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상어 - 복수의 그늘, 한이수가 진정 바라는 것...

까칠부 2013. 6. 26. 07:11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자신의 그림자를 갖는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두드러질수록 내면의 그림자 또한 더욱 짙어진다. 복수를 바란다. 보다 철저하고 지독한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였을까? 그것만이 그의 진심이었을까? 그는 단지 복수만을 위해 그녀에게로 다시 돌아온 것이었을까? 그것이 전부였을까?

 

원래 조해우(손예진 분)는 조상국(이정길 분)을 겨누는 칼이었을 것이다. 조상국이 가장 아끼는 손녀다. 제아무리 빈틈없이 철두철미하고 잔인할 정도로 냉혹한 성품의 조상국이라 할지라도 조해우의 앞에서까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란 꺼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의 죽음을 지시하고 명령하는 조상국일지라도 자신의 친손녀에게까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망설이게 된다. 머뭇거리게 된다. 그것이 조상국의 틈이 되어준다.

 

조해우에게 단서를 던져준다. 조해우를 유인한다. 한이수(김남길 분) 자신과의 오랜 기억은 그녀를 혼란케 만드는 미끼였을 것이다. 한이수의 정체와 존재에 동요하는 사이 조해우는 자연스럽게 한이수가 던져준 단서에 이끌려 자신의 할아버지인 조상국의 감춰진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현직검사로써 조상국이 지은 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어쩌면 검사로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할아버지를 처벌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손녀에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추악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조해우의 고통은 또한 조상국의 고통일 것이다. 다시 일어설 수 없다. 손녀기에 어쩌지도 못하는데 손녀에 의해 단죄되고 심판된다. 검사로서 그녀는 누구보다 올곧다.

 

물론 조상국이 이룩한 가야호텔 역시 한이수가 노리는 복수의 대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조상국이 자신의 평생을 바쳐 일구어낸 것이다. 조상국 자신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것을 빼앗는다. 그것을 무너뜨린다. 그가 지금껏 살아온 삶 전체를 부정해 버린다. 하지만 진정한 복수를 위해서는 단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닌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부수고 허물어뜨려야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조해우가 필요하다. 가장 사랑하는,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잔인한 고통이 될 조해우의 존재가 필요하다. 조해우로 인해 복수는 완성된다.

 

문제는 과연 조해우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지만 한이수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한이수 자신이 아니어도 되었다. 굳이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한이수가 살아있다는 확신까지 심어줄 필요는 없었다. 한이수가 살아있을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 조해우는 바로 김준이 되어 있는 한이수 자신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조해우는 검사로서 정만철의 죽음에 대해 쫓고 있었고, 한이수는 바로 그 정만철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검사인 조해우가 한이수를 의심하게 된다면 행동의 폭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거리를 두고 오로지 메시지만으로 소통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한이수는 굳이 조해우의 결혼식날 그녀의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아차려 달라는 듯 거의 노골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이런저런 단서나 흔적들을 흘리고 다녔었다. 몰라보는 것이 이상하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무의식이 시킨 일일 것이다. 조해우의 주위를 맴돌며 자꾸만 위험한 노출을 시도한다. 그조차도 자신의 복수를 위해 이용하려는 듯 보이지만 말했듯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복수는 성공할 수 있다. 오히려 조해우로 인해 한이수의 존재가 노출되고 자칫 조상국이 반격해 올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조상국이 건재한데 너무 섬급하고 부주의하다.

 

결국은 한이수 자신의 무의식인 것이다. 걷으로 드러난 의도 이면의 무의식인 것이다. 조해우의 말 그대로다. 조해우 역시 누구보다 한이수에 대해 잘 안다. 한이수 자신보다도 한이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한이수로부터의 구조신호다. 자신을 알아봐달라. 그리고 자신을 말려달라. 도와달라. 하지만 한이수 자신은 절대 그럴 수 없다. 복수해야 한다. 아버지와 자신의 복수를 해야만 한다. 자신은 그것을 멈출 수 없다. 그것이 조해우였다면. 굳이 한이수가 조상국에 대한 복수의 수단으로 조해우를 선택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조해우가 자신을 구원해주지 못한다면 조해우를 이용해 조상국에게 복수한다.

 

타인이기 때문이다.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있다. 다른 남자의 아내다. 오준영(하석진 분)은 한이수에게 있어서도 가장 믿고 따르던 형이기도 했다. 오준영은 그의 원수가 아니다. 어리광을 부린다. 자신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 한이수와 결혼한 오준영에 대해.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이었다. 자신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 또한. 그래서 타인일 것을 전제로 그들은 만난다. 보다 객관화된 관계로써. 과거의 기억은 단지 인간에 대한 신뢰로써만 작용한다. 우호적이지만 그들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옳을 것이다. 조해우에게 판단을 미룬다. 시험이다. 조해우가 한이수의 행동을 결정한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자신을 위한 최선인가?

 

복수가 시작되었다. 조의선이 함정에 빠졌다. 미리 오래전부터 준비된 계획이었을 것이다. 아나운서 이화영(정애연 분)과의 불륜사실이 언론의 지면에 오르내리고, 자신이 정만철을 죽인 용의선상에 올랐었다는 사실마저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까발려지고 만다. 이제는 정만철이 죽기 전 그와 만났을 적의 동영상을 통해 조해우와 변방진(박원상 분)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거의 확정되어가는 분위기다. 가야호텔이 그랑블루를 인수하려던 계획마저 중간에 가로채서 무효화시켰다. 다만 아직 김준은 재일교포 사업가 요시무라 준이치로의 아들 요시무라 준이다. 조해우와 직접 연결된 조상국을 상대하자면 조해우와도 얽히게 된다. 본격화된다. 과연 서로를 앞에 둔 조해우와 한이수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경찰 내부에 다른 조력자가 있다. 한이수만이 아니다. 조상국 역시다. 오형사가 정만철이 가지고 있던 사진을 확보했음을 어떻게 모두가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도 아니었다. 오형사 주위의 소수만이 아직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수현(이수혁 분)이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다. 가장 수상쩍다. 조상국의 비밀에 대해서는 오형사가 겨우 찾아낸 어느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 지금의 조상국과 그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다. 어쩌면 조상국은 조상국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비밀이 커진다.

 

사랑이라기에는 빛바랜 감정일 것이다. 빛이 바랜 만큼 결국 기억만이 남게 된다. 서로 멀어진 현실 속에, 그 거리를 담보로 모여 목소리를 낸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다. 오랜 그리움이며 미련이다. 현실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며 다시 서로를 도우려 한다. 인간에 대한 신뢰이며 이성간이 아닌 애정이고 우정이다.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여전히 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사랑했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혹은 사랑하고 있다.

 

조상국의 반격이 시작된다. 아직 한이수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오형사를 죽이고 사진을 회수하며 한이수의 방식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었다. 한이수는 또다른 살인의 용의자가 된다. 경찰이 한이수를 쫓을 것이다. 그 뒤를 조상국이 쫓는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한이수는 조상국을 노려본다. 조해우가 한이수를 본다. 시작이다. 복수는 시작되었다.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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