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시간이 흘렀나 보다. 그러고보니 그게 언제였더라?
"설정 반 리얼 반 그래서 반 리얼버라이어티야."
남희석의 그 한 마디에 빵 터졌었는데. 패떴 디스라고.
사실 그렇다.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진짜 리얼이 어디 있을까?
한 번 녹화하는데 시간이나 짧나?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시간은? 출연자들이라고 노는 한가한 사람들도 아니고. 한 번 녹화 뜰 때 제대로 분량 뽑아주지 않으면 방송에 내보낼 게 없다. 하루 왼종일이라 하지만 한 주 방송분 뽑아내기에도 사실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그래서 MC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PD와 작가 등의 제작진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최소한 시청자들에게 보일만한 분량을 뽑아내야 하니까. 출연자들이 서툴고 어색할수록 더욱. 보이는 곳에서는 MC가 설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PD와 작가가 프로그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패떴이 왜 문제가 되었느냐? 같은 대본인데? 너무 티를 냈잖은가? 드라마도 작가가 쓴 대본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리얼리티는 요구하지 않는가? 개연성을 요구하고. 그것이 어긋나면 작가를 욕하고 PD를 욕하고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리얼을 표방해놓고는 그것을 스스로 허물었으니 욕먹을 밖에.
그래서 청춘불패가 처음 선언한 것이 반리얼버라이어티. 대놓고 우리는 완전리얼 아니라고 선언해버린 것이었다. 대본논란에서 자유롭고자.
그런데 이게 아예 반설정 반리얼이라고 선언해 놓고 나니까 설정이라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일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아예 제작진이 선언해 놓은 "설정"이라는 단어가 사라져 버렸다. 설정이야 당연한 것이니 익스큐즈하고, 리얼은 또 그러니까 리얼로 강조되고, 그래서 하는 말,
"청춘불패는 대본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연출 같은 것 없이 리얼한 것 같아 좋다..."
하긴 또 여자아이돌이라고 죄다 예능감이나 연기력이 여타 예능인들에 한참 미치지 못해 서툰 것도 있다. 그런 서툰 모습들이 기믹을 더하는 거지.
"아, 리얼이라서 저렇게 서툴구나."
그래서 믿음이 굳어지는 거다.
"이건 대본 없는 리얼이다."
처음부터 계산하고 한 것이라면 참 지능적이라 할 텐데,
문제는 그런 것치고는 가끔 대본이 너무 허술하다는 데에 있다. 일단 MC부터가 워낙 경험이 부족한 어린 MC들 뿐이라 상황을 만들고 주도하는데 한계를 보인다. 아이돌들도 연기력 자체가 안 되고. 아마 그런 것도 있겠지만 때로 너무 티를 내거나, 티를 안 낸다고 아예 손을 놓아버리는 게...
사실 대본이라는 티가 너무 나서 또 리얼로 보인다는 게 있거든. MC인 김태우와 김신영의 서툰 진행에, 아이돌들의 서툰 대응에, 역시 아이돌 버라이어티라고나 할까? 덕분에 반리얼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대본없어서 좋은 리얼버라이어티가 남고.
제작진 스스로가 반리얼이라 선언하고, 작가가 스스로 대본에 대해 인터뷰하기도 한 프로그램에서 대본이 필요하다는 말이 과연 그렇게 흥분할 일인가? 그럼에도. 그러니까.
어차피 리얼버라이어티라고 대본 있는 것 더 깊숙이 들어가라는 것이다. 더 정교하고 더 치밀하게. 아니 그보다는 MC나 다른 출연자들이 제대로 리액션을 못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경험부족이라.
아무튼 재미있었다. 제작진은 반리얼, 그러나 시청자는 리얼, 바로 이런 게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것이지. 리얼리티가 아니라 리어리티스러운 것. 그것이 프로그램 잘 만든다는 것일 테고. 재미까지 있으면.
다시 말하지만 패떴이 망한 이유는 대본이 아니다. 대본보다는 대본이 너무 성의없고 티를 냈다는 것이다. 다른 리얼들은 대본이 없는가? 항상 의혹이 제기되면서도 그대로 넘어가는 것. 굳이 프로그램의 리얼이라는 틀 자체를 허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선이라는 건데...
청춘불패야 뭐 처음 시작부터 반리얼이었으니까. 이제 와 대본이 발견된다고 시비걸기에는 반설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먼저 익스큐즈하기에 대본없는 진정한 리얼버라이어티일 수 있는 거고.
상당히 지능적이라는 생각이다. 의도한 것일까? 가끔 나도 잊는다. 반리얼이라는 걸. 대단한 제작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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