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동동기는 이성동기와 충동동기로 이루어진다. 충동이란 인간이 갖는 본능적 욕구일 것이며, 이성이란 바로 그같은 충동을 억누르는 기제로써 작용한다. 그리고 그 이성을 발현시키는 것이 바로 사회적 존재로서의 교육과 훈련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모방과 비교를 통해서 어떤 것이 훌륭한 인간이며 만족스러운 자신인가를 배우고 익힌다.
그래서 폭력은 유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폭력의 충동은 있다. 폭력을 통해 억압된 자신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란 오히려 없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폭력을 스스로 자제하며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그것을 억누르는 이성과 양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장과정에서 그것을 주위로부터 충분히 배우지도 익히지도 못하고 자란다.
드라마에서도 묘사된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가장의 양면성이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미안해 하는 것도 진심이다. 그리고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진심이다. 사랑하는 것도 진심이고 그 순간 미워하는 것도 진심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순간은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나서는 그것을 누구보다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한다.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키는대로. 자기 안에서 시키는대로.
그리고 그것을 다시 아이들이 배우게 된다. 아니 아내 역시 따라배우게 된다. 전염된다. 벌써 스물이 넘어 성인이 되어 입대한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쉽게 군대의 억압과 강요의 문화에 길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만 충족되면 된다. 양심이란 존엄이다. 이성이란 바로 그 양심을 위하 봉사한다. 그런데 자신이 하찮다. 멋지지도 훌륭하지도 않다. 짐승이 된다. 그저 본능에 사로잡혀 사는 추악하고 가련한 짐승이다.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사회성이 결여된 것이다. 집밖에서의 생활은 몰라도 - 아니 대부분은 집밖에서도 자신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그같은 비상한 결여가 구체화된 것이 이른바 사이코패스라는 것이다. 선천적인 이유에서든 후천적인 이유에서든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양심과 이성적 판단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도 겉보기에 멀쩡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여긴다.
사실 여기에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폭력불감증도 한 몫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 때부터 맞는다. 집에서도 맞고, 학교에서도 맞고, 군대에서도 맞는다. 과거 직장에서도 상사에게 맞는 경우가 있었다. 사랑의 매라고 했다. 교정차원이라고 말한다. 너를 위해서라 말한다. 얼마든지 좋은 마음으로도 사람을 때릴 수 있다.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그냥 돌아가고 마는 것은 남편이 되어 아내나 아이 정도는 때릴 수 있다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집안의 문제다. 남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전통적인 가부장주의와 결합한다.
그나마 드라마에서 아내에게는 현명한 동생이 있었다. 어머니 역시 현명했다. 남편의 폭력에 대해 아는 순간 어머니와 동생은 그녀에게 이혼을 권유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아내가 믿고 의지한 대상도 바로 현명하고 강인한 자신의 여동생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오히려 딸이나 누이가 이혼한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뜯어말려 끝까지 살도록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자식 때문에라도, 그리고 가족 때문에라도, 배우자가 잘못해서 이혼하겠다는데 왜 그것이 남부끄러운 일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동생이 있어 아내는 자식들을 위해서 헤어질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남편의 어머니처럼 굳이 도망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폭력은 병이다. 폭력의 충동을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병이다. 알콜이나 다른 약물에 의해서든, 아니면 맨정신에 그러는 것이든, 그것은 심각한 인간으로서의 사회성의 결여라 할 수 있다. 격리되어야 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하지만 워낙 사회 전체에 폭력이 만연해 있다 보니 - 인터넷문화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사이버 폭력을 가함으로써 당연하게 해소하려 한다. 그것을 '까는' 대중의 권리라 여긴다. 폭력이 일상화된다. 폭력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비단 아내만이 아니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하기는 그렇게 폭력에 인간은 길들여진다. 폭력에 길들여진 사람은 폭력을 자제할 이성을 갖추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그 폭력이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일상화되고 당연시된다. 가정폭력이 그 출발이다. 권위에 의해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야 말로 그 시작이다.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살다 보면 낫겠지. 반성하니 좋아지겠지. 사과하니 진심이겠거니. 사과만 진심이다. 다시 거기에 길들여진다. 폭력 이외에 대해서. 폭력의 이면에 대해서. 중독이다. 이혼이 답이다. 명쾌하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이혼해야겠다. 지지한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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