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의 - 현종의 담낭결석과 백광현의 위기, 무리수를 두다.

까칠부 2012. 11. 28. 10:15

이른바 대결과 성장을 반복하는 '에스컬레이트' 방식이 갖는 치명적 한계일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다. 대결을 통해 성장하고, 성장을 통해 다시 더 강한 적과 대결하게 될 것이니, 결국 대결하게 되는 상대도 자신도 모두 끝간데 없이 한없이 강해지고 만다. 처음에는 작은 마을에서 사소하게 시작된 싸움이 지구를 넘어 우주마저 좁다고 여기게 만든다.

 

역사에 기록된 백광현의 업적이란 사실 지금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종기에 대한 외과적 치료가 전부다. 최초의 외과의라는 타이틀도 당시 무척이나 흔했던 종기라고 하는 질병에 대해 외과적 치료법을 도입하여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조선의 의학계에 일대혁신을 가져왔기에 붙여진 것이었다. 고작해야 종기에 불과하지만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던 조선시대에는 심지어 지존인 왕들조차 종기가 사인이 되는 경우마저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역시 그것으로는 그다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없다.

 

사실 한의학에서도 담낭에 생기는 염증에 대한 인식은 있었다. 드라마에서도 언급된 위심통에 대해 달리 담심통이라든가 간심통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치료법도 존재했다. 한 마디로 조선에서도 내로라하는 최고의 의원들만 모인 내의원임에도 병이 위에 있는지 담낭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많이 어색한 부분이 있다. 치료법도 존재한다. 다만 담낭결석일 경우 현대의학에서도 확진을 위해서는 초음파 등 첨단기기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나마 오줌을 통해 결석이 배출되기도 하는 요로결석등에 비해 치료법이 확정된 것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

 

소에게 결석이 생기면 그것이 우황일 텐데 과연 마의로서 우황이 생긴 소를 치료하여 우황을 제거했는가 하는 의문도 있다. 의서에도 없는 병이라면 백광현은 그것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허준이 위암을 치료했듯 백광현 역시 현종(한상진 분)의 담낭결석을 아무런 참고할 수 있는 자료조차 없이 치료해낼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내의원 의관들이 모르는 질병을 찾아내려다 저지른 무리수일 것이다. 내의원 의관들이 몰라야 한다. 그러면서도 마의 백광현은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과연 백광현은 소를 통해서나마 담낭결석을 치료한 적이 있을 것인가? 말했듯 소의 담낭결석은 우황으로 귀한 약재로 쓰인다. 그런 우황을 일부러 치료하여 없애는 일을 어느 소주인이 하려 할까? 하지만 드라마니까.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재미있어야 한다. 시청자가 재미있게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 허준은 단지 약물만으로 현대에도 어려운 위암을 단 며칠만에 치료해내고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아무른 경험도 근거도 자료도 없이 현종의 담낭결석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는 오히려 궁금하다. 작가는 과언 어떤 방법으로 현종의 담낭결석을 치료해낼 것인가?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현종의 병을 치료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작가의 창의력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오로지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모든 것은 존재한다.

 

역시 눈에 띄는 것은 순진무구하신 숙휘공주(김소은 분) 한 사람일 것이다. 천변만화한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표정이 바뀌고 목소리가 바뀐다. 얼마나 사랑받고 자랐는가를 알게 한다. 연년생인데 오라비인 현종으로부터도 많이 예쁨받고 자랐을 것이다. 사랑의 두려움을 모른다. 사랑의 어려움도 모른다. 마냥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단지 백광현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박대망(윤봉길 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백광현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부러 몸을 덥혀 오진을 유도하려 한다. 귀엽지 않은가. 장차 백광현이 아닌 다른 남자를 부군으로 맞이하게 될 터인데 그 상황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숙휘공주가 나타나면 드라마의 분위기마저 바뀌는 것 같다. 실제의 숙휘공주와는 상관없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디까지 가려는지 궁금해진다. 벌써 왕이다. 담낭결석이다. 이제 다음에는 이 정도로는 부족해지게 된다. 담낭결석까지 치료하게 될 텐데 이래서야 종기로는 너무 약해진다. 더구나 정성조(김창완 분)이나 이명환(손창민 분)이나 너무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 적이 강해지지 않으면 주인공인 백광현의 성장 또한 정체되어버리고 만다. 다음 상대는 누구일 것이며 백광현은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 것인가. 고증은 작가나 제작진이나 필자나 모두 한쪽 구석에 멀찌감치 치워버린지 오래다. 일단은 재미있다. 드라마로서 그것이면 되었다.

 

항상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결국에 시간이 되면 다시 <마의>를 찾아보게 된다. '에스컬레이트'가 주는 마력 때문이다. 기대하게 된다. 기다리게 된다. 그것은 차라리 중독이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승리하리라는 것을 안다. 성장하리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더 기대하고 기다린다. 비극은 그다지 사람들이 즐기는 바가 아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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