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괴리...

까칠부 2010. 1. 17. 09:39

초창기 나는 구하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었다.

 

상황을 주도할 줄 알고 주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용할 줄 안다. 리얼버라이어티에 최적화된 예능감이다.

 

그러나 지금 어떤 사람들은 구하라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준비해 온 개그를 풀어놓는 것만 잘한다.

 

그리고 문득 돌이켜 보니 지금 나는 그에 대해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다. 왜냐면 사실이니까.

 

지금 청춘불패에서 구하라의 분량이란 거의 유치개그로 나온다. 다른 멤버들이 캐릭터와 관계를 가지고 분량을 뽑아내는 것과는 달리 구하라는 거의 유치개그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유치개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유치개그도 상황을 부여해가며 관계 속에서 캐릭터 구축해가며 하면 괜찮다. 한선화가 백지캐릭터를 가지고 웃기듯 구하라도 그것을 자신의 평소의 말과 행동으로 만들어가면 되니까.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게...

 

코너라는 거다. 리얼 버라이어티보다는 스튜디오에나 어울리는. 딱 그것으로 시작하고 끝나고 마는 코너 속의 코너. 프로그램 내부의 관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현아는 징징거리면서 분량 만들고, 나르샤는 주책으로 분량 만들고, 한선화도 백지스러움으로 캐릭터 만들어 적절히 상황에 반응하고, 그러나 구하라의 유치개그만 똑 떨어져서는 끝. 준비해 온 만큼만 털어놓고는 그 뒤로는 없다. 백지선화보다 더 깨끗한 끝.

 

과연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일까? 그동안 보았던 구하라의 예능감이란 단지 준비해 온 것을 풀어놓고 끝? 그건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니지 않은가? 그럴까?

 

그러나 그렇다고 보기에는 최근에도 간간이 보이는 구하라의 재치란 진짜더라는 거거든. 신년 특집에서도 하라비결이라고 다른 멤버 다 디스하다가 유리에게 이르러 완벽하다 칭찬하는 것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나, 같은 유치개그임에도 변화를 주어 몸개그를 더한 것이나, 떡매를 치면서 굳이 현아를 끌고 들어간 것 등은 분명 진짜였다. 그렇다면?

 

결국 제작진의 안이함과 무성의함이라는 생각이었다. 같은 유치개그라도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황을 만들고 관계를 만들고 그러면서 캐릭터를 부여하고, 부족하다면 제작진이 더해서라도.

 

사실 초창기 구하라에게 아주 캐릭터가 없던 건 아니었다. 하라구가 있었다. 곰태우와 함께 일도 열심히 잘 하면서 때때로 엉뚱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던. 내가 구하라의 예능감을 눈여겨보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마치 유치개그에 내가 보았던 장점들이 모두 잡아먹힌 듯한 모습이다. 유치개그 하나 남았다 할 정도로. 지금의 모습만 놓고 본다면 결코 초창기 내가 그렇게 기대하던 구하라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심지어 통편녀 효민에 비해서조차 최근 구하라에게서 예능감이라 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아마 내가 처음부터 잘못 보고 판단한 게 아니면 제작진의 문제일 텐데. 아니면 제작진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쩌면 그럼에도 구하라에 대한 호감이 나의 판단을 흐려 지금도 착각하게 만들고 있거나.

 

아니 그게 아닐까? 아무리 내가 구하라를 주욱 지켜봐왔어도 더 오랜 기간 구하라를 지켜봐온 팬덤만은 못하다는 거다. 그런데 팬덤 자체도 유치개그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눈치이니. 그리고 그 이상은 그들도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 같고. 그보다는 기대 자체가 없는 것 같다. 결국 나의 설레발이었을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유치개그에 대해서는 관심을 접기로 했다.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지금이 최선이라면 더 이상 무어라 할 것은 없겠지. 내 눈이 잘못되었던 것이니.

 

습관적으로 믿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예능감이 좋겠거니. 이렇게까지 와 버렸음에도. 습관이란, 믿음이란 이래서 무섭다. 일찌감치 잘못된 것은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것을 깨닫기까지가 참 오래 걸렸다.

 

아쉽다. 내가 너무 높게 보았다.

'연예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선화에 대한 기대...  (0) 2010.01.19
MC 곰태우...  (0) 2010.01.19
그러고 보니 절친노트라는 것도 있었구나...  (0) 2010.01.16
개인기와 예능감...  (0) 2010.01.16
청춘불패 - 반리얼버라이어티...  (0) 201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