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남자의 자격을 본다.
처음 출근하는 날 어땠더라?
심지어 이정진처럼 우연히 술마시던 자리에서 사장하고 말이 통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적도 있었다. 취직이 결정되면 첫출근 전날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잠을 못 이루고, 그러다가는 길이 서툴러 한참을 헤매다 지각하기도 하고.
하긴 면접 전날보다 설렐까? 이러면? 저러면? 잘 되어야 할 텐데... 나중 가면 아예 포기모드가 되었더니 덜컥 붙기도 한다. 꽤 많이 옮겨다녔다. 내가.
신입사원 체험한다고 해서 덜컥 직장에 던져놓고 체험하는 게 아니다. 어디로 정해졌는가에서부터 정해지고 나서 출근하기까지의 시간들이 참 새로웠다. 아마 이런 식의 예능은 남자의 자격이 유일하지 않을까?
지하철에도 처음 타본다지. 넥타이도 처음 매 본다지. 출근할 곳이 정해지자마자 바로 튀어나가야 했던 이정진의 모습이란. 복사도 못해서 물어야 하고, 물어보고서도 잘 몰라 200장을 나누고 있고, 그래서 누가 이런 것 안 해봤냐고 물으니까,
"복사해오라고 시켰죠!"
하하하하하...
그래. 이거다. 이 서툰 모습. 누구나 갖고 있는 허술하고 부족한 모습들. 그런 것을 빼놓지 않는다. 사원증은 깨지고, 도시락을 담은 쇼핑백은 찢어지고, 길을 못찾아 헤매고, 화장실 간다고 손들고 말하고...
하지만 역시 가장 압권은,
자다가 봉창.
김봉창선생께서 글쎄 모두 잠든 시간에 숙소에 들어온 거라, 들어와서는 자기 빠졌다고 다시 하자고 들들 볶다가 김국진옹께 베개로 두들겨 맞았는데...
그래서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윤형빈까지 물들어서는,
"여행사니까 인도로 가자!"
"인도와 차도가 차이나지?"
여기에서 김성민과 윤형빈이 함께,
"인도차이나!"
이건 김성민 건데...
하여튼 서로 좋네 싫네 해도 아옹다옹하는 가족과 같은 것이 참 보기 좋다. 싫다고 진짜 싫은 게 아니라는 게 속에 흐르는 정으로 느껴진달까? 왕따캐릭터라지만 지난번 웨이크보드 타면서도 그러지 않던가?
"쟤 못타면 다 못타!"
"저렇게 완벽한 남자가 왜 장가를 못가?"
그게 또 노부부에게서 나왔다는 게,
두 부부와 다섯 아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시트콤이랄까? 이건 또 예능치고는 독특한 시추에이션이라.
아무튼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답게 흐뭇한 한 회였다. 정말 흐뭇했다. 즐거웠고.
나처럼 첫줄근하던 때를 떠올린 사람 없을까? 대박났어야 하는데... 이렇게 진심으로 응원해보기도 오랜만이다.
시청율 20%만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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