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소극장이든 어디든 실제 라이브무대를 보고 나면 방송에서의 라이브란 시시한 법이다.
라이브란 살아있는 짐승과도 같다. 그 숨소리, 그 땀,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온기들...
항상 좋기만 할까? 기타줄 끊어지고, 드럼은 박자 놓치고, 보컬이 가사 까먹는 것도 흔치는 않지만 자주 보는 일이다. 컨디션에 따라 연주도 제각각이고, 음악도 제각각이고,
그러나 한 번 라이브에 빠지면 그런 것도 상관없다. 라이브란 일체감이라는 거니까. 뮤지션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호흡하는 게 라이브다. 방방 뛰고, 소리지르고, 머리 흔들고... 괜히 하는 게 아니다. 마치 주술사의 주술처럼 그렇게 뮤지션과 하나가 되어 공감하는 거다.
그에 비해 방송에서의 라이브란? 방송 보면서 그러는 사람 있나? 방송에서 땀냄새 맡아 본 사람 있나? 글쎄...
오히려 방송을 통해 들리는 라이브에서 삑사리를 발견했을 때 더 즐겁더라는 건 그래서다. 호흡조절을 못해서 숨소리가 들리고, 박자 놓치고, 음정 불안해지고... 그런데 그쪽이 더 현장감이 느껴진달까?
어차피 방송으로 완벽한 음악을 들으려면 시디를 듣는 게 낫다는 거다. 완성된 음악이란 스튜디오에나 존재하는 거니까. 라이브무대에서는 그야말로 생생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살아있는 음악이 있는 거다.
사실 거기에 라이브를 찾는 의미가 있는 거다. 같은 뮤지션의 같은 무대, 그러나 항상 보면 또 다르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를 것이고, 어제 본 공연이지만 오늘 보면 또 전혀 다르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그래서 매일매일 또 돈을 내고 찾아가 들을 보람이 있다.
그건 행사와는 다르다. 행사는 찾아오니까 들어주는 음악이다. 거기에 무슨 일체감이 있나? 그냥 구경하는 거지. 아니, 행사라 할지라도 스스로 뮤지션에게 다가가 일체감을 느끼려 한다면 또 그것도 라이브다. 다만 음향이 그따위여서는 뮤지션들도 참 괴로울 것이다. 그런 음향으로 라이브를? 열받지.
아무튼 라이브를 잘한다는 게 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라이브란 생생하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두려워하지 않고 생생하게 자기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잘하든 못하든 현재의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라이브란 살아있는 것이니까.
방송을 통해 듣는 라이브란 그래서 사실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통해 라이브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구경하는 거잖은가. 모니터 너머로 노래하는 것을, 또 스피커로 걸러진 것을 듣는다. 과연 그것을 굳이 라이브로 들어야 할 의미는 무얼까. 가수들 장기자랑도 아니고.
그런데 그럼에도 또 방송을 통해 듣는 라이브가 의미있다는 것은 말했듯 일체감이다. 그냥 나와서 부르는 것이나 듣는 것이라면 립싱크가 낫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면 숨을 헐떡이고 음을 틀리더라도 모니터를 통해서나마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지더라는 것이다. 아마 그런 게 팬심일 텐데. 방송을 통해 듣는 음악이란 그래서 현장감보다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음끌림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그렇다. 그닥 마음이 끌리지 않는 가수에 대해서는 가차없다.
"차라리 립싱크를 하라!"
그러나 마음에 끌림이 있으면 반응이 달라진다.
"오홋, 전보다 나아졌잖아?"
"거기서 또 틀리냐?"
"여기는 괜찮은데?"
그 자체를 즐기게 된다. 틀리고 잘하고 못하고 더 나아지고 그 자체가. 그게 또 라이브라는 거겠지만.
그래서 항상 드는 생각이 그거다. 라이브를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굳이 라이브로 들어야만 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이브 논란을 볼 때마다 하는 생각들이다.
라이브를 잘한다는 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줄 안다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꺼려하지 않고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알몸인 채. 그리고 거기에 사람들은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고. 그 일체감이 라이브일 것이고.
요즘은 라이브를 잘 찾아가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끔은 그립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 울려대는 그 스피커의 굉음이. 땀들이. 숨소리가. 뺨을 후려치던 머리카락의 느낌이. 참 오래되었지만. 현실적 여건이.
아무튼 방송을 보면서 라이브를 탓한다는게 가끔은 그래서 우습다. 방송인데?
방송을 통해서 완벽한 라이브를 들으려거든 시디를 들으라. 아니면 립싱크를 하라던가.
그냥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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