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한 달 만의 무모한 도전, 중도포기가 다행스럽다.

까칠부 2012. 10. 8. 09:49

악취미적이라 생각한다.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심지어 바다에서 수영을 해야 하는데 헤엄조차 치지 못하는 사람들마저 있었다. 과체중으로 특수한 자전거가 있어야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온갖 지병을 달고 사는 사람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들더러 어느날 갑자기 건강한 사람도 힘든 철인 3종경기에 출전하라고 한다.

 

시간이라고 여유있게 준 것도 아니었다. 고작 한 달 남짓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모든 훈련을 마치고 대회에 참가해야만 했다. 훈련만 한 것도 아니다. 각자 연예인으로서 자기 스케줄이 있었다. 공연이 있었고, 다른 TV프로그램의 촬영도 병행해야만 했다. 당장 <남자의 자격>만 하더라도 '가족합창단'이라는 장기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그동안 남자들은 얼마나 달라져서 '철인 3종 경기'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치러낼 수 있을까?

 

예상한 대로였다. 주상욱과 윤형빈, 김국진, 그리고 김준호. 그나마 김준호가 의외라면 의외였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보았을 때 어쩌면 완주를 못하지 않을까 지레 단정짓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여기까지가 납득할 수 있는 완주가 가능한 멤버의 전부였다. 이경규는 벌써 50줄을 넘어가고 있었고, 김태원과 이윤석은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김준현 또한 과체중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김준현이 만일 끝까지 마라톤까지 완주하려 했어도 과체중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관절에 큰 부상을 입기 쉬웠을 것이다. 그나마 어려운 가운데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점이 감동이라면 감동이었을까.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한다고 철인 3종 경기를 치를만한 몸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철인 3종 경기를 치를만한 몸 컨디션을 만들어주고 경기에 참가하라 하는 것도 아니다. 짧은 시간을 주고 그 안에 연습을 마친다. 그리고 어찌되었거나 경기에 참가하도록 한다. 나머지는 멤버들 자신의 의지에 맡긴다. 원년의 마라톤이 그러했듯 무리를 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을 위한 그림이 되리라. 그러나 마라톤은 물론이거니와 철인 3종 경기와 같은 난이도 높은 경기에서 자신의 체력을 넘어선 최선이란 때로 당사자의 위험을 담보한 모험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김태원이 과연 거기에서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경규와 이윤석이 포기하지 않고 마라톤에서 그랬듯이 마지막까지 완주를 고집했다면. 마라톤까지 완주하고서도 김준현은 멀쩡할 수 있었을까? 한 달이란 중간에 결국 포기하고 만 멤버들에게서 볼 수 있듯 부족한 체력과 기술을 채워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단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억지로 경기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가학이 아니면 무엇이 가학일까? 심지어 중간에 포기하거나, 포기가 빨랐던 멤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까지 적잖이 나오고 있다. 무엇을 의도한 것인가?

 

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 해서는 절대 안되는 것도 있다. 김태원과 같은 몸상태로서는 철인 3종경기는 절대 무리다. 이윤석으로 하여금 철인 3종경기에 출전하도록 하려면 그 전에 먼저 그의 몸부터 만들어주어야 한다. 준비가 마쳐지지 않으면 아예 포기해야 한다. 사람을 위해 있는 철인 3종 경기이지 철인 3종 경기를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렇게 우습다. 사람이 수단이 된다. 무리한 예능으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간 것이 그리 오래지 않다. 그것이 남자의 자격인가? 준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이? 남자라면 먼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주위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차라리 더 길게 보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조금씩 수영실력도 는다. 조금씩 마라톤도 늘어간다. 어느 순간이 되면 그래도 마음놓고 경기에 내보낼 수 있다. 그 과정을 보여준다. 철인 3종경기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단지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가. 무모하게 순간의 객기로 경기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에게 성급하지 말 것을 먼저 전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김준현의 모습이 감동스럽기보다는 차라리 안타깝기까지 했다. 이윤석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포기한 김태원이 다행스러웠다. 그에게는 그를 필요로 하는 무대와 팬들이 있었다. 이경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주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사람만 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감동을 쥐어짜려 한 제작진의 의도에 대해 유감을 전하는 바다.

 

쉬운 운동도 사실 쉽게 해서는 안된다. 어려운 운동이라면 더 어렵게 해야 한다. 예능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예능이라 할지라도 멤버들 자신은 다를 것 없는 개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한 것이 보인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무모하다.

 

다른 리얼버라이어티도 마찬가지다. 시청률에 급급해 너무 출연자들을 소모적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가. 특히 이번 철인 3종 경기는 너무 성급했다. 그나마 중간에 포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런 것을 기대한 것이 아니다.  <남자의 자격>이 사라지고 있다. 아쉽고 안타깝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재미없었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