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김현중과 전두환... 시간은 이렇게나 흘러버렸다...

까칠부 2010. 1. 20. 05:27

뉴스를 봤다. 김현중이 전두환 생일에 찾아갔었다고.

 

물론 찾아가려 해서 찾아간 건 아니란다. 단지 우연히 겹쳐서 찾기에 들른 거라고.

 

말들이 많다. 비난도 하고 안타까워도 하고 아쉬워도 하고 옹호도 하고.

 

그러나 솔직한 말로 나는 좀 그러려니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는 거거든.

 

나는 생각없다는 말을 최고의 욕으로 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각없으면 생각없는 거다.

 

나에게 김바다란 최고의 밴드보컬이지만 이제 그 이름을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IMF를 기억한다. 당시 나는 거의 굶어죽을 뻔 했었다. 농담 아니라 진짜 죽을 뻔 했었다.

 

지금도 나는 그들을 잊지 못한다. 잊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용서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잃어버린 10년 그 한 마디에 죄다 넘어가더란다.

 

잃어버린 10년이 왜 왔게? 그 잃어버린 10년동안 왜 그리 고생했게?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 IMF란 잊혀진 기억이더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당장이겠지.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 혹은 감정적인 분풀이.

 

전두환이 권력을 놓은 게 언제던가? 가만 있자... 벌써 20년이 넘었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현실이었다. 실재했던 현재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김현중이 그 전에 태어났는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20대인 김현중에게 전두환이라는 존재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만큼 현실성있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관심이 있었다면 그에 대해 알기도 하고 인식도 했겠지만 요즘은 그런 데 신경쓰는 시대가 아니니까.

 

그렇게 가르쳤다. 그렇게 키웠다. 그런 거 신경쓰지 말라고. 그런 건 몰라도 된다고. 얼른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데 취직해서 남들보다 잘 되라고.

 

그래서 지금 어디 가서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면 이상한 놈 취급받는다. 20대 이하에서 그런 소리 하면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그깟 민주주의, 개나 주라지!"

 

얼마나 멋진 말이었는지. 지금도 그래서 잊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속에 과연 전두환이란 어떤 의미일까?

 

아, 생각없음에 대해 말했지? 그럼 무지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불가에서 가장 큰 죄악으로 무지를 꼽는다. 알지 못한다는 것.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왜 죄일까?

 

당장 길 가면서 생각없이 담뱃불 붙인 채 팔을 흔들다 지나던 아이의 눈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거다. 물론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이미 담뱃불로 평생 남을지 모르는 상처를 입은 아이다.

 

무지란 그렇다. 그리고 때로 무지란 무관심에서 나온다. 무관심은 시간 속에 기억을 지우고 무지를 남긴다. 그런 것도 있었겠거니. 그래서 북침론도 나오는 것 아니던가? 자기 일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김현중 뉴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벌써 시간은 이렇게나 흘렀구나..."

 

그리 뜨거웠던 사람들. 남의 고통에 아파하고, 남의 불행에 슬퍼하고, 이 사회의 민주화를 걱정하며 자신을 내던졌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붙잡아 고문하고 낙인찍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던 사람들.

 

그러나 시간 속에 기억은 퇴색되어 이렇게나 의미없이 잊혀지고 있더라는 거다.

 

지난 대선 기억하는가? 아니 총선 전에도 그랬구나. 현재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정당의 정치인들이 때때로 전두환을 찾아가 인사도 하고 하는 모습들이 뉴스로 보도되고 했었다. 그러나 말했듯 그들에 대한 지지는 매우 높다. 무엇을 말하겠는가?

 

내가 김현중을 탓하지 못하는 이유다. 시간이 이리 흘러버렸으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던가?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달려드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도 그렇다. 기억이라는 것도.

 

슬픔을. 술이나 한 잔 하고픈 이유다. 죽어간 자들과 상처입은 자들과 상처를 보듬고 사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그들을 기억하고 있는 내가 슬퍼서.

 

과연 그들의 80년대란...

 

시간이 흐른다는 건 그래서 슬프다. 시간과 함께 남은 기억이 있기에. 시간 저편에 남은 기억이 있기에.

 

어느새 깨어보니 새벽인데 밖은 어둡다. 자자. 날이 밝으려면 멀었으니. 깨는 건 날이 밝고도 늦지 않다. 

 

너무 일찍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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