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회에서는 권력마저 구조 안에 편입된다. 권력보다 보편의 가치나 규준이 우선하게 된다. 권력은 개인의 의지로서가 아닌 그같은 보편의 구조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전근대사회는 권력의 의지가 보편의 구조에 우선한다. 법보다 권력의 의지가 우선한다. 보편의 가치나 규준보다 - 아니 권력이 곧 보편의 가치나 규준이 된다.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과 입장이 모든 것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같은 권력 뿐이다.
언론의 자유는 이미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세계 보편의 가치일 것이다. 공식적인 반박이나 해명도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 정정보도도 요청할 수 있지만, 그러나 언론보도 자체를 부정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다. 하물며 언론보도 자체를 가지고 처벌하는 것은 불가하다. 무엇보다 그 대상이 공적 대상인 공직자이거나 권력자라면.
하다못해 연예인의 사생활마저도 공적인 관심의 대상으로서 언론의 취재와 보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말 그대로 공인이라면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해서 내밀한 사적인 사정까지도 모조리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상황에 그의 사적 영역은 어디에 있었는가. 과연 사적인 영역까지 포함해서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정당한 해명이 없었기에 결국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관심과 의문을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을 담당하는 것이 또한 언론이다. 때로 그것이 전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며 전혀 맞지 않는 내용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렇게라도 대중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그것이 싫다면 나서서 사실을 공개하고 해명하면 된다. 그러라고 언론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한다.
일본의 언론 가운데도 친한파와 혐한파가 고루 존재한다. 산케이는 혐한파다. 그렇다고 이번 이슈가 산케이를 비롯한 혐한파에만 적용되는가. 심지어 미국의 국무부까지 나섰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만일 국내 언론 같았으면 어차피 한국인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니까. 언론의 자유 같은 건 한국인에게 어쩌면 사치인지도 모른다. 하필 일본인이 대상이라. 그들은 보편의 세계에 산다.
권력자의 의지가. 그 눈치를 살피며 손발을 자처하는 국가기관의 의지가.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국민들 자신의 의지가. 항상 생각하는 것은 자살도 권리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자기파괴의 권리가 있다. 민주주의는 결국 국민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소멸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일본인만 아니었으면 문제될 것 없었다. 지금도 제 3세계에서 죽어나가는 언론인이 몇인데. 독재국가에서 파리목숨처럼 사라지는 언론인만 헤아릴 수 없다. 차라리 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공공연히 처리하려는 그 당당함이 무서울 정도다.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없다. 그것이 왜 잘못인가 하는 의식조차 없다.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당연히 일본은 아니다. 일본이 속한 구서방사회도 아니다. 그것이 문제다. 저들과 우리는 이렇게 너무 다르다. 하필 그런 일본을 건드렸다.
부끄러운 것이다. 하필 그 대상이 일본이라는 것이. 일본에 대한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감정이 있다. 그래도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당당하고 싶다.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고 싶다. 하지만 조롱거리가 되어 버렸다. 미국 국무부가 성명을 통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 차마 한국의 입장을 변호할 염치조차 없다. 바로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에서.
어찌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다. 그렇게 일상으로 익숙해져 버렸다. 전혀 무감각해졌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라 듣고 배웠다. 자랑스런 한국인이라고. 새삼 뿌듯해진다. 상식을 초월한다. 대단하다.
'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과 사생활의 가치... (0) | 2014.10.14 |
---|---|
중국인과 계약 - 엑소 루한의 소송과 관련해서... (0) | 2014.10.12 |
국회 능욕, 국민들 좋겠다~!! (0) | 2014.10.06 |
기업하기 좋은 나라~!! (0) | 2014.10.06 |
가계부채와 근로기준법 개악 - 수출주도경제의 함정... (0) | 2014.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