기와 연출에 달린다. 얼마나 맛깔나게 재미있게 장면과 이야기를 뽑아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저 전형적인 드라마 이상은 아니다. 흥미롭지만 흥미로운 것이 곧 재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시작은 쉽지만 시장이 곧 끝은 아닌 것이다. 재미있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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