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이래서 아저씨 버라이어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7인용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례로 고장나면서 마침내 5인용이 되고, 이경규와 김태원이 달구지를 타고 가게 되었을 때 이경규가 그런다.
"옛날 사람들이 왜 마차를 탔는가 알겠다."
"그것보다는 영화 벤허를 보면 말이야..."
민박집에 도착해서 달구지 멤버이던 이경규와 김태원이 함께 식재료를 조달하러 갈 때도, 둘이서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마트를 향하는데 그런다.
"형, 내일을 향해 쏴라 봤어?"
"봤지!"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말야...."
그리고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제가가 흐르고...
내가 그 장면에서 어느 로드무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감상을 느꼈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그 음악과 이야기에 동화되어 버린 탓일 게다.
아, 그보다 먼저 석무도로 향할 때 배 위에서 김태원이 갈매기를 보고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조나단!"
그러니까 김성민이,
"갈매기는 모두 조씨야."
그러면서 개드립을 쳤었지.
감 잡히는가? 갈매기의 꿈의 주인공 이름이 조나단이다.
정말 그립다. "벤허"며, "내일을 향해 쏴라"며, "갈매기의 꿈"이며, 요즘 누가 그런 걸 이야기하는가? 그것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오랜 영화며 오랜 소설이며 추억이고 낭만인 그것들을.
부활 5집에 수록된 "21세기 불경기"의 가사 가운데 그런 게 있었다. 70년대 소설책같은 추억이라고. 이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게 된 낭만과 서정 - 그리고 무엇보다 추억. 아저씨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에도 김태원은 때때로 옛영화나 음악이나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금연학교 편에서도 거의 끝날 때쯤 되어서 미션의 주제곡이었던 엔리오 모리꼬네의 가브리엘 오보에를 이야기하고 있었지. 확실히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김태원이 왜 남자의 자격에서 에이스를 맡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들에 대해 조금 더 고려하고 배려해주면 어떨까고. 흘러간 영화라든가,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라든가, 최근의 유행도 좋지만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들게 된 중년의 낭만을 되돌려줄 수 있다면.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그런 것들을 알려주고.
아무튼 김태원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하겠다. 벤허를 이야기했듯, 내일을 향해 쏴라를 이야기했듯, 조나단을 떠올리게 했듯 그렇게 낭만과 서정을, 추억을 끄집어내 주기를. 들려주기를.
흐뭇하게 보았던 것이 더욱 흐뭇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좋았다.
추신) 그래, 맞다! 나 남자의 자격빠다! 어째? 재미있는데?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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