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친절한 드라마다. 혹시라도 시청자가 헷갈려하지는 않을까 노골적으로 단서를 던져준다. 비영어권 나라에서 조사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어머니', 그러나 가장 슬픈 단어는 굳이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김탄(이민호 분)은 차은상(박신혜 분)을 보고 있었다.
아들에게 어머니란 최초의 이성이다. 딸아게도 아버지란 최초의 이성이며 최초의 사랑이다. 그래서 아들들은 이성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찾으려 하고, 딸들 역시 이성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기대하고는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성에 대한 첫감정이란 부모에 대한 가장 오랜 기억과 같을 것이다. 남성으로써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들로써 어머니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 남자 김탄에게 여자 차은상이란 어떤 의미인가?
가엾다. 안쓰럽다. 그래서 화가 난다. 무시당하고 멸시당한다.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처지를 생각지 못하고 헛된 꿈만 꾸고 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서도 어울리지도 않는 헛된 꿈이만 기대려 하고 있다. 아들인 자기만을 믿고 기대려는데 그러나 정작 아들인 자신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니 심지어 호적상 아들조차 아니다. 본부인인 정지숙(박준금 분)의 아들이 되어 있다. 도대체 자신이 어머니인 그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전화도 받지 않는다. 답답하니까. 어머니 한지애(김성령 분)가 자기에게 할 말이란 너무나 뻔한데 그러나 자기는 그런 어머니에게 원하는 대답을 들려 줄 수 없다. 차은상이 전화통화하는 것을 듣는다. 울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자기는 울고 있으면서 어머니에게는 걱정하지 말라 애써 밝은 목소리로 전하고 있었다. 자신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이다. 신경쓰였었다. 자꾸만 손이 가는 그녀에게. 위태위태하고 불안불안했다. 도움이 필요했다.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어머니라면 무리겠지만 그녀에게라면 자신도 충분히 원하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라면 자기라도 웃을 수 있게끔 만들 수 있다.
우연처럼 베란다에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차은상을 본다. 어머니가 꾸었던 꿈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저 풍요를 반드시 자기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꿈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꿈을 돌려주고 싶었다.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마 김탄이 차은상에게 반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차은상의 꿈과 김탄의 갈망이 만난다.
어쩌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가장 슬픈 단어도 역시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가장 기대고 싶고 돌아가고 싶은 대상이면서도 정작 어머니 당신에게는 그런 존재가 되어주지 못하는 데 대한 실망과 죄책감, 그리고 분노. 그래서 어머니 앞에서 모든 자식은 죄인일 수밖에 없다. 도저히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진 빚쟁이다. 그래서 어머니를 직접 향하지 못하는 미욱함은 그를 대신할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된다. 차은상을 웃게 만들고 싶다.
둘이 함께 손잡고 도망치는 사이 유대감 같은 것이 싹트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이 공동운명체다. 의도된 장치다. 김탄이 어머니에게서 온 전화를 외면하는 그 순간 차은상은 어머니와 통화중이었다. 차은상이 꿈을 꾸고 있던 그때 꿈에서 깨어나는 차은상을 김탄이 보고 있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닿을 수 없는 꿈이 김탄으로 하여금 손을 내밀어 잡도록 만든다. 약혼자인 유라헬(김지원 분)로 인해 상처받고 쓰레기통 옆에서 울고 있을 때 때마침 나타난 추격자들이 둘이 다시 손잡고 달리도록 만든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하필 도망친 곳이 극장이다. 의미도 알 수 없는 영어대사가 들리고 김탄의 목소리가 무심하게 들린다. 극장이란 영화라고 하는 꿈이 보여지는 공간이다.
거친 야생에서 피어난 들꽃이 더 강하다? 거친 야생의 한경과 필사적으로 싸우며 자라느라 영양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들꽃이 과연 온실의 꽃보다 더 강할까? 더구나 세상이 온실이다. 저들이 가진 부와 권력은 세상을 자신의 온실로 만들기에 충분한 힘을 가졌다. 더 쉽게 상처받고, 한 번 부러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온실에는 꽃을 보살피는 손이 얼마든지 있다. 차은상은 너무나 약하다. 형 김원(최진혁 분) 역시 약했었다.
하기는 김원조차 아버지 김남윤(정동환 분) 회장 앞에서는 쉽게 상처받는 여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김남윤만이 강자다. 정지숙은 한기애를 상처줄 수 있지만 한기애는 정지숙을 상처줄 수 없다. 그런 상처조차 끌어안고 버티고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강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저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위태하고 불안한 모습이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손을 내미는 것은 차은상이 아닌 김탄이다.
어떻게 서자이기는 하지만 재벌 2세씩이나 되는 김탄이 보잘 것 없는 차은상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는가.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설정과 구성이라 하겠다. 그럴 수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를 들려주고 있을 것이다. 김탄과 차은상 두 사람의 운명 아닌 필연이었다. 두 사람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드라마다. 드라마란 허구다. 말만 되면 현실이 된다.
첫회가 차은상을 소개하고 있었다면 2회는 김탄의 차례였다. 무엇보다 차은상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정교하게 묘사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첫걸음을 떼었다. 의외로 괜찮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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