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시피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공부의 신>의 원작이다. 또 그 원작은 <꼴찌, 동경대 가다>. 그러나 내가 원작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아마 아베 히로시의 필모그래피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드라마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순전히 아베 히로시와 나가사와 마사미가 나온다는 이유로 찾아 본 것이었는데...
내용이야 뻔했다. 꼴찌들 데려다 특훈시키듯 공부시켜서 토다이 - 동경대에 보낸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일본과는 입시제도 자체가 달라서. 환경도 다르다. 그리고 출제경향이나 우리가 참고할만한 게 전혀 없다. 무엇보다 내가 입시를 볼 일이 없다. 그래서 그냥 드라마 자체로서만 스치듯 보고 있었다. 역시 아베 히로시의 캐릭터 연기는 훌륭하구나 하면서. 나가사와 마사미도 예뻤고. 그런데...
보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느낀 거다. 이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 열심히 공부해서 동경대에 가라는 것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그거였다.
잇쇼켄메-一生懸明
한 번은 자기 인생에 자기를 걸고 도전해 보라. 자기를 걸고 자기를 믿고 불가능이라 여기지 말고 최선을 다해 도전해 보라.
마지막에 아베 히로시는 모두에게 동경대에 가야 한다 말하지 않는다. 아마 동경대 진학에 성공하는 것이 최종 세 명이던가? 나카오 아키요시와 아라가키 유이, 야마시타 토모히사는 원래 합격하고서도 진학하지 않는다 하던가 했을 것이다. 나가사와 마사미는 아예 시험을 못보던가 했고, 사이코와 코이케 텟페이는 시험에 떨어졌을 것이다. 워낙 오래전에 본 것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아무튼 그렇게 결국 시험도 못보고, 시험에도 실패하고, 아예 진학도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아베 히로시는 굳이 야단을 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대견해한다.
그는 말한다.
"동경대에 가게 되면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더 쉽게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
결국은 그거다. 동경대에 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동경대에 감으로써 학벌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믿고 사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동경대란 단지 그를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그것을 알았기에 굳이 동경대에 가지 않고도 아베 히로시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래봐야 드라마다. 그리고 일본드라마고. 우리와는 현실이 다르다.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항상 같다.
"한 번도 최선을 다해보지 않고서 불평만을 하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너무 아름답다."
공부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그래서 아베 히로시는 등장부터 그리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보와 못난이는 동경대에 가라!"
진정으로 동경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그들 바보와 못난이들이었으므로.
시작은 미미했으되 그 끝은 창대하다. 시작은 그냥그런 학원드라마로, 그러나 마무리는 꽤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다만 일본드라마 - 아니 일본문화 특유의 과잉된 미학이 결국에 그 감동마저도 잡아먹고 말았지만. 내가 이런 것 때문에 일본드라마를 보다 말다 하는 것인데. 멋있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 공허함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끔찍하다. 단지 그 결말이 괜찮아서.
그러나 솔직히 말해 <공부의 신>까지 보고 싶지는 않다. 내가 가르치는 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이 대학 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출연자 가운데 아베 히로시나 나가사와 마사미처럼 나의 눈길을 잡아끌만한 출연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내용 자체도 원작인 드래곤자쿠라와 사뭇 다르단다. 이래저래 볼 이유는 없는 듯. 파스타 보기도 바쁘고. 다만 허술하게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입시경쟁에 불을 지피는 내용만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했듯 우리와는 현실이 전혀 다르니까.
아무튼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아마 내가 그동안 보았던 일본 드라마 가운데 손꼽히는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내용이야 뻔했지만 그 풀어가는 방식이 참 절묘해서.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러브라인과 그리고 적절한 비극과. 그러나 역시 말했지만 지나치게 일본적인 그놈의 미학은 도무지... 그냥 공부의 신 이야기가 나오길래. 공부의 신이나 이거나 다시 볼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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