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귀족학교이기 때문일까? 누구나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아이들이 다니는 보통의 학교에서도 계급이 있고 신분이 있었다. 공부를 잘하거나, 집에 돈이 많거나, 사는 곳이 어디이거나, 하기는 자기들끼리 패거리를 만드는 것도 능력은 능력이었다. 하나라도 남들보다 나아야 했다. 남들보다 못하면 그것이 빌미가 되었다. '제국고등학교'라서가 아니다. 왕따란 어느 학교에나 있는 이제는 흔하디흔한 일상 가운데 하나다.
누구나 알고 있다. 제국고등학교라서가 아니라 이미 현실에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국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자체가 그 계급에 대한 확인일 것이다. 제국고등학교로 전학한다느 사실을 알았을 때 차은상(박신혜 분)이 오히려 반발한 이유였다. 그것은 체념이었다. 두려움이었다. 그곳은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자신이 가서는 안되는 곳이다. 하지만 가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부러움이기도 했었다. 제국고등학교만 나온다면 무언가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리라. 제국고등학교 자체가 꿈을 꿀 수 없는 차은상에게 꿈이 된다.
이미 출생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가 있다.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현실에서 인간은 항상 불평등하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기억이 있다. 고만고만한 또래 가운데서도 계급이 나뉘고 신분이 생겨나고 그로부터 권력이라는 것이 나타난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아이들이란 어른의 거울이다. 학교에 대한 보편적 기억과 사회에 대한 무의식이 만난다. 귀족 - 아니 재벌이라고 하는 설정은 그를 위한 일종의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왕이 되고, 귀족이 되고, 상인이 되고, 혁명가가 된다.
아니 혁명가가 나와서는 안된다. 귀족학교의 룰이다. 그것은 자신이 사는 사회의 부조리인 동시에, 자신 또한 누리고 싶은 동경이기도 하다. 선택받는다. 기회가 주어진다. 신분상승의 기회다. 차은상은 비겁하다. 하다못해 많은 드라마나 만화의 주인공처럼 당당하게 자기를 주장할 줄도 모른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억지로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어 보지만 그것은 물러설 곳이 없는 이의 발악에 불과하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을 때는 유라헬(김지원 분)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탄과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녀는 그저 하염없이 울고만 있었다. 오해로 인해 시작된 졸부의 딸이라는 설정에도 반발하면서도 굳이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눈앞의 부당한 폭력에도 눈을 감는다.
약자와 약자가 만나봐야 약자들이 될 뿐이다. 약자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저 약자일 뿐이다. 잔인한 현실이다. 역시 차은상은 그같은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미국까지 갔었다. 언니는 자신의 꿈이었다. 그러나 그 꿈이 어떻게 영락해가는가를 자신의 눈으로 보고 돌아왔다. 희망따위는 없다. 꿈따위 허무할 뿐이다. 미국으로부터 돌아와서 미국에서의 꿈을 잊으려 한다. 처음엔 거부했지만 제국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자신도 필사적이 된다. 가난한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어머니의 직업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지 않다. 그녀는 다시 꿈을 꾸고 싶을 것이다. 강자들 사이에서 강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능력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실력이 좋아서 집안만 좋은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준다. 교육받는 환경이 다르다. 공부를 하는 목표 역시 벌써부터 명확하다. 타고난 재능은 별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재능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공부로 경쟁해서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 참 현실적이다. 공부에서도 뒤쳐지고, 하다못해 싸움마저 그들을 이기지 못한다. 너무나 분명한 수준의 차이에서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김탄(이민호 분)의 선택을 받았다. 최영도(김우빈 분)의 관심을 받는다. 그야말로 신데렐라다.
전반적으로 우울하다. 밝지가 않다. 사실 그것이 매력이기도 하다. 현실은 우울해도 캔디는 밝아야 한다. 뒤틀리고 어긋난 고귀함 가운데 여전히 밝고 긍정적인 평범함이 드러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뒤틀리고 어긋난 가운데서도 고귀함은 오히려 밝다. 평범함은 그저 짓눌린 채 일그러져 있을 뿐이다. 오히려 그것이 강자에게 이입하기 쉽도록 한다. 그리고 현실을 깨닫게 한다. 차은상이 만일 저 가운데 신분상승을 이룬다면 그 통쾌함도 몇 배 더 커질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제국고등학교'이기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어느 학교를 가져다 놔도 결국은 비슷한 구조일 것이다. 굳이 고등학교가 아니더라도 특별한 신분의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는 항상 인기있다. 그나마 모두가 평등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시기다. 평등 아닌 평등이다.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모두가 평등하지는 않다. 낙오자도 존재한다. 현실의 단면이다. 승자가 되고 싶어한다. 강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무엇도 될 수 없다. 꿈을 꾼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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