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한선화에 대한 기대...

까칠부 2010. 1. 19. 17:58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왜 청춘불패에는 김성민이 없는 것일까..."

 

물론 후보자로 생각해 둔 사람은 있었다. 4차원에 나서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으로 때우는 것도 되며 무엇보다 그럼에도 비호감이 되지 않을 만한 사람으로. 그러나 아무래도 내가 잘못 판단한 모양이므로...

 

남자의 자격에서의 김성민의 역할은 한 마디로 사건의 기점이다. 즉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없는 조건에서도 김성민은 일단 사건을 만든다. 가장 먼저 앞에 나섬으로써 사건을 만들고 다른 멤버들이 끼어들 여지를 만든다. 축구로 치자면 타겟맨이랄까? 최전방에서의 움직임으로 뒤에서 침투해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황선홍이 이걸 정말 잘했었는데.

 

물론 이경규와 김태원도 이 역할을 한다. 조용할 때 먼저 나서서 탁 치고 나옴으로써 자칫 다큐로 빠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만든다. 다만 이경규의 경우는 MC인데다 그동안의 커리어가 지나치게 가볍게 보이는 것에 걸림돌이 되고, 김태원은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이 한계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예능초짜로서의 신선함과 더불어 이제껏 본 적 없는 캐릭터로서 어떤 과제에서든 앞장서서 날뛰는 김성민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할 수 있다. 일단 김성민이 나서서 뭔가를 하면 다른 멤버들이 끼어들 거리가 생긴다. 타겟맨 김성민에 쉐도우 김태원, 리베로 이경규랄까? 이경규는 거의 전 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터라.

 

아무튼 남자의 자격과 비교했을 때 내가 청춘불패에 빠져 있다고 본 것이 바로 그런 부분들이었다. 사건의 기점이 없다. 누군가 먼저 치고 나가며 다른 멤버들이 끼어들 여지를 만들어주는 게 없다.

 

한 마디로 너무 조용하다. 마냥 일만 하고 있다고 좋은 게 아니다. 예능이라는 거다. 재미있자는 거다. 웃자는 거다. 그런데 마냥 조용히 일만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맥락없는 콩트나 개인기가 재미의 저부가 되고.

 

물론 아주 그런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곰태우도 그런 역할을 조금은 해주고 있다. 지난주도 곰태우를 눈 위에 자빠뜨리고 눈속에 묻어버리는 장면이 있었지? 곰태우는 유리와 한선화와의 3각러브라인의 중심이면서 또한 청춘불패의 유이한 - 그러나 미혼으로서는 유일한 멤버로서 다른 G7들에 공공의 적으로 다른 멤버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곰태우가 밉상캐릭터가 된 것도 원래 근자감에 치근덕거리며 계속해서 다른 멤버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그런 역할 때문이었다. 곰태우와 있으면 일단 멤버들은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곰태우 주위에서 멤버들의 캐릭터가 더 분명해지는 것은 그래서였다.

 

다만 문제라면 곰태우의 경우 관계를 통해 리액션을 유도하는 것은 잘하는데 스스로 사건을 일으킬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거다. 더구나 곰태우는 MC다. 어느 정도 상황을 정리할 임무가 있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이경규는 어지간하면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아니면 앞에 나선 이경규 뒤에 김국진이 받쳐준다. 그러나 청춘불패에 김국진의 역할을 할 사람이 있는가. 곰태우가 나가서 사건을 만들 때 정리해 줄 사람. 남희석이 하차한 지금에서는 결국 곰태우의 MC로서의 짐이 무겁다.

 

그런 점에서 곰태우를 대신해 - 아니 아직 예능에 서툰 다른 멤버들을 대신해 전면에 나서서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사건을 만들 멤버가 필요하다. 주어진 상황에 가장 먼저 부딪힘으로써 다른 멤버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는 캐릭터. 사차원스러워야 하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몸이 되고 그리고 그럼에도 비호감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그래서 내가 주목한 것이 한선화였다. 한선화는 일단 백지다. 이것도 어지간히 사차원스러운데, 여기다 망가지는 것 자체에 별 두려움이 없다. 신인인 때문이다. 오히려 망가질 수 있으면 더 좋아한다. 해머 들고 하는 것 보니까 힘도 되는 것 같고, 더구나 백지캐릭터란 자체가 이미 망가짐으로써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다. 한 마디로 망가져도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다. 의외로 하는 것을 보면 순발력도 좋고 예능감도 있어 보인다. 적절히 상황에 반응해 만들어가는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다.

 

즉 내가 생각하는 건 그거다. 어떤 상황이 주어진다. 그러면 한선화가 백지캐릭터로 일단 나서서 한 바탕 해준다. 바보짓을 해도 좋고, 아니면 몸으로 어떤 장면을 만들어도 좋다. 그러면 다른 멤버들이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물론 아이돌이니만치 독하게는 못하겠고 조금은 짓궂거나 그러면서도 정겹게. 자기 캐릭터를 살려서.

 

굳이 많이 할 필요도 없다. 한 번 방송분량에 두 어 번 정도? 나머지는 열심히 일하는 소소한 모습으로 하고, 한 번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을 때 한선화가 선봉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소재로 나머지 멤버들은 자기 캐릭터를 연기한다. 아니 연기한다기보다는 노는 것이다. 왁자하게. 즐겁게. 유쾌하게. 단지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오버스럽게. 이미 충분히 한선화가 오버한 뒤이므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물론 그러자면 충분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곰태우와의 연계가 특히 중요할 것이다. 한선화가 오버하며 나서는 것을 적절히 조절해주고 다른 멤버와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곰태우일 테니까. 그리고 다른 멤버들과도 어느 정도 사전약속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치고나가면 뒤에서 받치라. 신뢰가 필요하다. 혼자 치고 나가는 데 대한 견제심리가 아닌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게 작가일 텐데...

 

아무튼 지난주는 워낙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분량 자체가 없었지만 최근 한선화의 기세가 무섭다. 확실히 청춘불패에서 현재 가장 눈이 가는 멤버가 한선화와 현아다. 특히 캐릭터와 관계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어느새 예능에 적응하며 보여주는 순발력이라는 측면에서,

 

아마 앞으로 청춘불패가 보다 롱런하기 위해서는 한선화가 키플레이어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소녀시대나 카라, 티아라는 그러기에는 이름값이 무겁다. 현아는 막내고, 나르샤는 맏언니고.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그냥 아이디어 차원이다. 실제 그런다고 재미있을 가능성은... 글쎄... 그러나 10%대에서 정체된 시청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한 번 생각해 볼만은 하다 하겠다. 아이돌 열심히 일하는 훈훈함도 좋지만 결국 청춘불패도 예능이므로. 예능에는 예능이기에 줄 수 있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 거다.

 

곰태우와 더불어 한선화도 요주의 체크다. 청춘불패를 통한 의외의 발견이었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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