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란 한 마디로 관성이다. 기존의 익숙한 문법에 기대 쉽게 편하게 쓰려 한다.
장르소설을 떠올려보면 되겠다. 어디서 본 듯한 설정과 구조와 문장들. 캐릭터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것이 용인되는 것은 그것이 장르소설이기 때문. B급문화라는 것이다.
독창적인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예술적인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익숙함이 좋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쉽게 록이다, 쉽게 포크다, 쉽게 트로트다. 그냥 장르를 알아볼 수 있으면 된다. 장르에 대한 선호가 음악에 대한 선호가 된다.
쉽게 듣고 쉽게 소비한다. 음악적인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 그같은 클리셰를 이용해 음악적인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클리셰란 쉽게 생산하고 쉽게 소비하는 양산화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라면 그같은 전제에 동의하지 못하는 외부인의 경우다.
록이라서 좋았다. 록의 특성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환호한다. 그런데 그 비슷한 것이 다른 음악에도 있다. 오히려 원조는 전혀 다른 음악일 것이다. 사기당한 것 같다. 무언가 굉장히 억울하다. 표절이다.
라틴음악 스타일이 좋았다.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클리셰라 한다. 샘플링이라 한다. 배신당한 것 같다. 표절이다. 용서하지 못하겠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싸우려 하면 안된다. 어차피 시장바닥에 내놓고 파는 보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옷들이고 흔한 양식이다. 그런데 처음 옷을 골랐다. 좋은 옷이라 생각했다. 손님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생산자나 판매자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그런 음악이고 그런 손님이다.
음악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독창성이나 예술성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음악은 양산형이다. 아니면 한 사람이 수백수천개의 곡을 매번 새롭게 써야 한다. 천재란 그렇게 흔한 종자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중이 좋아하는 부분을 공유한다.
음반 부틀릿에 '어떤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라 쓰인 부분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러면 오해가 적다. 비슷한 건 당연한 것이다. 같은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을 이해시키면 된다.
무리한 논란이다. 흔하다는 것이 문제다. 표절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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