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했다. 아무리 카라가 좋다고 카라 음악까지...
그런 타입은 아니거든. 싫으면 싫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래서 내가 팬덤과 얽히기 싫어하는 건데. 싫으면 바로 내뱉는 스타일이라.
그런데 어제 또 새벽 늦게까지 음악을 듣다가 깨달았다.
"아, 단무지가 필요해..."
빅마마의 음반을 1집부터 들었다. 빅마마가 가벼워진 것이 4집부터였구나. 팝스러워졌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듣기 편해서...
확실히 언제부터인가 힘주고 부르는 노래를 부담스러워하게 되었다. 아마 따로 각잡고 음악을 듣는 버릇이 없어서인지 모른다. 최근 내가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거든.
글 쓰다 20분 넘어가면 뒤를 못 잇는다. 드라마도 한 편을 여러 번에 나눠 띄엄띄엄 봐야 하고. 극장은 엄두도 못낸다. 하물며 강한 음악 틀어놓고 뭔가 다른 짓 하기가. 예전이라면 또 모르겠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한참 무거운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가벼운 걸 듣고 싶어진다. 굳이 더 잘 하려 힘주어 부르지도 않고, 기계음에 가려지지도 않는 사운드도 경쾌한 음악으로.
아마 예전 누군가 카라의 노래를 동요같다 했었다지? 맞다. 그게 장점이다. 동요같다는 것.
진짜 정직하게 부른다. 내가 가끔 뭔 생목이냐고 투덜대기는 하지만 그게 카라만의 강점이다. 생목인 만큼 생목소리가 그대로 나온다. 괜한 기교나 다른 잡스런 것 없이 자기 목소리가 그대로 사운드에 실려 나온다. 더구나 사운드도 그 서툰 생목소리를 침범하기보다는 오히려 북돋는 사운드다. 몇 번이나 말하는 거지만 카라 앨범 프로듀서는 대단하다.
생목인 만큼 굳이 힘주어 부르는 것도 없고, 굳이 힘주어 부를만큼 무거운 노래도 없다. 사운드도 야무진 것이 경쾌하다. 기계음 없이 보컬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마치 노래를 통해 카라 멤버와 직접 마주하는 느낌?
비유하자면 요즘 떡볶이들 참 이것저것 많이 넣고 맛이 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는 여기서 좀 나가서 오로지 고추장만으로 맛을 낸 옛날식 떡볶이다. 고추장과 아마 조미료와... 다른 것 없이 오로지 그것만으로만 맛을 낸.
어쩌면 내가 어느날 문득 걸그룹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와 같은지도 모른다. 특히 원더걸스의 음악에 호감이 있었는데, 역시나 기교 없이 부르던 그 무색무취함이 좋았거든. 그러나 역시 박진영답게 원초적인 날 것의 싱싱함은 없었다. 그런데 카라의 음악을 듣다 보니...
특히 미스터에서 생목소리로 떼창하는 부분이라거나, 락유에서 발랄하게 Rock you bofy i say할 때라든가, Wanna에서도 "그대를 사랑해"라는 가사 하나로 다섯 명의 목소리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변주하는 게 그렇게 좋다.
물론 음악 자체가 좋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의 완성은 보컬이라고, 하긴 작곡하거나 프로듀스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걸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다. 어차피 가창력으로 노래를 끌어가거나, 혹은 노래를 살리기는 힘들 테니 차라리 목소리의 매력을 살리자. 그런 점에서 아이돌의 본연의 매력으로 승부하던 90년대식 아이돌 음악으로 회귀한 것일 테지만 그게 좋았던 것이었다. 그 사람냄새가.
아마 이런 걸 달달하다 표현하는 모양이다만. 확실히 트레이닝으로 만들어진 목소리에 비해 귀에 와 닿는 그 생생함이 간질거리는 듯 기분이 좋다. 아, 이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구나. 이건 박규리, 이건 한승연, 이 귀여운 목소리는 니콜일 테고, 이건 강지영...? 아, 이 목에서 갓 뽑아져 나온 생목소리는 구하라다. 그런 어떤 반가움 같은.
그래서 또 생각하는 게, 카라는 굳이 트레이닝을 거치지 말고 이대로가 좋지 않을까. 트레이닝을 하더라도 지금의 목소리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단지 발성만으로 보다 후련하게 안정감있게 내지를 수 있도록. 이거야 말로 카라의 강점일 텐데. 괜히 노래 더 잘 부르겠다고 했다가 뻔한 목소리로 바뀌고 나면 무척 아쉬울 것 같다. 노래 잘부르는 가수는 사실 넘치거든.
잘부르는 노래만 좋은 노래는 아니라는 거다. 확실히 노래는 못불러도 듣는 맛이 있는 노래가 있는 거랄까. 역시나 작곡가와 프로듀서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것을 가능케한 것이 바로 카라만의 개성이라는 거고. 최신곡 top100을 한꺼번에 선택해서 무작위로 돌려도 카라의 목소리만은 확실히 톡 튄다. 섞이는 법 없이. 아마 그런 것이 아닌가.
아무튼 듣는 보람이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좋아서라기보다는 좋아서. 음악 자체도 자체지만 멤버들을 더 좋아하게 만드는 음악이다. 굳이 무대 없이도 듣는 것만으로도 카라와 만나게 해주는. 아마 이런 게 아이돌 음악이라는 것일 테지만.
아침부터 역시 기분이 좋다. 음악을 다시 듣기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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