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배슬기와 '종북'논란, 갈수록 늘어가는 연예인의 참여발언에 대해...

까칠부 2012. 11. 26. 07:43

지난 24일 가수 겸 배우 배슬기(26)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온통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제대로 투표할 힘 빠지네요. 난 이래서 종북자 무리들이 싫어요."

 

문제가 된 것은 다름아닌 '종북'이라는 단어였다. 당연하다. 한 차례 참혹한 전쟁까지 치르고, 더구나 벌써 수십년을 총부리를 겨눈 채 첨예하게 대치중이다. 최근에는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런 북한을 추종한다고 한다. 고작 단어 하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그것은 결코 단어 하나가 될 수 없다.

 

물론 억울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할 수 있고,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단지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트위터라고 하는 개인적인 공간을 통해 별다른 의도 없이 솔직하게 몇 자 적은 것 뿐인데 왜 이토록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실제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적대적인 네티즌의 공격에 대해 배슬기는 상당히 날카롭게 대응하고 있었다.

 

"당장의 제 SNS 몇 마디만으로 공격 태세를 갖추신 거라면 그분들부터 생각해 보시길. 의견 갈리면 서로 까대며 마녀 사냥하는 것도 진정 아름다운 진보와 단일화의 일부인지…"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기 바란다. 트위터는 개인적 공간이다. 트윗을 올리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다시 리트윗하는 것도 모두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배슬기가 올린 글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순전히 배슬기 자신의 솔직한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그리고 배슬기의 글에 반응하는 네티즌 역시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모두 하나의 개인으로서 그 글에 반응하는 것이다. 단지 그 수가 조금 많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이 모여 술자리를 갖는다. 사람이 모이다 보면 누군가는 많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다른 누군가는 그같은 관심으로부터 소외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배슬기가 '종북'이라는 단어 하나를 잘못 써서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었는데, 그렇다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그야말로 개인이 굳이 '수구꼴통'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트위터에 올렸어도 그와 같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까? 아무리 재미있는 농담을 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 있고, 사소한 이야기에도 일일이 반응하며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유명인의 숙명은 그같은 주위의 반응에 대해서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술자리와 트위터라고 하는 공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을 달리 유명세라고도 부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트위터는 물론 인터넷상의 곳곳에서 '종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민감한 것을 넘어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조차 불쾌하게 만드는 어휘들이 일상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쓰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정작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는 경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진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 경우가 아닌 이상에는 거의가 그냥 묻히고 만다. 아는 사람 몇몇이나 그에 반응하고 나머지는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하필 연예인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제법 이름을 알 만한 연예인이었다. 그래서 반응 또한 그 스케일이 보통의 일반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은 개인이지만 그 개인이 지나치게 수가 많아지니 집단이 되고 개인과 개인이 아닌 개인과 집단의 대립이 된다. 하지만 본질은 트위터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공간이며 트윗이든 리트윗이든 모두 개인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공인이라서가 아니라 연예인 - 아니 유명인들이 평소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보다 주의해서 그 결과에 대해서까지 깊이 생각한 뒤에 해야 한다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신해철과 같이 그런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마저 있다. 때로 그런 과격한 반응들을 즐긴다. 그럴 수 있다면 사람들의 과열된 반응 따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솔직하게 하고싶은 말을 하며 살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강하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배슬기의 경우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빠른 사과와 사과에 이른 날이 선 반응들은 그녀가 그다지 이같은 상황에 초연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더구나 아무리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모든 개인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종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까지 그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이를테면 어느 여성 연예인에 대해 누군가 아주 저속한 표현으로 그녀를 직접적으로 지칭했다 가정해보자. 한때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스폰서와 관련한 어휘를 사용해서 대상을 비난했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북한에 대한 보편의 인식이 있고 감정이 있다. 북한과 친하게 지내자는 친북도 아니고 북한을 추종한다는 종북이다. 북한은 현재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휴전중에 있는 적대국가다. 결코 선의로써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그같은 적의가 특정한 정치성향을 가진 이들을 가리키고 있다. 스스로 종북이라 여긴다면 모를까 아니라 생각한다면 그들 자신이 느낄 감정은 또한 어떠할까?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폭력이다. 더구나 모멸감과 더불어 직간접적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언어를 통한 폭력이라 할 것이다. 과거 종북도 아닌 친북에 대해 어떻게 사회와 권력이 반응했는가를 생각해 보라. 심지어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조차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지금도 사회 일반의 시각에서 종북이란 비토와 거부의 대상이다. 그것은 고립을 의미한다. 종북이라 생각하는 것은 자유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하물며 배슬기는 연예인이다. 유명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트윗을 보고 그에 반응하게 된다. 누군가는 상처입고 누군가는 실질적 피해를 입는다. 말 한 마디가 말 한 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가 무어라 말릴 수 없는 당연한 개인의 권리다. 공인이니까 하지 마라. 그것도 폭력이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거니와 설사 공인이라 할지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당연한 권리에 대해 부당하게 제한받을 이유따위는 없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말하는 것은 자유지만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칫 자신의 한 마디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실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번 논란은 그 결과다.

 

예전과는 다르다. 갈수록 연예인들의 사회나 정치적 이슈에 대한 소신발언이 늘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명인이란 평범한 일반의 개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참여의 기회가 넓어진 대신 책임 또한 커졌다. 배슬기 파문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지만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지 않으면 안된다.

 

역지사지란 이런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연예인인 자신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대중에 대해. 어쩌면 자신이 생각없이 쓴 단어 하나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상처입을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불쾌해할 수 있다. 적확하게. 근거를 갖추어서. 최소한 납득할 수 있도록. 비판과 비난은 다르다. 교훈이 되었으면 바라는 바다. 모두에게. 과도기다. 흥미로운 헤프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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