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구하라의 캐릭터...

까칠부 2010. 1. 23. 02:40

남자의 자격에서 모든 이야기는 김성민을 통해 시작된다.

 

"꼭 하고 싶었어!"

 

지난주에도 그 한 마디를 가지고서 이정진이 김성민에 대해 입을 열었고, 김성민은,

 

"나도 사람이야!"

 

라는 의외성이 담긴 한 마디로 응수하고 있었다.

 

그 전제는 바로 김성민의 봉창캐릭터. 그리고 그에 대한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피로감이다.

 

"김성민은 피곤하다."

 

그러다 역으로,

 

"그러나 김성민은 뭘하든 잘한다."

 

그것이 주제가 되어 다른 멤버들에게 말이나 행동의 빌미가 된다.

 

물론 그것은 다른 멤버도 마찬가지다. 김태원이 한 마디 하면 모두가 달려든다.

 

"몸도 못 가누시는 분이..."

 

과연 김태원이 아니었으면 마라톤편 첫화에서 대놓고 조작방송을 하던 것이 그렇게 웃길 수 있었을까? 김태원이 먼저 약골을 연기하고, 거기에 다른 멤버들이 반응하고, 그러면서 말도 안되는 조작방송이 웃음과 함께 보여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바로 그런 것들. 김성민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그냥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멤버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프로그램 안에서 확산된다. 김태원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멤버들의 반응을 불러오고 프로그램 안에서 그것은 커지고 이어지며 분량이 된다. 내가 말하는 시트콤이라는 것이다. 짜여진 각본 없는 오로지 상황만으로 만들어지는 시트콤.

 

남자의 자격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멤버들의 토크일 텐데 여기서 그런 점이 바로 드러난다. 한 마디로 버리는 게 없다. 한 마디도 버려지는 게 없다. 던지면 받고, 치면 받아친다. 물론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서다. 국민할매, 국민약골, 꼴찌, 비덩, 욱사마, 봉창, 김국진. 그래서 재미가 있다. 그런 것들이.

 

청춘불패도 마찬가지다. 한선화의 말과 행동은 바로 다른 멤버들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아니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떠올린다.

 

"백지"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그것 가지고 이야기거리가 된다. 그리고 자신도 그것으로 말이며 행동을 풀어간다.

 

이번주 효민이 빵 터진 이유도 그것이었다. 병풍이었거든. 그런데 병풍이라고 써니에게 빌붙은 거다. 그런 비굴함에 김신영의 구박이 이어졌고. 그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꿋꿋하게 분량을 챙기고 써니를 챙기는 모습이 빵 터지면서 그녀의 캐릭터가 된 것이다. 아마 이후의 효민의 분량은 오늘 잡힌 캐릭터를 전제하지 않을까.

 

징징현아도 마찬가지다. 그냥 현아만 있어도 멤버들은 말한다.

 

"그만 징징대!"

 

그리고 현아 역시 그 징징거림으로 분량을 만든다. 현아가 징징거리면 다른 멤버들이 그것을 받고. 징징거림 자체가 하나의 사건의 시발이 되는 것이다. 나르샤의 성인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구하라를 보면 사실상 하라구라 하지만 그런 게 전혀 없다. 그나마 현아와만 주고받는 게 있을까? 초반 병장과 일병의 관계로 분량을 만들어냈던 곰태우와도 최근 소원하다. 누구도 하라구라는 캐릭터에 반응하지 않고, 하라구라는 캐릭터로 말이나 행동을 연결짓지 않는다. 유치개그 말고는 사실 기대되는 것도 없다. 그나마 저번 얼음판 위에서 놀 때나 구사인볼트를 떠올렸을까.

 

그게 문제다. 이번주도 구하라는 꽤 괜찮은 장면을 몇 만들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인상에 남느냐면 전혀 그런 것 없다. 왜? 이어지지 않았으니까. 일단 그 말이나 행동 자체가 구하라의 캐릭터와 이어지지 않았고, 다른 멤버의 반응 또한 캐릭터와는 별개로 이루어졌었다. 아니 캐릭터라는 게 있던가?

 

물론 미꾸라지를 훔치고, 돈을 슬쩍하고, 써니의 가슴을 보던 장면은 좋았다. 강정을 훔쳐 달아나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장면들이 기대되는가. 혹은 다른 멤버가 그것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가. 구하라가 무언가 슬쩍하기 전에, 혹은 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소재삼는 다른 멤버가 있고, 그로 인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가. 프로그램 안에서 재생산되지 못하는 캐릭터란 캐릭터가 아니라는 거다. 그러면 남는 것은?

 

결국에 지금 구하라에 남아 있는 캐릭터란 유치개그와 프로그램 외적인 캐릭터로서 구사인볼트, 그 밖에는 프로그램과 상관없는 사적인 관계 정도일 것이다. 그나마 현아와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엮여 있을까. 그래서 프로그램 안에서도 구하라에 반응하는 것은 현아가 유일하더라는 것이다.

 

구하라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유치개그조차도 없을 때 완전히 화면에서 사라져 버리는 지금 구하라가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과연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을 가지고 분량을 만들고 소재로 삼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캐릭터란 구하라를 하라구라 부르니까 그런 게 캐릭터가 아니다. 4차원적인 엉뚱발랄... 그것도 캐릭터라 하는 게 아니다. 캐릭터란 프로그램 안에서 재생산되는 것이다.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에서 그것을 소재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구축되는 것이 캐릭터고. 과연 구하라에게 그런 것이 있는가. 다른 사람들을 기대하게 하고, 다른 멤버들로 하여금 그것을 이용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것이.

 

솔직히 지금대로라면 힘들다는 생각이다. 다들 관계와 캐릭터를 가지고 분량을 찾는데 아직 현아 하나만을 끌어안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오로지 개인의 기량으로만 분량을 찾아야 하는 지금으로서는.

 

과연 이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으로써 주위와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다른 멤버들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게 할 것인가. 늦었지만... 하긴 청춘불패가 6개월 단기계약인가? 그때까지 하고 말 거라면 지금 이대로도 상관없기는 하겠다.

 

지금 구하라의 분량이 줄어든 것은 단순한 다른 멤버에 대한 배려차원이 아니다. 그만큼 재미없다는 거다. 부족하다는 거고.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연 이대로도 괜찮은가.

 

방송을 보며 내내 든 생각이었다. 이대로 좋은가. 아니라.

 

 

덧, 아무래도 구하라를 김태우와 떼어놓은 게 패착이었던 것 같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면 실수이든 김태우와 떨어져 김신영과 어울리면서 구하라의 캐릭터는 확실히 급속히 소모되고 사라져갔다. 그때는 김태우와 어울리면서 꽤 분량도 만들고 했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구하라와 어울리는 멤버란 현아 하나이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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