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 마치 보통의 연인처럼,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

까칠부 2013. 5. 9. 09:02

뭔가 흐뭇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마침내 서로의 마음도 확인했고 비밀연애도 시작하게 되었으니 알콩달콩한 커플의 이야기를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 나이를 먹도록 연애경험이 부족해서 어색하기만 한 서툰 연인의 이야기가 절로 웃음짓도록 만든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이제 겨우 10회다. 벌써 10회이기도 하다. 아직 이처럼 헤실헤실 풀어져도 좋은 때가 아니다. 더욱 긴장해야 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욱 가슴졸이며 다음을 기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너무 편하다.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굳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가며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충분히 만족한다.

 

밸런스의 문제였을 것이다. 기왕에 로맨스와 정치를 하나로 엮어 드라마로 만들려 시도하고 있었다. 첨예한 한국정치의 현실과 마치 사춘기 소년소녀와 같은 순수한 어른의 사랑을 한 데 버무려 한 편의 유쾌한 로맨틱코미디를 만들려 하고 있었다.

 

물론 주는 어디까지나 김수영(신하균 분)과 노민영(이민정 분) 커플의 티격태격 밀고당기는 흔한 사랑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평범할 수 있었을 두 사람의 관계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혹은 견우와 직녀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그들이 몸담고 있는 한국의 정치현실이었던 것이다. 흔하디 흔한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긴장을 부여하고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다. 수많은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정작 정치의 비중이 지나치게 작다.

 

그냥 흔하게 정치인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그조차 김수영의 최후통첩에 노민영이 필사적으로 달려와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음으로써 더 이상의 위기나 갈등은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한다. 사랑하는 감정을 서로 확인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연애까지 시작했다. 더 이상 무엇으로 두 사람 사이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시청자로 하여금 안달하며 보게끔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이제는 고동숙(김정난 분)과 문봉식(공형진 분)마저 서로에게 노골적으로 이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남녀의 사이를 더 꼬거나 틀어놓지 않을 것이면 그만큼 계기가 되어 줄 수 있는 사건들을 최대한 많이 다양하게 배치해 놓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더구나 그것을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장애들이 드라마에 보다 긴장과 갈등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두 사람은 물론 시청자까지도 안달하며 더욱 두 사람의 관계를 응원하고 다음을 궁금해하며 기대하게 되되는 것이다. 과연 두 사람은, 두 사람의 관계는, 두 사람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바로 그것이 정치였다. 두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된 계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끌리면서도 지금껏 솔직해질 수 없었던 이유. 평범할 수 있었던 연인이 평범하지 않은 관계가 되어 버리는 그 원인. 단지 주위를 배려해서였다.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을 의식해서였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뿐. 무엇으로 어떻게 그같은 갈등과 원인들을 해소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단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대한국당의 대표 고대룡(천호진 분)과 김수영 사이의 이제는 식상한 출생의 비밀 정도가 작은 조각 하나가 되어주고 있을 뿐이다. 이래서야 당장 고동숙과 문봉식이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크게 이상하거나 어색할 것이 없다. 드라마는 아직 6회나 더 남아있다.

 

여당인 대한국당과 소수야당인 녹색정의당 사이에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첨예한 정책과 이념의 대립이 전제되었다면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공중파 드라마가 특정한 정책이나 이념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 다른 대안으로써 두 정당이 서로 극단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선거가 있을 수 있다. 보궐선거나 혹은 지방선거 등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정당의 모습과 그 사이에서 서로를 향해 끌리는 감정에 갈등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쯤이면 선거운동도 막바지일 것이고 그만큼 두 정당 사이의 감정의 골도 깊어만 간다. 단지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불꽃이 튄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서로가 소속된 정당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한 순간도 양보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기도 지겹고 끔찍한 디테일한 현실과는 달리 대중이 바라고 꿈꾸는 정치현실에 대한 판타지를 보여줌으로써 드라마를 통한 대리만적을 유도해 볼 수도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우울하기만 한 정치현실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위해 한 편이 되어 응원하고 바라기도 해 본다. 두 사람의 사랑도 어렵사리 이루어져야 하고, 두 사람 앞에 놓인 첨예한 현실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기약이 있어야 한다. 그런 기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없다.

 

그래서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고대룡과 김수영 사이의 감춰져 있던 출생의 비밀이 시청자들에게 드러나게 되었다. 안희선(한채아 분)을 둘러싸고도 김수영과 노민영의 사이를 훼방놓게 될 여러 사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 멀어지고 가까이 가려 할수록 더 멀어질 수밖에 없어야 한다. 송준하(박준하 분)도 노민영을 떠나려 한다. 떠나려 하기에는 그는 아직도 노민영을 사랑하고 있다. 송준하의 갈등과 방황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게 될까?

 

사건이 부족하다. 갈등이 부족하다. 긴장이 감질나다. 더 긴장해야 한다. 더 갈등해야 한다. 더 다투고 더 오리무중이어야 한다. 두 사람의 사이를 응원하면서도 불안감에 차라리 다음 이야기를 보는 것이 두려울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이완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이 재미다. 화려하게 두 사람의 사이가 운명처럼 마무리된다. 그 순간을 위해 사람들은 안달하고 분노하고 원망하며 기대속에 드라마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끝나는 순간을 아쉬워하며 벌써부터 기다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기왕에 현실의 정치를 소재로 채택했다. 그를 배경으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를 만들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에 어울리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지금쯤이면 그 끝이 훤히 보이면서도 그 과정은 안개속에 가려져 있어야 한다. 바람과 기대와 현실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환호와 함께 마지막회는 끝나게 된다. 탄식과 비명으로 사이가 채워진다. 기다림의 고통으로부터 구원해 줄 그런 드라마를 기대하게 된다. 이 다음이 궁금하다. 끝이 궁금하다. 그것이 아쉽다.

 

조금 더 과감해도 좋았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충분히 과감하다. 현실정치의 여러 이슈들을 드라마로써 가공해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공중파 드라마는 최대한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필요가 있다. 오히려 그런 점들이 드라마의 범위를 좁히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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