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특수사건전담반TEN2 - 박민호 납치사건, 경찰이 경찰을 쫓다

까칠부 2013. 6. 24. 10:10

분명 지진혁은 나쁜 놈이다. 경찰 주제에 경찰내부의 단속정보를 해당업소에 흘린다. 댓가를 받아챙기고 심지어 업소의 마담과 내연관계에 있기까지 하다. 룸살롱게이트의 당사자인 이병만의 하수인이 되어 어쩌면 여고생 류미오의 실종에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런 것 다 떠나서 그는 경찰로써 경찰을 납치해서 경찰을 협박하고 있다. 경찰을 폭행하여 실탄을 훔친 뒤 경찰을 살해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를 죽이려 하는 내사과의 다른 경찰 마석기는 무엇인가?


권력의 죄와 개인의 죄가 만난다. 경찰청 내사과와 검찰이 경쟁하고 있다. 보통 거물이 아니다. 마석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류미오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류미오가 이병만과 배후의 거물과의 사이에서 심부름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배신이나 일탈에 대해 미리부터 감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병만이 죽고 지진혁을 용의자도 아닌 진범으로 확정했으며 그를 죽이기 위해 뒤쫓고 있었다. 심지어 TEN팀이 박민호(최우식 분)을 돌려받기 위해 지진혁과 만나는 자리에까지 정보를 입수하고 나타나서 지진혁을 죽이기 위해 총을 쏜다. 같은 경찰임에도 박민호의 생사에는 전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태도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토록 무리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가. TEN팀에 체포된 뒤로도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의 죄는 바로 드러난다. 경찰의 정보를 흘리고, 뇌물과 향응을 받고, 이제는 납치에 절도에 폭행에 감금에 심지어 살인의 죄까지 지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같은 흉악한 죄를 저지른 범인조차 두려움에 떨며 쫓기는 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것이다. 법의 이름 아래. 정의의 이름 아래. 단지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서. 범죄자를 쫓는 경찰의 권위를 이용해서. 만일 지진혁이 일찌감치 마석기의 손에 제거되었다면 그는 이병만의 죽음에 대한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범인을 체포하기 위한 공권력의 의지와 역량의 증거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경찰이 지은 죄인데 경찰이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직 이병만을 죽게 만든 당사자는 가려진 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찰인 지진혁이 경찰인 박민호를 납치, 폭행, 감금하는 장면이나, 다시 경찰이었던 지진혁이 다른 경찰을 폭행하여 그 실탄을 빼앗는 장면이 상징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필자 혼자만이었을까? 지진혁에게 누명을 씌우고 뒤를 쫓고 있는 것도 경찰이다. 지진혁을 죽이려 하는 것도 경찰이다. 경찰이 죄를 짓고 경찰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 경찰이 경찰을 쫓는다. 경찰이 경찰을 죽이려 한다. 경찰이 경찰을 납치하여 폭행하고 감금한다. 실탄까지 빼앗는다. 경찰의 죄가 다시 경찰에게로 돌아온다. 지금도 많은 경찰들이 일선에서 온갖 어려움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시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경찰들을 불신하고 심지어 경계하고 혐오하도록 만드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경찰 개인의 죄일까?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무엇일까?


최근의 한창 시끄러운 어느 이슈가 더해지며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게 된다. 누구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정우식(최범호 분) 국장 역시 그와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박민호를 돌려받고자 지진혁을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마석기는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물론 마석기가 여지훈(주상욱 분) 등을 미행해서 그 장소까지 따라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지훈과 백도식(김상호 분)이 박민호를 돌려받기 위해 지진혁을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부터가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범인과 관계가 있다. 그것도 아주 높은 곳에 있다. 경찰이 쫓기고 경찰이 죽는다. 경찰의 명예가 훼손되고 시민들로부터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TEN의 멤버인데 납치되어 폭행당하고 인질까지 되다니. 손가락을 잘리는 장면에서는 설마 싶었었다. 물론 살아만 있다면 시간이 조금 지나더라도 아주 늦지만 않으면 수술로 손가락을 다시 붙일 수는 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실탄이 든 총으로 지진혁이 박민호를 겨누고 있다. 무력하게 그것을 바라보는 박민호의 머릿속으로 마치 유언과도 같은 영상이 흐른다. 이어지는 실루엣과 총성. 순간 박민호를 연기한 최우식이 무어가 제작진에게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박민호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이 되어 사건의 진실을 쫓는 TEN과 진진혁을 둘러싸고 얽혀드는 검찰과 경찰의 현실이 음울하게 교차한다. 이제는 차라리 절망이다. 박민호는 결국 죽은 것인가.


개인의 죄만을 본다. 개인의 잘못만을 본다. 저놈만 어떻게 한다면. 죄를 지은 당사자면 어떻게 엄하게 처벌한다면. 잔혹한 보복도 꿈꾼다.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같은 개인의 죄를 단죄하는 것도 결국은 권력이라는 것일 게다. 권력이란 그럴 수 있는 명분과 실력을 움켜쥐고 있이게 권력이라 하는 것이다. 죄를 정의하는 것도, 그 죄를 쫓고 응징하는 것 역시 권력이 하는 일이다. 권력이 죄를 짓는다. 그러면 누구에게 죄를 물을 것인가. 그렇게 무고하게 모두의 비난과 경멸 속에 스러져버린 이들이 있음을 기억한다. 어쩌면 더 엄격하게 감시하고 경계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권력일 것임에도. 미디어까지 조종한다. 체포하지도 않은 용의자를 체포하고 그것을 뉴스로 내보낸다. TEN과 국장이 그렇게 하고 있다. 대중은 미디어를 이용한 권력에 다시 한 번 기만당하고 만다. 지진혁은 쫓긴다.


지진혁은 악당인가? 맞다. 악당이다. 그는 꼬리다. 그리고 몸통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몸통이 법과 정의의 이름 아래 자신을 감추고 있다. 그는 필경 누구보다 선하고 누구보다 정의로울 것이다. 마치 미성년자로써 술집에 나가는 류미오와 그녀의 친구를 가까이에서 충고해주던 마석기처럼. 류미오를 데려간 것이 지진혁이라 하지만 마석기 역시 경찰이었다. 함정일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 경종을 울린다. 박민호는 과연 살해당한 것인가. 기다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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