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의 회장인가가 카미카제에 대해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었다.
"명목은 자원이었지만 사실상 강제였다."
무릎팍도사에서 박예은이었던가? 당시의 미국진출 결정에 대해 이리 말한 적 있었다.
"당시 분위기상 못한다고는 말 못하죠."
하긴 잘나가는 걸그룹,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이다. 사장이 미국으로 간다는데 과연 못하겠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은 함정이다. 한 번 일단 해 보겠다 말을 꺼내게 되면 그에 자연스레 구속되게 된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것은 확신이 된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있었는데... 아무튼 그같은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착각하게 된다.
"아, 내가 판단하고 결정한 거야."
그러나 과연 그것이 자발적인 결정이었을까?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선택과 판단과 결정까지, 그리고 그것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유학을 가려고 해도 그렇게 순식간에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어 유학을 가더라도 최소한 그 전부터 그런 꿈을 갖거나 그런 결심을 할 계기가 있었거나 그를 위한 준비기간을 갖는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었다. 내가 과문해서인지는 몰라도 원더걸스가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목표로 만들어진 걸그룹이라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다. 2008년까지도 원더걸스의 미국진출에 대해 들어 본 바도 없었다. 무릎팍도사에서도 원더걸스 멤버는 물론 박진영도 증언했었다. 바로 그 순간 제안되어지고 결정된 거라고. 그리고 바로 얼마 안 있어 미국행.
아직 18살이다. 어린 나이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와 그리고 사랑해주던 팬들과 떠나 미국으로 간다. 한국의 익숙하던 생활과 떠나 미국의 생소한 환경과 만난다.
물론 그럼에도 목표가 있으면 좋다. 목표가 있고 희망이 있다면. 인간은 한 가닥 희망만 있어도 그것을 부여잡고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어땠지?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박진영 스스로 증언했듯 그야말로 맨땅에 머리부터 박은 셈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도 힘든데, 한국에서의 영광스런 나날을 뒤로 하고 그 어렵고 힘든 바닥생활을 견뎌낸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무명인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원래 인기를 누리다 떨어진 쪽이 더 견디기 두려운 법이다. 상실감과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렇다고 기업에서처럼 해외에서 오래 머물다 들어오면 경력이 되어주는 것도 아니다. 연예인은 한 철 장사다. 인기 있을 때 바짝 당겨 놓지 않으면 인기 떨어지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니 오히려 인기연예인이었기에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중퇴지? 고등학교 중퇴 가지고 요즘 어디 가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있나?
그럴 것이다. 어찌되었든간에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니냐? 그러나 말했다. 세상에는 스스로 선택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상황에 휘둘리고 주위에 휩쓸리고 분위기에 현혹되고. 인기의 절정에서 미국진출을 제안했을 때 과연 그것을 거부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거다. 더구나 여럿이 모여 의논을 하게 되면 도리어 책임이 분산되어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지게 된다. 미국현지사정에 밝은 박진영에 대한 믿음도 있었을 테고. 그것은 또 권위가 된다.
사실 그래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말을 해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그냥 툭 던지는 말인데 그게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수도 있다. 생각이 아예 없었던가,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할 여지조차 없이 원더걸스를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던가.
내가 박진영에 대해 문제삼는 것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과연 그것이 자발적인 선택이었는가. 그랬다면 먼저 시간을 충분히 주었어야 했다. 최소 반 년은, 하다못해 석 달은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었어야 했다. 최소한 자기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혹은 나중에라도 수정할 수 있도록. 그런 것도 없이 일단 동의했으니 자발적이었다. 그게 바로 사기꾼들이 잘 쓰는 수법이다.
아마 박진영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선미가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것도 옆에서 지켜보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새 멤버를 그새 준비해 놓은 것이겠지. 아무리 연습생 가운데 선발한다고, 미리 준비해 놓지 않았다면 선미의 탈퇴선언과 동시에 새 멤버를 발표할 수 있을까. 후보자 가운데서도 고르고 골라 적합한 멤버를 선발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았을 텐데도.
결국은 대상이었다는 것일 게다. 인간적인 애착이 있었다면 저렇게 쿨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한 수단이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아니어도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자세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과연 선미 등을 설득할 때 그는 왜 그랬던가.
내가 박진영을 가수나 프로듀서가 아닌 사장이라 부르는 이유다. 비록 꿈을 추구하되 그는 전형적인 사업가다. 인간조차 철저히 계량해 사용하는. 원더걸스 역시 그렇게 소모되는 것이겠지. 그의 목적을 위해.
안타까운 것은 오래도록 함께 해 온 동료를 잃은 원더걸스의 멤버들과 어쩔 수 없이 잠시 꿈을 접어야 하는 선미, 그리고 사랑하던 누이이자 친구이자 연인이던 선미를 잃게 된 원더걸스의 팬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와는 상관없이 JYP의 원더걸스 미국 프로모션은 계속해 진행될 테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세상은 그렇게나 비정하고 냉혹하다. 자본의 논리란 더욱. JYP를 결코 좋게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남은 원더걸스 멤버들이나 선미에게는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건네고, 느닷없이 멤버를 잃은 원더걸스 팬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리고 새 멤버를 영입하게 된 JYP에는 남은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잘 하라. 또다시 선미처럼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도무지 생각이 정리가 안 돼 이것저것 끄적이다 말았다. 나의 일 같지 않아서. 과연 카라의 멤버 가운데 누구 한 사람이 저런 상황에 놓이면? 선미 없는 원더걸스란 또 팬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 그러더라.
"선미 없는 원더걸스란 국내활동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다."
그러나 상처는 언젠가는 아물겠지.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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