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저놈 군대 안 간 건 사실 아니냐?"
군대라는 경험이 그들을 단합하게 만든다. 선악도 호오도 없다. 그 이외에는 적이다.
그것을 유대라 부른다. 동질성이다. 동질집단은 이질적 존재에 대한 증오를 태생적으로 갖는다. 그래서 동질성이다. 군대 가지 않은 놈은 악이다. 그러니 까야 한다. 혹은 군대 갔다왔으니 까방권을 갖는다.
유대는 시대에도 주어진다.
"네가 그 시대를 살아 봤어?"
군대라는 경험이 한국 남자들을 뭉치게 만들듯 지난 시절에 대한 기억은 동일세대를 뭉치게 만든다. 그리고 대개는 세대의 단절이 더욱 그같은 성향을 강하게 만든다.
언제적 김지하인가? 김지하를 기억해주는 것은 시대밖에는 없다. 김지하를 인정해주는 것 역시 그가 거쳐온 시대 말고는 없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김지하를 생각하는 것이 달라졌다.
고생도 많이 했다. 그 고통들이 자신의 경험을 더욱 절대화시켜준다. 말하자면 변절이라기보다는 지금 자신의 위치에 맞는 동질집단을 찾아간 것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 머문다. 현재의 어느 곳이 아니라.
노인의 슬픈 숙명이다. 더 이상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그리 많이 남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과거가 현재보다 더 중요하기도 하다. 오히려 지금의 일보다 과거의 일들이 더 생생하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김지하지만 과거의 김지하다. 그것이 그를 슬프게 만든다.
화나지 않는다. 실망할 까닭도 없다. 사람은 그렇게 제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은 어떤가? 단지 군대 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동질집단 속의 자신은.
그래도 시는 남았다. 노래는 남았다.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그가 남긴 노래를 듣는다. 노래를 부른다. 그가 현재에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래서 그의 선택을 항상 존중한다.
문득 떠올랐다. 이제는 관심조차 거의 사라졌는데.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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