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앞에서 인간은 항상 작아진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자연이란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순수이며 공포이며 그리고 항상 도전해야 할 무엇.
그래서 인간은 또 자연 앞에서 한없이 순수해진다. 순수하려 해서가 아니라 자연 앞에 순수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과 바다와 대지와 바람과 구름과 비와 폭풍우와 밀림... 벌거벗은 몸으로 그 자연과 맞닥뜨릴 때 인간은 본연의 순수로 돌아가며 또한 아름다워진다.
청춘불패가 재미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 아니던가. 화려하기만 아이돌과 그러나 소박한 농촌의 풍경 속에 허위를 벗어던져버리고 땀과 함께 일하는 모습들이. 인간의 육체가, 그 본연의 순수가 아름다운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히말라야나 알프스라면 너무 멀다. 도봉산이나 북한산이라면 또 너무 가깝다. 히말라야는 초인의 영역이며 도봉산은 순수라기에는 일상이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절한 고난과 그리고 친근함.
하필 그래서 지리산이었을 것이다. 거대하고 깊지만 그러나 또 너무 멀지도 않다. 도전해야 할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굳이 극복 못할 대상도 아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아무것도 아닌 일곱 명의 남자들.
그러나 자연이기에 눈이 내리고 길은 험하다.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이지만 그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잘 것 없는 남자들에게는 그래서 버겁다.
그러나 그래서 인간은 또 자연 앞에 더 순수해진다. 힘들다 말하고, 힘든 것을 거들어주고, 무겁다 말하고, 짐을 덜어주고, 등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며, 항상 서로를 확인하며 대화를 나눈다.
"가장 늦은 사람에게 맞추라."
산이 있기에. 자연이 앞에 있기에. 그리고 인간은 또한 한없이 작기에. 그리고 함께 해야 하기에.
한 걸음이, 그리고 또 한 걸음이, 한 호흡과 또 한 호흡이, 맞닿은 손이, 맞닿은 어깨가, 맞닿은 마음이, 류머티스라고 관절염이라고 고통스러워하고 힘겨워 하면서도 그래서 사람들은 산을 오를 수 있다.
남자라는 것인가, 아니 인간이라는 것인가, 그래서 사람은 항상 자연을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자연을 닮으려. 자연에서 순수를 찾으려. 그것은 도전이라기보다는 순수로의 회귀이며 본연으로의 돌아옴일 것이다.
아름다웠다. 산이 아름다운 것이 맞닿은 마음이 아름다웠다. 짐을 나눠지고, 힘을 덜어주며, 가장 늦은 이와 함께 맞춰 나가는, 누구도 홀로 나서지 않는 그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마라톤에서 홀로 기권한 것이 그리 마음에 걸렸구나. 그래서 평생 운동조차 않고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몸을 이끌고서도 김태원은 끝까지 산을 올랐다.
그것을 반가운 듯이 걱정스러운 듯이 지켜보는 이경규와 김성민의 마음이란. 그 눈길이란.
이윤석도 그렇게 뼈만 앙상한 몸으로도 류머티즘이라면서도 이정진의 도움으로 산을 오르고 있더라는 것이다. 숨이 턱에 차서. 그리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렇게 함께.
아마 내가 이래서 남자의 자격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한 가족같은 그 마음과 마음의 이어짐. 서로 걱정하고 배려하며 안도하는 그런 마음들이. 남자의 자격이란...
다음 주가 더 기대된다. 산이 아니라 그 산 속에 산만큼이나 커지고 순수해진 남자들이. 일주일을 기다려 보는 보람이다. 일주일을 기다린 선물일 것이다. 고마웠다. 그 감동이. 무척이나.
덧, 남자의 자격에서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역시 토크다. 처음 도입부에서 그리고 진행되면서 멤버들에 의해 이어지는 토크의 향연이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연륜이 느껴지고 그만큼 깊이도 있고 그러나 때로 엉뚱하고 생뚱맞은 즐거움도 있고. 주고받는 가운데 오가는 마음의 이끌림도 있고. 프로그램에 무게를 더하는가 하면 너무 무거우면 무게를 빼주기도 하고.
이번주 역시 자칫 무겁고 다큐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멤버들의 적절한 입담으로 예능으로써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그래서 어쩌면 감동이 더했는지도. 가히 최고의 토크리얼버라이어티랄까?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래서 남자의 자격은 내게 있어 최고의 예능이다. 그래서 항상 또 다른 리얼버라이어티를 보게 되면 비교하게 된다. 어떻게 남자의 자격과 같을 수 없을까? 어려운 질문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자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자격 - 보통의 남자들의 이야기... (0) | 2010.01.25 |
---|---|
남자의 자격 - 카메라가 따뜻해 보이던 날... (0) | 2010.01.24 |
남자의 자격 - 건강해서 다행이다... (0) | 2010.01.10 |
남자의 자격 - 나도 건강검진이나 받아볼까? (0) | 2010.01.03 |
남자의 자격 - 찌찌뽕! (0) | 2009.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