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총수가 할아버지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고 그것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었다. 임직원이란 단지 회사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믿고 있던 측근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만다.
졸지에 여주인공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죽이고 그녀를 나락으로 내몬 샐러리맨 출신의 측근은 철저한 방종과 타락 끝에 스스로 몰락하기 시작한다. 이후 드라마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죽은 총수의 손녀인 여주인공에게 총수의 자리를 돌려주는가.
소설 '은하영웅전설'을 보면 제국의 황제를 동맹으로 망명시키기 전 의도적으로 왕위를 잃고 쫓기는 왕자의 이야기를 페잔의 후원으로 방송하는 내용이 나온다. 지극히 정치적이고 상징적이다.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총수의 손녀에게 총수의 자리를 권력자의 딸에게 권력을.
내가 그 드라마를 무척 불편하게 봤던 이유이기도 하다. 혈통이다. 리니지다. 모든 가치 위에 그것이 있다. 그리고 대선을 맞는다. 그 후보는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허튼 의심일까? 의도란? 우연일 수도 있다.
아무튼 신기하다. 단지 아버지의 딸이라는 이유로. 할아버지의 손녀라는 이유로. 더구나 아버지를 죽인 그 인사들에 대한 증오가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권에 대한 증오다. 한국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말하지만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었다. 민주주의공화국 대한민국의 정당한 대통령이 아니었다. 군주였다. 찬탈자였으며 전제자였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웃는다. 웃음이 많이 헤퍼졌다. 우습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의 - 운명이라는 이름의 작위, 만남이 익숙하다. (0) | 2012.10.03 |
---|---|
마의 - 제목에 대한 섣부른 기대와 실망, 아직은 흔하다. (0) | 2012.10.02 |
뱀파이어 검사2 - 작가와 대중이 만나는 지점, 잔혹한 살인과 만나다. (0) | 2012.10.01 |
내 딸 서영이 - 진부하지만 분명한 멜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기대하다. (0) | 2012.09.30 |
아랑사또전 - 홍련과 방울, 중심을 잃은 은오와 아랑의 멜로... (0) | 2012.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