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착한 남자 - 시련과 시험, 강마루 서은기 옆에 서다!

까칠부 2012. 10. 18. 10:08

답답하다. 화가 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그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아직 자기가 그녀에게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 떠나보내면 그만일 것이라 여겼는데 어쩌면 이 여자는 이리 손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가.

 

어린아이와 같다. 생각이 유치하고 단편적이다. 자기가 시킨 것이 아니라 말한다. 자기가 데려오라 시킨 것이 아니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서은기(문채원 분)는 강마루(송중기 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자기를 데려가려 해서 한재식(양익준 분)에게 화를 내고 있다 생각한다. 보통은 다르게 생각하기 쉬울 테지만 지금 그녀의 수준에서 한재식이 자신을 강마루에게 데려가려 했다는 사실을 머리에서 지우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시험이었다. 자기에 대한 시련이기도 했다. 그녀는 돌아올 것이다. 아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자기를 만나려 다시 그의 집을 찾을 것이다. 아니 그녀는 영영 자기를 잊고 다시는 그를 찾지 않을 것이다. 확신이 있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마냥 기다리는 경우란 없다.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함부로 자신을 굴리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자기를 찾아오리라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 자신을 함부로 저렴하게 내굴리고 있었을까?

 

그러나 다시 찾아왔다.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돌려보내주었다. 그녀를 위해서. 어차피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사람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그것이 그녀를 위하는 길이라고 그렇게 믿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보내주었다. 단지 미련이었다. 그녀가 남겨두고 간 빈 자리가 너무 서러워 그렇게라도 부여잡고 위로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봐야 채워지지 않을 그 빈 자리가 더욱 시리고 서러웠을 테지만.

 

이미 한 번의 실망을 경험했다. 한 번의 절망과 좌절을 겪어 봤었다. 한재희(박시연 분)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영영 자신과는 다른 길을 - 다시는 만나지 못할 그녀만의 길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붙잡아 다시 돌려세우고자 발버둥도 쳐봤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것은 그의 알량한 자존심이며 다시 한 번 실망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은기는 다르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을 때도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를 찾아왔었고, 모든 것을 잃은 지금도 오직 한 가지 자기에 대한 것만을 간직한 채 자기에게게 돌아왔었다.

 

상을 주어야 한다. 시험을 통과한 그녀에게 자신을 위해서라도 무언가 베풀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 그녀를 위해 줄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녀를 그저 떠나보내려고만 했지만,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그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생겼다. 그녀에게 자신이 필요한 이유가 생겼다. 그녀의 곁에 있고 싶다. 그조차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고마움이 사랑이라고. 걱정하는 마음이 그녀를 생각하는 그의 진심이라고. 그도 어떻게 보면 겁장이다. 서은기 앞에 솔직한 자신의 모습으로 있기가 무척 두렵다. 사랑은 사람을 두렵게 만든다. 서은기는 그런 점에서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한재희의 이중적인 모습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타협한다. 절묘한 지점을 스스로 찾아낸다. 오빠 한재식이 서은기를 어딘가 멀리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리려 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동의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반대도 하지 않았다. 적당한 때. 어쩌면 서은기가 한재식에 의해 그의 말대로 영영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뒤인지도 모르는 때에,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이 확실해지기 전에 그녀는 서은기의 아버지 서회장의 후처로서 그녀의 새어머니로서의 자신을 연기하려 한다. 아니 그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단 서은기가 안전한 상태에서 자기에게 위협이 되고 있을 때는 결코 드러내지 못할 진심이다.

 

선량하기는 하지만 강하지 못하다. 용기있지도 못하다. 그것이 그녀의 장점이며 한계다. 그녀는 결코 자기가 손해보는 길로는 가려 하지 않는다. 가고자 해도 두렵고 겁나기에 항상 피해가려 한다. 그녀가 지금 이 순간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그런 그녀 앞에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상대가 나타난다. 피해가려 해도 놓아주지 않을 집요하고 강인한 상대다. 서은기가 아니다. 그의 뒤에 선 강마루다. 누구보다 한재희에 대해 잘 아는. 이제 본격적인 그녀의 시련이 시작된다.

 

사실은 상당히 평이한 전개였다. 그런데 사소할 수 있는 중간단계를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오히려 극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서은기가 모든 것을 잃은 채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그리고 마침내 1년의 시간이 지나 한재희의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 한다. 그녀의 곁에 - 아니 뒤에 강마루가 서 있었다. 강마루는 어떻게 서은기를 지키며 서은기가 잃은 것들을 다시 되찾아주게 될까?

 

너무 성급한 감도 없잖아 있다. 조금은 그 사이의 내용을 충실히 채웠어도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미니시리즈다. 내용은 풍부해질지 모르지만 한정된 분량 안에서 오히려 중심이 흐트러질 수 있다. 지금까지도 너무 길었다. 한재희와 맞서싸우기까지, 아니 강마루와 서은기가 서로에 대한 진심을 스스로 확인하기까지, 그 진심이 서로 이어지고 있는가는 아직 알 수 없다. 서은기의 자격지심과 강마루의 열등감이 어디까지 충돌하며 어디까지 양보하려는지.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에 있어서도 지난 1년의 공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가 더욱 재미있어지려 한다.

 

문채원은 순백이다. 한재희는 탁한 먹빛이다. 송중기는 햇살에 비친 하얀 창호지와도 같다. 하얗지만 수많은 얼룩이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색색의 욕망들이 그들의 주위를 감돈다. 아니었다면 단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만으로 족했을 것이다.

 

약간은 김이 빠지는 느낌이다. 조금은 힘이 빠졌다. 하지만 숨고르기다. 긴장을 유지한 채 모든 거리를 전력으로 달리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도 무리다. 힘을 빼고 다시 그 힘을 조인다. 오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착한 남자>라는 드라마의. 기대가 크다. 불안도 크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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