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상속자들 - 꿈을 떠나보내며... 차은상 울다!

까칠부 2013. 10. 24. 07:41

"부자들 하는 생각은 이해할 수 없어!"


이른바 '귀족물'로 분류되는 일련의 작품들에서 흔히 보게 되는 대사일 것이다. 아, 물론 일본의 경우다. 한국의 귀족물은 대부분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성립되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통적 지배질서가 거의 붕괴되다시피 한 탓에 한국인에게 귀족의 존재는 상당히 낯설다. 반면 전쟁전의 구조를 상당부분 이어받은 현대의 일본에서는 보통의 서민들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권적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신분에 대한 인지가 있다. 그같은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서민적 상상력의 결과가 '귀족물'인 것이다.


그것이 주제인 것이다. 저들은 우리들과 다르다. 저들은 우리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다른 존재다. 하필 학교가 무대가 되는 것은 그런 특별한 신분의 사람들이 평범한 자신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란 아직 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힌 학창시절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같은 고등학생이고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일 테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고용주의 일가와 고용인이라는 엄격한 자본주의적 질서 아래 놓이게 된다. 차은상(박신혜 분)이 김탄(이민호 분)이나 유라헬(김지원 분)에게 당당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김탄이 자신의 어머니가 고용되어 있는 제국그룹 회장집의 둘째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차은상이 눈물을 흘린 이유이기도 하다. 동갑이지만 그들의 사이에는 이미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이 존재한다.


그래서 미국이었던 것이다. 멀리 바다건너 미국과, 같은 한국땅이고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고용인인 가정부의 딸과 고용주인 회장의 아들, 과연 어느 쪽이 더 멀고 가까울까?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다. 절대 웃으며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신분이다. 그보다 먼 차이가 존재한다.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그런 그들이 만난다. 그래서 미국이다. 미국에서의 시간들이 꿈이었던 것처럼 같은 집에 살지만 김탄 역시 차은상이 꿀 수 있는 꿈 너머에 존재한다. 결코 허락될 수 없는 - 허락될 리도 없는 그야말로 '기적'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친구였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현실만이 남는다. 차은상이 서럽게 우는 이유다. 친구였던 꿈은 이제 사라졌다. 차가운 현실만이 차은상의 앞에 놓여 있다. 불과 며칠만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과장된 설정과 연기는 그를 위해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과 다른 세계에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괴하게 일그러진 관계 또한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기 위한 장치다. 저들은 우리와 사는 방식도 다르다. 첩이 있고, 후처와 첩이 서로 대립하고, 첩의 아들이 후처의 아들로 들어가 있다. 첩의 아들과 전처의 아들의 관계 또한 미묘하다. 윤재호(최원영 분)와 이에스더(윤손하 분), 그리고 최동욱(최진호 분)의 관계 역시 정상적이지는 않다. 그들은 외계인이다. 그렇게 납득하고 만다.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살짝 엿본다. 현실과 유리될수록, 현실과 괴리되어갈수록 설득력을 얻게 된다. 아쉽다면 20대 중반을 넘어가는 배우들에게 고등학교 교복은 조금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정도일까.


어둠덥 정원에 마법처럼 갑자기 불이 들어온다. 동화속 공간처럼 몽환적인 불빛 가운데 차은상이 헤매고 있다. 김탄은 마치 마법사같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하다. 김탄의 정체를 듣고 차은상은 그만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런 차은상이 김탄과 최영도(김우빈 분) 사이에 끼어든다. 차은상이 제국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자체가 김탄의 아버지 김남윤(정동환 분)의 뜻모를 배려 때문이다. 김원(최진혁 분)과 전현주(임주은 분)의 일방적 관계는 동화의 그림자다. 장르의 전형을 보여준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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