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그 자체로 존엄한 것이다. 개인의 발견은 곧 인간의 발견이었다. 그로부터 근대의 모든 사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인간이란 단지 관계로서만 존재했다.
누구의 아들인가. 누구의 남편이고 아내인가. 누구에게 배웠는가. 누구와 친구인가. 어디서 살고 무엇을 하는가. 어떤 권력도 개인의 존엄을 침범할 수 없다. 당연한 사실이 당연하게 여겨지기까지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존중되어야 한다.
내가 지시를 한다. 내가 돈을 주고 일을 시킨다. 그 자체로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내가 갑이고 상대가 을이다. 내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이를테면 비오는 날 수만볼트 전기가 흐르는 전신주를 단지 고객의 인터넷을 위해 기사는 올라가야 한다. '내 알 바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다.
어째서 한국사회에서 복지란 불가능한가. 어째서 한국사회는 노동자에게 적대적인가. 차라리 자본가나 정치인을 사면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대하다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노동자가 조금만 돈을 많이 받아도 비난부터 퍼붓는다. 당연하다. 노동자는 돈을 받는 존재지만 자본가나 정치인은 돈을 주는 존재다. 누가 내게 이익을 주는가. 한국사회가 아직 전근대에 머물러 있다는 이유다.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어서. 조합을 만들어 권리를 주장해서. 하다못해 받는 돈이 많거나 복지가 좋아서. 노동자 따위가. 일해서 돈 버는 주제들이. 땀에 절고 기름에 절어 몸으로 벌어먹는 하찮은 것들이. 하물며 내가 직접 불러 돈을 지불하고 일을 시킨다면. 그 순간 자신은 노동자도 노동자의 가족도 아니게 된다.
좌절이 너무 익숙하다. 체념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무력하다. 돈을 더 벌었어야 했을까? 권력을 가졌어야 했을까? 이름이라도 날려야 했을까? 읽는 이도 없는 글을 쓰는 주제가 허무하다. 아침부터 더러운 기사를 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사를.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신경도 끊은 채 살고 싶다. 평화롭다.
사람에게도 상하가 있다. 존엄한 인간과 존엄하지 않은 인간이 있다. 존중해야 할 인간과 존중할 가치가 없는 인간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한다. 옛날이야기라 여기던 때도 있지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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