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효데렐라 뜨다!

까칠부 2010. 1. 23. 00:56

그래, 이런 거였다. 아주 배가 끊어져라 웃었다. 잘 하는데. 개인기 같은 거 굳이 시키지 않아도 관계 만들고 상황 만들어서 놀고 있으니까 몇 배 더 재미있고 웃기고 캐릭터도 한 방에 잡히지 않은가 말이다. 써니에게 빌붙으면서도 김신영에게 병풍이라 놀림받으며 구박받는 - 그러나 꿋꿋한 효데렐라. 아마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분량도 많았으리라. 이후로도 그같은 캐릭터로 몇 번 또 웃겨주었고.

 

선화도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겼달까? 이전의 분량을 뽑으려 집착하는 모습이 없다. 자연스럽고 여유가 있다. 그렇다 보니 백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자신의 본연의 재치와 매력을 보여줄 줄 안다. 아마 그녀가 진짜 어리석었다면 가게에서 커피를 사면서도 계산을 또 틀렸겠지. 그러나 거기에서 계산을 오히려 맞춤으로써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백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바보같구나보다는 귀엽구나? 붕어빵 사들고 오는 것과 가게에서 커피 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분량을 뽑아내리라고는. 특히 가게 아주머니와의 내기에서 이기고 라면을 먹고 있을 때는 그냥 웃고 말았다.

 

오늘 분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개인기의 비중이 거의 없었다는 것. 마지막에 코믹댄스가 있었기는 하지만 그 정도야 원래 하는 것이고, 그 밖에는 하라구조차 유치개그를 하지 않았다. 그냥 한 데 어울려 함께 놀았다. 함께 강아지 목욕시키고, 함께 개집도 만들고, 또 하나는 심부름 갔다 오고, 눈썰매도 타고, 퀴즈대회도 하고. 그러고 나니까 예전에는 생뚱맞던 왕유치배 퀴즈대회도 어쩐지 자연스럽다.

 

이런 걸 바랬던 거였다.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그러면서도 자연스런 웃음이 있다. 효민은 써니에게 빌붙으려 들고, 김신영은 그런 효민을 병풍이라 구박하고, 써니는 그런 효민을 부담스러워하고, 현아는 여전히 징징거리면서 옆에서 김신영을 거들고, 강아지 목욕시키는 가운데서도 이러쿵저러쿵 나오는 수다들 - 그리고 어쩐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려 보이는 색깔개그들. 강아지의 그것이기에 또 귀엽기만 하다.

 

콩나물기르기에 도전했던 유리와 현아의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콩나물이 어떻게 자라는지도 모르고, 콩이 싹을 틔우는 것과 콩나물과도 구분을 못하는 전형적인 도시아가씨들. 순진하게 콩나물에 대해 토론하는 유리와 수영, 효연이 귀여웠고, 스케줄 도중에도 써니에게 전화걸어 콩나물에 물을 주라 했다는 이야기는 진실하게 들렸다. 현아의 콩나물이 끝내 콩줄기가 되어 썩어버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버렸다는 말에는 리얼리티가 있다. 종합하자면,

 

"사랑스럽다!"

 

더구나 왕유치를 건 퀴즈대회에서도 각 멤버들은 전에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며 열연했다. 하라구는 빠르고 엉뚱했고, 현아는 징징거렸으며, 효민은 처절했고, 선화는 백지였고, 유리는 맹했고, 써니는... 효민의 개그댄스를 살린 건 결국 효민이 엎어지면서였다. 초딩만도 못한 나르샤의 어거지는 나르샤가 왜 나르샤인가를 보여주었고. 그냥 넘어가는 퀴즈대회가 아니라 이조차도 예능으로서 즐기게 되었달까?

 

아마 최근 가운데 가장 낫지 않았을까. 지난주에 느낀 최악의 실망감이 한 번에 해소되는 기분이다. 김신영도 콩트나 개인기보다는 비로소 관계와 상황의 중요성을 이해한 것 같고. 개인기 한 번 시키는 것보다 자기도 캐릭터를 잡고서 관계를 맺을 때, 그 상황속에서 비로소 캐릭터가 잡힌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때 캐릭터와 관계에서 보다 자연스런 웃음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눈썰매 타는 게 뭐가 그리 재미있겠느냐는 거다. 경주를 하는 것도 아니고 따로따로 눈썰매를 타는데. 왜 재미있는가. G7이니까 재미있다. G7이니까 귀엽고.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자기 캐릭터를 드러낼 줄 안다는 것이 더 재미를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또 멤버들 사이의 관계가 드러나기에 그게 더 재미있었던 것이고. 초반이었다면 도저히 분량이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장면에서까지 분량이 나오더라는 것. 비로소 청춘불패가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로 봐도 되지 않을까?

 

하여튼 한 주 한 주가 롤러코스터다. 잘 나가다가 망하다가, 망하다가 또 잘 나가다가, 그러나 아직 초반이니까. 출연자는 물론 제작진조차 리얼버라이어티는 생소한 듯 하고. 그래서인지 그것 지켜보는 것도 이제는 한 재미가 되고 있다. 아마 초창기 남자의 자격 이래 내가 가장 많은 글을 쓰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기대와 실망이 워낙 교차하다 보니.

 

아무튼 내 기준은 한 가지다. 재미있었느냐 없었느냐. 재미있으면 그냥 이렇게 좋아 흐뭇한 웃음을 머금는 것이고 재미없으면 바로 욕 나오는 것이고. 일관성이란 없다. 그때그때 프로그램의 퀄리티에 따라 반응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르면 이번주는 대성공. 가장 좋았다. 심지어 김신영까지도 좋았다. 비로소. 지금까지 보아온 김신영 가운데 최고라 할 정도로. 이렇게만 계속 가기를.

 

이번주 베스트는 역시나 효데렐라 효민. 묘하게 엉뚱한 캐릭터를 잡아 꿋꿋하게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참으로 굴욕적일 수도 있을 텐데도 그걸 오히려 더 뻔뻔하게 연기해낸 탓에 오히려 상큼하고 귀여워 보였다. 초반의 그림자가 많이 걷혔달까? 노래가 대박터지더니 예능감도 대박터지려는 듯. 다음주도 기대해봐도 좋겠다. 병풍이 아닌 효데렐라 효민으로. 정말 웃겼다. 재미있었다.

 

 

덧, 역시 구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의 부재다. 현재 구하라에게만 청춘불패에서 캐릭터가 없다. 유치개그를 제외하고는. 유치개그 않으니까 바로 분량 줄어드는 것 보라. 주고 받고 치고 받아치는 그런 게 없으니. 혼자서 웃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다. 그래도 사이사이 보인 센스들은 좋았다. 다만 그것이 이어지지 않으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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