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출생의 비밀'이라는 하나의 페이즈가 끝나고 '성장'이라는 새로운 페이즈가 시작되었다. 목지상(지성 분)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누구에게서 어떤 사연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비로소 헤어졌던 어머니와 만난다. 사명이 주어진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신안으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미원국'을 찾으라.
목지상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와 약속했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를 볼모로 잡은 왕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그러나 아직 목지상은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오로지 아버지 목동륜만이 찾을 수 있었던 '자미원국'을 찾기 위해서는 죽은 아버지의 수준으로 풍수가로서의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된다. 여행은 그를 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승려 무학(안길강 분)이 그를 이끈다.
고려왕조의 명운이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고려를 대신할 새로운 왕조의 왕을 찾는다. 목지상 또한 고려왕조와 악연으로 얽혀 있다. 아버지 목동륜은 고려왕실에 의해 눈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평생을 쫓기며 살았다. 어머니 영지옹주(이승연 분)는 아버지의 뜻을 지키려다 오랜 세월 영어의 몸이 되어 있었다. 지금도 죄인의 몸으로 가진 모든 것을 잃은 채 자식을 위해 왕의 볼모가 되어 있다. 아버지를 죽인 이인임(조민기 분)과 수련개(오현경 분)는 그 의도야 어찌되었든 고려권력의 핵심에 있다. 그들은 목지상 자신까지 죽이려 하고 있다. 고려왕조에 대해 다른 마음을 품고 있지만 그들이야 말로 고려의 도려내야 할 썩은 부분이다. 그런데 하필 고려왕조를 끝내고자 하는 무학이 그의 곁에서 그를 이끈다.
그는 성장할 것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보다 성장해서 돌아올 것이다. 자미원국을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지상이 찾은 자미원국은 더 이상 고려왕실의 것이 아니다. 고려왕의 것도 아니다. 목지상 자신이 더 이상 고려사람이 아니게 될 것이다. 수명이 다한 고려왕조를 끝내고 지난 악연을 정리한다. 무력하게 쫓기듯 떠나온 그 길을 거슬러 그들과 대등하게 마주할 수 있을 만큼 훌쩍 자라 다시 돌아가게 된다. 비로소 그의 싸움은 시작된다. 그의 곁에는 그때쯤 이성계(지진희 분)가 있을 것이다.
과연 목지상이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게 될 현실은 무엇인가? 그는 그로부터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가? 어떤 결심을 가지게 될 것인가? 여행은 그래서 항상 흥미롭다. 모든 것이 새롭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 지나고 나면 익숙해진다. 친숙해진다. 무학이 그에게 보여주려 하는, 그리고 무학을 통해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 것인가? 목지상과 함께 시청자 역시 그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그 길을 함께 따라나선다. 가장 먼저 마주친 마을에서 만나게 된 여인들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자 함인가?
어머니에 대한 간절함이 질투가 된다. 한 번도 아들이 아닌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들로써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을 믿지 못한다. 욕심이 불신을 키운 탓이다. 자식으로서 어머니의 사랑을 독점하고자 하는 너무나 당연한 욕망이 이성을 마비시켜버린 탓이다. 자식은 아무리 자라도 부모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지 못하는 법이다. 어머니의 품은 이정근(송창의 분) 자신과 목지상을 모두 품을 수 있을 만큼 한없이 넓음에도 좁은 소견으로 그 품을 모두 독차지하고 싶어한다. 어머니의 가슴이 찢기는 것도 아랑곳없이. 그래서 부모 앞에서 자식이란 항상 어린 아이일 수밖에 없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자 마음먹은 이유가 바로 이러할까? 어머니에 대한 간절함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정근이 한 편으로 안쓰러워진다. 그럼에도 어머니라면 그를 진심으로 미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슬퍼할 것이다. 그리고 아파할 것이다. 자식을 그렇게까지 가르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자기의 정성이 부족해 어긋나버린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신과 어머니가 다른 이유다. 영지옹주는 어떠할까? 그녀는 어머니로서 정근을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정근에게도 구원이 될 것이다. 정근에게 어머니란 그 순간에조차 영지옹주 한 사람일 터이므로.
해인(김소연 분) 역시 목지상을 따라나서려 한다. 무모할 정도로 대담하다. 하기는 쫓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간남자를 자신의 이불속에 숨게 한 여인이었다. 아직은 막연한 풋사랑이 여행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는 가운데 사랑으로 자라난다. 다시 돌아온 그녀의 모습은 어떠할까? 단지 목지상이 사랑하는 여인으로서인가? 아니면 목지상의 든든한 파트너로서인가? 지금까지 모습으로 보아서는 그저 한 떨기 꽃으로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어린 시절의 대찬 모습은 지금의 어눌하기까지 한 모습에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
반야(이윤지 분)는 다시 선택을 한다. 다시 운명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왕의 아이를 낳아 왕이 되도록 해야 할 이가 왕의 목을 조이려는 올무에 손을 대게 된다. 역시 욕심이 그녀의 눈을 가린다. 어리석은 욕망이 그녀를 조급하게 만들고 판단을 흐리고 만다. 신돈(유하준 분)의 심모원려는 이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처음부터 틀어진 조각처럼 어긋나버리고 만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신돈 자신에 의한 원죄다. 신돈의 방식이 그나마 반야의 마지막 이성적 판단마저 흐리고 만다. 수련개와 손을 잡아서라도 왕의 아이를 낳아 왕으로 마늘겠다. 왕의 어미가 되겠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자기를 내던진다.
이성계의 얼굴이 바뀌었다.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 이성계의 얼굴은 전형적인 무장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감옥에서 나왔을 때 이성계의 얼굴은 공민왕(류태준 분)이 그토록 우려했던 검은 정치가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굴이 두터워지고 속이 검어진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목지상은 여행을 떠나고 그런 그를 이성계는 배웅한다. 그 속이 고려를 담을 수 있을 때 그는 왕이 될 것이다.
공민왕에 대한 묘사가 참으로 탁월하다. 이제까지 TV를 통해 방영된 그 어떤 드라마의 왕보다도 가장 왕다운 왕이다. 이기적이며 탐욕스럽다. 뻔뻔하기까지 하다. 아무렇지 않게 의심하고, 태연히 죽음을 내리며, 눈앞에 있는 이를 철저히 무시한다. 오로지 하늘 아래 자신만이 있다. 자신과 아내 노국공주(배민희 분)만이 있다. 나머지는 단지 왕인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한낱 도구에 불과한 여자의 이름까지 일일이 알고 있을 이유따위 없다. 공민왕 자신이 반야가 아닌 '너'라 부르면 반야는 '너'가 되는 것이다. 조금 더 공민왕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그런 공민왕과 목지상의 만남은 그러나 우연처럼 스쳐 흐르고 만다. 자미원국이 공민왕의 것이 아니듯 목지상도 공민왕의 것이 아니다.
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흐르기 시작한다. 목지상은 성장할 것이고, 역사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정해진 역사대로, 그러나 목지상은 조금 더 상장하여 그 앞에서 역사와 만나게 될 것이다. 다시 얽히기 시작한다. 고려와 고려의 사람들과 고려를 끝내고자 하는 이들이. 욕망과 간절함과 어떤 희망들이. 원망하고 미워하고 그럼에도 사랑하고 용서하며.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모습들이, 그리고 그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목지상의 성장 또한 지켜볼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와 함께 깊어질 주위와의 관계나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공민왕과 이성계와 이인임과 수련개, 그리고 이정근. 고려의 날은 저물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선스럽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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