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를 보면서 처음에는 걸그룹의 날모습이 좋았다. 순수함이 좋았고 꾸미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서툴고 어색한 것도 용서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것을 더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그런가면 그런 것은 또 아니더라는 거다.
"그래도 이건 예능이 아닌가...?"
즉 리얼버라이어티로서의 재미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정도는 재미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일밤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최대 실수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버라이어티를 보는 것은 버라이어티가 줄 수 있는 재미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즉 이를테면 장르의 약속이라 할 것이다.
"이것은 이런 장르니까 이런 재미를 줄 것이다..."
예를 들어 코미디영화를 보러 갔는데 눈물만 짜고 있으면 어떨까? 웨스턴을 보러 갔더니만 하늘을 날아다니며 장풍을 쏘고 있다. SF영화에서는 멜로영화를 찍고 앉았고. 솔직히 짜증이다.
일밤도 그렇다. 버라이어티다. 그것도 주말 - 그 가운데서도 황금시간대라는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다. 그런데 그게 전혀 버라이어티스럽지 않다. 울고 짜고... 내일 일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얼마 남지도 않은 휴일의 남은 시간을 그런 우울한 감정과 함께 하고 싶을까?
왜 1박 2일인가 말이다. 왜 패밀리가 떴다이고. 왜 개그콘서트이고. 남자의 자격 또한 리얼과 감동으로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그 감동이란 매우 깔끔한 감동이다. 후련하달까? 시원하달까? 성취감이 있고 그래서 마음이 즐겁다. 더구나 진지한 가운데서도 웃음을 놓지 않으려는 게 있고.
그러나 일밤은 그런 게 없다. 너무 무겁다. 에코하우스도 웃겨보겠다고 출연진 갈고 한 건 좋은데, 워낙 출발부터가 환경 어쩌고 하며 주제를 무겁게 가져가는 바람에. 누구도 예능 보면서 공부씩이나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예능은 예능이니까.
아무래도 김영희CP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예능이란 재미를 주는 과정에서 교훈을 줄 수는 있어도, 교훈을 주는 과정에서 재미를 주는 게 아니다. 그런 걸 기대하고 예능을 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일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이유다. 아무리 나라도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 문제일지언정 예능씩이나 보면서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으니까. 일요일 저녁이란 그런 심각해지는 시간이 아닌 까닭이다.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사람들이 예능에서 기대하는 것은 예능 그 자체니까. 그 예능이란 과연 무엇인가. 일밤의 앞에 놓인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무언가? 일밤의 예능이란?
아무튼 아무리 리얼이 좋고 날모습이 좋아도 예능은 예능으로서 즐기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돌이 예쁘고 좋아도 예능은 예능이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리 간사하고 탐욕스럽다. 원래가.
일밤만이 아닌 청춘불패 역시 생각해 볼 문제일 것이다. 언제까지 아이돌의 서툰 모습에 사람들이 관용을 베풀 것인가? 그렇다면 그 서툰 모습들을 어떻게 예능의 재미로 승화시킬 것인가? 지금의 10% 언저리에서 멈춰버린 시청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더욱.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예능을 보는가? 예능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구하는가?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답은 결국 화면으로서만 볼 수 있을 뿐이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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