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카라 - 숙녀가 못돼...

까칠부 2013. 9. 7. 08:22

나는 미니멀한 것을 좋아한다.

 

화려하거나 기묘하거나 거창한 것보다는 간결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야 말로 그 본질적 미학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회의 맛을 알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은 회만을 먹어보는 게 중요하다.

 

더하자면 약간의 와사비를 곁들여 맛을 본다면 회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안무가의 고심이 느껴진다.

 

신인걸그룹이었다면 아마 이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심해 보인다. 더구나 신인 특유의 무대에서의 어색함이 더해지면 상당히 조악해 보일 수 있다.

 

혼자서도 무대를 채울 수 있는 당당함이, 경험에서 우러난 능숙함과 여유가 필요하다.

 

스타가 되었다. 그것도 톱스타의 대열에 들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한다. 톱스타놀이를 하느냐고.

 

하지만 톱스타 아닌가. 톱스타가 되어서도 신인처럼 박박 기어야 한다. 그럼 신인들은?

 

스타가 되었으면 스타처럼 행동하는 것이고, 신인은 또 신인에 어울리게 하면 된다.

 

조금은 건방지게, 조금은 오만하게, 조금은 도도하게,

 

그래서 간결한 동작들은 굳이 힘을 주어 야무지게 마무리지으려 하지 않는다.

 

살짝 힘을 뺀 그것 헤어짐에 상심해 투덜거리는 흐트러진 마음이고,

 

또한 데뷔 8년차 중견 아이돌의 당당함이며 오만인 것이다.

 

그것이 좋다. 어느새 카라가 이렇게까지 성장했다. 진한 화장이 어울린다.

 

간결한 안무와 단촐한 의상은 카라 자신의 매력을 순수하게 드러나도록 해준다.

 

아름답다기보다는 멋지다. '루팡' 당시 한승연이 말한 바로 그 멋짐일 터다.

 

어떻게 보면 1집의 안무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초심으로 돌아갔을까?

 

하지만 달라진 것은 그들은 벌써 8년차의 베테랑이며 최고의 스타가 되어 있다는 것.

 

아우라가 다르다. 느낌이 다르다. 그에 동의한다면 무대가 멋질 것이다.

 

여전히 신인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열심이기를 바란다. 무대가 심심할 수 있다.

 

20대 중반이다. 더 이상 어린 소녀일 수만은 없다.

 

이별에 울기보다는 이별 그 자체에 도취되어 버린다.

 

자신의 슬픔을 알아달라며 주위에 투정도 부린다.

 

간결하지만 섬세한 몸짓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보컬파트가 사이드로 빠진다. 마치 내면의 소리같다. 드러내지 못한 속엣소리다.

 

몸짓으로 전한다. 아우성치듯 끊임없이 자신을 알아달라며 드러낸다. 노랫말이 말하듯.

 

이별로 약해진 자신은 뒤로 감추고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을 내보이려 한다.

 

조금은 소심하게, 조금은 당당하게, 조금은 야무지게, 조금은 수줍고 소심하게,

 

새침하고 도도하고 도발적이고 수다스럽다. 짐짓 오만하게 콧대를 세워본다.

 

허세다. 허영이다. 그런데 어울린다. 그럴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런 것들에 익숙해질 나이다.

 

여자가 되었다. 스타가 되었다. 중견이 되었다. 벌써 이렇게 부쩍 자라나 있었다.

 

노랫말만이 아닌 카라 자신을 위한 무대이기도 할 것이다. 카라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다.

 

카라팬을 위한 선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의 카라는 어디에 있는가. 팬들이 있었다.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겠다. 아쉽다면 요즘 너무 바빠서 음원을 들어볼 새도 없었다는 것.

 

듣는다는 것은 흘려듣는 것이 아닌 제대로 자세잡고 감상하는 것이다. 여유가 없다.

 

 

 

내 말이 맞았다.

 

한승연은 비밀스럽다. 니콜은 섹시하다. 박규리는 아름답다. 강지영은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구하라는... 역시 사랑을 하게 되면 여자는 예뻐진다.

 

그늘이 어울리게 되었을 때 비로소 여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스타가 스타놀이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시비거는 놈들이 병신찐따다.

 

8년 전 그리 박박기었는데 지금 여전히 그리 박박 긴다면 자신은 기분이 좋나?

 

뒷방노인이 되어 있어도 8년 전 생초짜일 때보다는 나아야 하는 것이다.

 

지난 시간을 확인한다. 지금을 즐긴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