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 - 거짓말 못하는 안도훈, 강유정 진실을 알다

까칠부 2013. 10. 25. 07:18

죄란 특별한 사람이 짓는 것이 아니다. 죄를 지을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죄를 짓게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죄를 짓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죄를 짓게 된다. 거짓말조차 서툴다. 당당히 아니라고 부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죄를 지었다. 인간은 악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다.


믿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과연 자신이 옳았는가. 당시 자신의 선택이 옳았었는가. 변해가고 있었다. 과연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이 맞는가. 그럼에도 믿고 싶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었다. 아니라면 자신이 너무 비참해진다. 어미에게서 떨어져 외로이 세상을 등져야 했던 아이도, 딸이라고 죄인이 되어 곁을 지키지 못한 사이 홀로 병과 싸워야 했던 가엾은 아버지도. 그래서 억지로라도 조민혁(지성 분)을 미워했었다. 안도훈(배수빈 분)을 쫓아서. 그를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원망하며 모든 책임을 돌리려 했었다. 모두 그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처럼 진실이 그녀를 찾아온다. 아버지의 패딩에서 발견된 영수증에서 아버지가 실종된 당시의 정황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다. 안도훈과 다시 만났을 때 강유정(황정음 분)은 확신을 가지고 안도훈을 시험한다. 가게주인은 안도훈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웬 젊은 남자라고만 말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라면 조민혁도, 조민혁을 따라다니던 최광수(최웅 분)도 있었다. 단지 강유정이 감옥에 가기 전 결혼이야기가 있었던 터라 혹시 그 상대가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강유정은 그 남자가 안도훈일 것이라 여기고 그에게 묻고 있었다. 안도훈을 보았다는 가게주인의 말을 거짓으로 꾸며가며.


어쩌면 모르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아예 아무것도 모른 체 외면하고 무시하며 믿고 싶은대로 여기고 살아가는 것이 그녀를 위해서도 더 나았을지 모른다. 진실은 잔인하다. 그래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조민혁의 진심이 그녀를 움직였다. 조민혁의 배려가 막다른 궁지로 내몰린 그녀에게 한가닥 숨구명을 틔어주고 있었다. 더 이상 원망할 곳도 미워할 곳도 없으니 남은 것은 진실과 마주하는 것 뿐이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가. 조민혁의 친절이 단서를 주고, 안도훈의 비열한 선언이 빌미가 되었다. 이런 남자였다. 자신이 한 어리석은 행동의 결과를 보게 된다. 다만 아직도 강유정은 자신이 일방적인 희생자라 여기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의 진심을 싸구려로 만든다. 신세연(이다희 분)과 안도훈이 서로 어울리는 이유다. 조민혁에 대한 자신의 진심과는 별개로 신세연의 행동들은 충동적이고 경솔했다. 조민혁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핑계로 조민혁을 너무나 쉽게 대하고 있었다. 손안의 장난감처럼 그를 마음대로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제는 그것이 사랑인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강유정을 위해서라도 둘만의 꿈을 어떻게든 이루려 했을 뿐인데 이제는 무엇을 위해 그리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하기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죄를 대신해서 씌우고,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기소하고 구형까지 해서 유죄를 받아낸 순간 그는 이미 돌아갈 곳을 잃었을 것이다. 신세연 역시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선 순간 그나마 조민혁의 곁에 남아 있던 자신의 자리마저 잃어 버렸다. 친구조차 아니게 되어 버렸다.


서로를 대상으로 여긴다. 수단으로, 도구로써 대한다. 그런 정도에 불과했다. 자신이 그러했듯. 서로의 진심 또한 그러했다. 신세연에게 있어 조민혁이. 안도훈에게 있어 언제부터인가 강유정이. 무엇보다 자신이. 부모를 위한 도구였다. 오로지 부모를 위한 수단으로써 그녀는 길러지고 있었다. 그같은 현실을 스스로 받아들여왔다. 그런 자신에 익숙해져 있었다. 조민혁도 그래야 한다. 자신을 위한 도구로써. 이제는 다른 도구를 찾는다. 신세연에게 모욕당하면서도 안도훈은 그녀를 떠나지 못한다. 신세연도 그 사실을 안다. 그것 뿐. 묘하게 친절하다가도 키스하려는 순간 야멸차게 뺨을 때리는 신세연의 변덕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와 같다. 그래도 좋다. 안도훈은 이미 자신을 버렸다.


역설적이게도 등장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조민혁만이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 충실하다. 자기 자신에 솔직하다. 가장 이기적이다. 죽은 서지희를 위한다는 거짓된 명분에서 벗어났을 때 그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진심이 된다. 아직 강유정에게 자신이란 단지 도구에 불과하다. 조민혁을 믿지 못한다. 인정하지 못한다. 진실을 외면한다. 진실을 마주했을 때 그녀는 잔인한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다. 그래도 당시에는 옳았었다 위로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녀에게 강요한다.


마침내 강유정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유정에게서 아이를 빼앗아간 가석방심사 탈락의 배후에는 안도훈이 있었다. 안도훈이 강유정의 감방동료를 매수해서 강유정의 가석방심사를 무산시킨 것이었다. 아니 그 순간 강유정은 의심하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가석방심사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자신의 말에 안도훈은 비정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강유정의 말처럼 안도훈은 거짓말에 서툴다. 이제 어떻게 할까. 진실을 묻혔고 안도훈은 승승장구중이다. 어떻게 어긋난 것들을 바로잡을까?


강유정의 증언은 이제와서 전혀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한다. 더구나 강유정은 당시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고 처벌까지 받았던 당사자였다. 증거 없이 안도훈을 응징하기에 그녀에게는 힘이 너무 없다. 조민혁 역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신세연의 집착과 안도훈의 악의로부터. 아버지의 후처인 홍인주(조미령 분) 역시 무언가 마음을 정리한 것 같다. 진실을 찾고 조민혁을 지킨다. 조민혁을 찾아가기에는 아직 너무 쉽다. 어렵기에 더 진실하다.


안도훈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그보다 배수빈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어느새 설득당하고 마는 악역을 보여준다. 평범한 - 아니 정의로웠던 한 개인이 어떻게 악인이 되어가는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악인이 아니었다. 죄인이었을 뿐이다. 죄가 인간을 악인으로 만든다. 이다희의 공허한 표정연기는 신세연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인간이기에 빠지고 마는 함정에 대해서. 무력하고 무기력하다. 진실은 잔인하다.


여전히 안도훈은 조민혁과 대등하지 않다. 신세연은 조민혁과 대등하다. 강유정도 안도훈과 같은 위치에 있지 못하다. 갇힌 채 곪다못해 썩어버린 진심들이 악취를 풍긴다. 복수를 하든, 단죄를 하든, 아니면 용서와 화해를 말하든. 급물살을 타기 시작할 것이다. 아직까지 너무 순조롭다. 더 큰 위기가 조민혁을 내몰아야 한다. 강유정과 조민혁이 대등해진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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