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상어 - 심판의 자격, 한이수 아버지의 진실이 드러나다

까칠부 2013. 7. 23. 07:22

원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죄를 지었다. 혹은 죄를 지은 누군가의 후손일 것이다. 그의 앞에 또다른 죄가 나타난다. 과연 그것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한이수(김남길 분)의 아버지 한영만(정인기 분)의 진실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죽은 강희수가 조상국(이정길 분)을 찾아왔을 때 조상국의 지시로 자신을 바래다 준 한영만을 강희수는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본 강희수에 대해 한영만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다.

 

조상국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한영만과 두 사람의 대화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죄의 존재. 안타깝게도 여기까지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불행했던 역사의 기억이 우리들 자신의 아주 가까운 과거에 존재하고 있었다. 조상국의 하수인인 최병기 역시 경찰출신으로 80년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고 한다. 과연 한영만이 도망치듯 떠난 강희수의 집에서 시체가 되어 누워 있던 강희수의 모습은 최병기에 의한 것이었을까?

 

조상국이 한이수에게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자신의 치부를 알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 자칫 한이수를 내버려두었다가는 지금까지 쌓아올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상국은 단 한 번도 한이수에게 두려워하거나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오히려 한이수를 다그쳤다. 가르치려 들었다. 한이수보다 한참 위에서 굽어보듯 그를 조롱하고 있었다. 네가 진실을 아는가.

 

어차피 한이수도 죄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이수의 아버지 한영만이 죄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죄를 알고 있었다. 과연 자신의 아버지의 죄를 알고서도 한이수는 자신을 심판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심판하려 하더라도 과연 한이수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가? 과연 누가 자신을 심판할 것인가? 천영보로서 수없이 많은 죄를 지어가며 지금의 조상국이 되어 있지만 과연 누가 자신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우리 국민들의 현명함을 믿어!"

 

아주 지독한 역설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조롱에 가깝다. 현명하다면 조상국이 원래는 천영보였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한다. 조상국이 되기 위해 천영보가 저지른 수많은 죄에 대해 심판하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상국이 말하는 '우리 국민'들은 한이수가 가진 진실보다 조상국이 주장하는 거짓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한이수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과연 역사는 진실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어떻게 보면 공범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 죽은 피해자들이야 당연히 아무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도리어 빨갱이의 가족으로 몰려 차별과 배척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목격자들이 있었다. 학살에 참여한 당사자들도 있었다. 그것을 알음알음으로 들어 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떠했는가? 아직도 당시의 학살은 정당한 것이었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누구의 탓일까?

 

군사독재정권 당시 자행된 수많은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결국 대부분의 한국국민들은 방관자이거나 암묵적 동조자들이었다. 어쩔 수 없었노라며.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며. 그래봐야 소수 아니겠나며. 대다수 국민들은 별 문제없이 - 오히려 경제적 번영을 누리며 잘 살았다면서. 그런 앞에서 과거의 잘못을 묻는다. 과거의 죄를 물으려 한다. 국민들에게 묻는다. 조상국은 과연 죄인인가?

 

그래서 조해우(손예진 분)인 것이다. 그녀 역시 죄인의 손녀였으므로. 한이수에게는 아버지가 죽은 원한이 있지만 조해우에게는 그조차도 없다. 그녀에게 있는 것은 오로지 한이수에 대한 연민과 한 인간으로서의 정의감 뿐. 그녀는 단호히 자신의 할아버지 조상국을 죄를 밝히고 책임을 물으려 한다. 과거의 죄가 부끄럽다. 설사 그것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죄라 할지라도 반드시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그녀이기에 복수라고 하는 어둠속을 헤매는 한이수도 구원할 수 있는 것이다.

 

조의선(김규철 분)은 그런 점에서 조해우와 비교된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일 것이다. 아버지가 지은 죄가 부끄럽다. 부끄러운 것을 넘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지금껏 자신을 속였다. 근엄한 척 도덕과 정의의 가면을 쓰고 자기 위에 군림하려 한 그 기만의 모습들이 증오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버지가 죄의 댓가로 일구어 놓은 - 그리고 자신의 것이 될 것들에 대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건 그것 이건 이것. 차라리 조상국을 협박해서라도 그것들을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누릴 수 있는 것은 누린다. 가질 수 있는 것은 가진다. 양심도 정의도 도덕도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상관도 없다.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 아니던가?

 

이미 죄를 들키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조상국은 조의선에게 당당할 수 없다. 차라리 조해우에게는 당당할 수 없다. 어리다고만 생각한다. 정의따위 얼마든지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르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자신인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믿고 행동해 왔다. 지금이 그 증거다. 그래서 조해우의 정의감은 오히려 우습다. 그러나 조의선의 탐욕은 조상국 자신을 닮았다. 욕망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타협의 대상도 아니다. 그것을 조상국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조상국 자신이 만든 괴물이 자기를 삼키려 한다. 삼켜질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자신이 상대를 삼켜버릴 것인가. 요시무라 준이치로(이재구 분)가 파놓은 덫일 것이다.

 

과연 한이수의 선택은 무엇일까? 자기의 아버지의 사고에 대해 따져묻는 오준영(하석진 분)에게 한이수는 한 마디 변명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다른 누군가가 한 짓이라고. 그러나 한 마디도 않고 그저 묵묵히 오준영이 때리면 때리는대로 맞고 있었다. 죄의식이다. 형과도 같았던 오준영을 속여왔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조해우를 향한 자신의 감정에 대한 죄책감. 차라리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고 만다. 미움받는 쪽이 차라리 동정받는 것보다 편하다. 아버지의 죄를 알게 되었을 때 오로지 복수만을 꿈꿔온 그의 순결한 어둠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스스로를 단죄하려 할까?

 

하기는 조해우에게 그것은 할아버지의 죄다. 아버지의 죄가 아니다. 아버지의 죄에 대한 조의선의 반응은 달랐다. 그만큼 조해우 자신은 죄로부터 자유롭다. 아버지가 살해당한 원한이다. 그런데 그 아버지에게 죄가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추악한 죄가. 오히려 선택은 한이수에게로 돌아간다. 영원히 어둠속에서 살아가라 말하고 있었다. 조해우는 올곧게 그를 어둠으로부터 구원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 조해우를 그는 잡으려 하고 있다. 결코 잡을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장영희(이하늬 분)의 정체를 알았다. 요시무라 준이치로가 보낸 감시자다. 요시무라 준이치로를 믿을 수 없다. 장영희도 믿을 수 없다. 고독에 빠진다. 복수의 절박함과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고립감이 한이수를 궁지로 내몬다. 오준영의 오해와 조해우와의 엇갈림과 그리고 너무나 강한 조상국이라는 벽. 아버지의 죄는 그를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몬다.

 

모든 인간은 결국 죄인이다. 한이수만이 아니다. 죄의 자식이며 죄의 결과일 것이다. 스스로 죄를 짓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심판할 자격따위 없는 것인가. 조상국의 죄 앞에 한이수는 그를 심판할 자격을 갖지 못한 것인가? 하지만 진정 한이수에게 자격을 묻게 되는 것은 한이수 자신의 죄가 아닐까?

 

오준영도 그래서 오로지 그것만을 묻고 있었을 것이다. 과거의 잘못이 아닌 지금 네 자신의 어둠이 문제일 것이라고. 조해우에 대해서도 한이수가 아닌 조해우 자신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문제없다. 우리에게는 아무일도 없을 것이다. 과거에 말목잡혀 지금의 자신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래서 오준영만이 오롯이 한이수에게 잘못을 묻고 그를 때릴 수 있는 것이다. 한이수도 오준영에게만은 그저 맞고만 있었다.

 

그러나 오준영도 안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진심도 아니다. 한이수를 때리고 오준영은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본다. 진심이라기에는 조해우와의 만남을 - 그리고 그녀와의 대화를 오준영은 계속해서 피하려 하고 있었다. 단지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다. 용서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잊지도 못한다.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며 살아갈 뿐이다. 조해우와 한이수를 삼키고 있는 어둠 속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가 마지막 도달할 진심은 과연 무엇일까.

 

한이수에게 복수의 자격을 묻는다. 조상국은 정의를 말한다. 조해우는 혼란에 빠져든다. 아직 조해우는 한이수의 손을 잡고 있다. 오준영은 모든 것을 지켜본다. 복잡하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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