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1등이 아니면 실패한 것인가?

까칠부 2009. 8. 18. 06:57

확실히 남의 블로그에 들어가 남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그만큼 사람은 다른 존재이기에. 생각도 다르고, 그를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고,

 

하여튼 보다보면 느끼는 것이 그거다.

 

"1등이 아니면 실패인가?"

"누군가를 누르지 못하면 실패인 것인가?"

"반드시 누군가를 누르고 TOP 얼마 안에 들어야 성공인 것인가?"

 

물론 설마 그런 의도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그리 인기블로거가... 아니,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더 보편적일까?

 

당장 음악을 보더라도 그렇다. 분명 1위를 하는 솔로나 팀이 있다. 1위에 오르는 음악이 있다. 그래서 1위가 되지 못하면 가치가 없는 것일까?

 

예를 들어 블랙홀의 8집... 아, 이건 상을 받았나? 언니네이발관도 상을 받았고, 검정치마는 모르겠다. 죄다 인기차트와는 상관없는 팀들이다. 그래서 가치가 없나?

 

그래, 이경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 시청율 그다지 높게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절친노트나 붕어빵, 퀴즈 육감대결 등이 가치가 없는 프로그램인가?

 

도대체 뭘 보고 패배자라 하는가? 뭘 보고 실패라 하는가?

 

하긴 말했듯 그것이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정서다. 98점을 맞았으면 두 개밖에 틀리지 않을 것을 칭찬하기보다 두 개 씩이나 틀렸다고 야단치는 문화. 98점을 맞고 2등을 했더니 왜 1등을 못했느냐고 다그치는 문화. 오로지 1등만이 살아남는 문화. 오로지 1등만이 인정받는 문화.

 

그래서 다양성이 존재해야 할 대중문화에조차 1등을 강요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 다양성의 부분부분들에게까지 1등을 닮으로 요구하면서까지. 어찌나 어이가 없었던지.

 

"이경규는 유재석을 본받으라!"

 

그것 하나만이 아니다. 대체로 분위기들이 그렇다. 1등은 승자, 1등이 - 최소한 세 손가락 안에 들지 못하면 패자, 승자는 가치가 있고, 패자는 그저 실패한 잉여일 뿐이고, 도대체가 그렇게 연예인들을 한 줄로 세워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하여튼 보고 있자면 지금의 우리나라의 여러 현실들이 그냥 비롯된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자연발생설은 파스퇴르 이후 그 가치를 잃어버렸지.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10위권은 커녕 20위, 30위 안에만 들어도 감지덕지인 사람들이 넘치고 넘친다. 연예인 가운데서도 그저 그것이 좋아서 등수에도 못 들어도 그들을 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예계 뿐일까? 현실에서 그런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실패라... 패배라...

 

이래서 남의 블로그 같은 건 읽는 게 아닌데. 좋은 생각이 있으면 공유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안 좋은 소리가 나오거든. 그러면 또 피곤해지고.

 

그러나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은 - 연예계란 등수가 따로 없기에 연예계다. 아무리 등수에 들지 못해도 내가 좋아하면 최고다. 그리고 그런 다야한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연예계고. 줄세우기가 아니라 말이다.

 

답답하다. 아침부터. 무척.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