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뱀파이어 검사2 - 막돼먹은 영애씨와의 만남, 장기시리즈를 예감하다.

까칠부 2012. 10. 29. 10:09

제작진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욕심이 대단하다. 시즌2로는 만족할 수 없다. 시즌3, 시즌4, 할 수만 있다면 <뱀파이어 검사>라는 타이틀로 언제까지고 새로운 시즌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러기 위한 준비가 엿보인다. 그를 위한 에피소드였다.

 

<뱀파이어 검사> 시즌2가 시즌1에 비해 달라진 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시즌1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이야기의 밀도가 상당히 느슨하다. 대신 특수수사팀 멤버들의 소소한 일상들이 나머지 빈 부분을 채우고 있다. 스릴러가 강했던 시즌1에 비해 아직까지 시즌2는 코미디에 더 가까워져 있다. 실망스럽기도 할 테지만 그러나 덕분에 특수수사팀 멤버들에 대해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민태연(연정훈 분)과 유정인(이영아 분)의 모호했던 관계가 분명해졌다. 유정인은 민태연을 좋아한다. 민태연 역시 알게모르게 유정인을 의식하고 있다. 존재감이 희미하던 최동만(김주영 분) 역시 비정규직의 설움을 한 몸에 짊어지고 끊임없이 황순범(이원종 분)에게 호형호제를 요구하며 새로운 콤비로 거듭나고 있다. 여전히 크게 하는 일은 없지만 최동만과 황순범이 함께 있으면 한 바탕 유쾌한 만담이 쏟아진다. 웃음은 바로 이들의 몫이다.

 

황순범과 최동만이 웃음을 책임진다면 진지하고 무게있는 역할은 다름아닌 조정현(이경영 분)의 몫일 것이다. 유전병으로 인해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다짐해야 했고, 과거 법의학자로서 저지른 실수로 인해 원죄를 짊어지게 되었다. 지애(김지영 분)의 존재는 조정현에게 있어 구원이면서 또한 죄의 증거인 것이다. 그는 항상 우울하고 항상 심각하다. 황순범조차 그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오로지 민태연만이 같은 어둠을 공유한 존재로서 그와 어울릴 수 있다. 때로 남다른 지성과 세월이 가르쳐준 연륜이 촌철살인의 지혜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렇게 한 팀이다. 뱀파이어라는 비밀을 간직한 민태연과 그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 황순범, 이번 에피소드에서 황순범이 민태연에게 가지고 있는 친구로서의 막연한 라이벌의식과 열등감을 엿볼 수 있었다. 민태연과 유정인과의 러브라인은 뱀파이어라고 하는 암울한 비밀을 간직한 민태연으로 인해 순탄치만은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만다. 황순범과 최동만은 서로 툭탁거리며 활력소가 되어주고, 막 성징이 나타날 무렵의 소녀의 이미지를 갖는 유정인은 이들과의 사이에서 묘한 동질감과 긴장감을 만들어간다. 무게중심은 민태연과 조정현이 잡는다. 민태연은 드라마에 집중하게 하고 조정현은 드라마의 주제에 대해 생각케 한다. 몇 개의 시즌이 만들어지든 <뱀파이어 검사>는 이들 특수수사팀 멤버에 의해 꾸려지는 드라마일 것이다. 드라마의 정체성을 완성한다.

 

하기는 시즌제 드라마에서 시즌1은 파일럿의 역할도 겸한다. 시즌2가 만들어지는가의 여부는 오로지 시즌1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에 달려 있다.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긴장의 밀도를 높인다. 흥미를 유발하고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아쉬운 감정을 갖도록 만든다. 이번 시즌으로 드라마는 끝이 난다. 그런 각오로 만든다. 그리고 다음 시즌이 만들어지게 되면 아직 못다한 이야기를 그때부터 여유를 가지고 풀어가게 된다. 긴 호흡으로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게 된다. 그 브릿지의 역할이다. 시즌1에서 부족했던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강해지고 그만큼 시청자가 드라마에 이입할 여지가 커졌다. 어떤 소재와 어떤 주제로 어떤 내용의 드라마를 만들더라도 그 중심이 어디에 있고 누가 있는가를 분명히 한다.

 

아마 <막돼먹은 영애씨>와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것에도 그러한 의도가 적잖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라면 우리나라 드라마로서는 유례가 없는 시즌11에 이르는 장기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는 드라마다. 시청률 또한 높다. 에피소드의 완성도도 높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전혀 모르는 시청자라도 누구나 드라마의 캐릭터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유추해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을 잘 구성해 보여주고 있었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차지한 자리 만큼 <뱀파이어 검사>의 멤버들은 한 걸음 물러서서 그들만의 여유를 즐긴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강한 캐릭터가 <뱀파이어 검사>의 캐릭터를 강화시켜준다.

 

물론 쉬어가는 에피소드이면서도 드라마의 핵심을 이룰 원조 뱀파이어 L(권현상 분)과의 접점도 놓치지 않는다. 이 모든 헤프닝의 원인이 되었던 살인사건이 뱀파이어 L과 피해자와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 그 우연한 만남은 다시 <막돼먹은 영애씨> 팀의 개성이 만들어낸 헤프닝에서 비롯되었다. 긴장과 이완을 오간다. 살인에 긴장하고 엉뚱한 결론에 이완되어 웃다가 다시 더 큰 긴장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지애마저 사라졌다. 다음은 어떤 내용인가?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당연히 시즌1이 훨씬 뛰어나다. 밀도있고 몰입도 강하다. 그러나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를 말한다면 시즌2가 더 나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장기시리즈를 의도한다면 더 그렇다. 캐릭터 없는 장기시리즈란 없다. 캐릭터란 관계를 통해 완성된다. 중심이 분명해야 흐트러짐없이 일관성있게 오랜 시간 끌고 나갈 수 있다.

 

필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넘겨짚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뱀파이어 검사'라고 하는 조채가 상당히 희귀하고 좋은 소재다. 캐릭터 각각의 개성 또한 훌륭하다. 최동만의 비정규직 캐릭터는 독특하면서도 시사성이 있다. 오래 보았으면 좋겠다. 기대가 크다. 재미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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